극우 일론 머스크의 한국 우익 띄우기와 기세 오른 한국 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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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부자이자 극우인 일론 머스크가 한국 우익 시위대를 찬양해 화제가 되고 있다.
1월 6일 머스크는 폴란드 극우 언론 ‘비세그라드24’가 ‘X’(옛 트위터)에 게시한 한국 우익 시위대의 영상을 공유하며 “한국은 난세”라고 썼다.
문제의 영상은 세종대로의 우익 시위대를 여러 각도에서 반복 재생한 것으로, 시위 규모를 터무니없이 과장하고 있다.
1월 3일에도 머스크는 “Stop the Steal(선거 탈취 중단)” 팻말을 든 한국 우익의 사진에 놀랍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 구호는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아래를 보시오)한 친(親)트럼프 극우가 내건 것으로, 머스크는 트럼프가 일으킨 극우 운동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자”)와 한국 거리 우익 사이의 유사성을 부각한 것이다.
이는 머스크 개인 의견의 표명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머스크는 차기 트럼프 정부 핵심 인사로서 앞장서 윤석열과 우익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머스크는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극우를 고무하고 있다. 특히, 중도 좌파 정부가 붕괴(독일)하거나 위기에 빠진(영국) 곳의 극우를 띄워 주고 있다.
1월 2일 머스크는 영국 파시스트 토미 로빈슨의 석방을 촉구했다(로빈슨은 법원 명령을 어기고 이민자를 악마화하는 주장을 되풀이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수감 중이다). 머스크는 영국 노동당 정부가 “스탈린식 독재를 노린다”고 비난하며 영국 국왕에게 의회 해산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8일 머스크는 파시스트들이 주도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독일의 마지막 희망”으로 추켜세우는 글을 독일 우익 언론에 기고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2기의 대외 정책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효과도 있다. 1기 때처럼 무역 정책 등에 반발할 수 있는 서유럽 정부들과의 잡음을 미연에 견제하는 것이다. ‘극우를 밀어 줘 너희를 괴롭힐 수 있다.’
머스크가 한국의 우익을 띄워 주는 것도 중국과의 대결에 집중하려는 것과 관련 있다. 이는 그간 한미일 동맹에 매진해 온 윤석열 정부와 우익의 노선에 힘을 실어 주는 효과를 낼 것이다.
트럼프의 대중국 정보전 자문단 일원인 존 밀스와 트럼프 1기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의 대담은 이를 더 분명하게 드러냈다. 밀스는 “계엄은 한국에서 중국의 선거 개입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이고 … 유일하게 합법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배넌은 밀스에 맞장구치며 반(反)윤석열 시위대의 “3분의 2는 중국인”이라는 거짓말을 되풀이했다.
이런 자들 덕에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한국 우익은 자기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여기며 기세를 올릴 것이다.
윤석열의 롤 모델, 트럼프
윤석열의 쿠데타와 그후 전개를 보면 지독한 기시감이 든다: 부정선거 음모론 제기하며 반민주적 폭거, 이후의 집요한 자기 변호, 법리적 진흙탕 싸움, 거리 우익 동원 등. 애초에 거리를 두던 여당 정치인들이 윤석열을 비호하는 모습도 그렇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가 그런 수법으로 2021년 1월 6일 극우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난입 ‘쿠데타’를 공공연히 선동하고도 민주당 정부하에서 단죄받기는커녕 재선에 성공했다.
윤석열은 트럼프의 수법에서 배우려 애쓰며, 트럼프가 내란죄로 기소되지 않은 것을 들어 자기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있다.(군을 동원해 쿠데타를 벌이기도 했다는 점에서는 트럼프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기도 하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도둑맞았다”고 우겼고, 이듬해 1월 6일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바이든 당선 인증 절차를 중단시킨 극우 시위대에 “애정”을 표했다.
난입은 6시간 만에 진압됐다. 그러나 미국 극우는 존재감을 만방에 과시했고, 이들이 외친 “선거 탈취 중단(Stop the Steal)”은 미국 우익의 전투 구호가 됐다.
양면 전술
미국 지배계급은 1월 6일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가 선을 넘었다고 보고 그를 ‘손절’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싸움을 이어갔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를 사법 공격했지만, 1월 6일 사건 같은 중대한 건으로 트럼프를 기소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는 유죄 판결을 더 손쉽게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며 트럼프가 성관계 후 입막음조의 돈을 누구 명의로 줬는지 같은 파렴치 범죄를 물고 늘어졌다.
트럼프는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크고 작은 문제들 모두에서 위법성을 부인했다.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와 벌인 법리적 진흙탕 싸움은 그가 권력층의 증오를 한몸에 받는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오히려 극우를 동원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트럼프는 2022년 8월 미 연방수사국(FBI)의 자택 압수수색이나, 2024년 4월 법정 출두 등 자신에 대한 공격을 쟁점으로 삼아 극우 시위를 선동했다.
극우는 이에 호응하는 한편, 1월 6일 사건에 대한 수사·청문을 자기 홍보의 장으로 삼았다. 결국 수사는 극우 인사 몇 명을 감옥에 가두는 것으로 끝났고, 이제 그들 모두가 트럼프 취임 직후 사면되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극우가 중심축이 돼 모으는 표를 이용해 공화당을 장악했고, 극우는 트럼프를 이용해 공화당에 더 깊이 침투하고 전국적 동원력을 키웠다.(2022년 한국 거리 우익이 국민의힘에 조직적으로 입당한 것은 미국 극우의 전술에서 착안한 것이다.)
트럼프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경멸하던 공화당 정치인들도 공천을 받기 위해, 또 트럼프의 득표력을 탐내 점차 트럼프의 주장을 따라 했다. 이는 극우의 음모론과 각종 반동적 주장들이 공론장에 오를 만한 것인 양 비치게 하는 효과를 냈다.
바이든-해리스의 민주당은 트럼프에 맞서 ‘중원’을 잡겠다며 더한층 우경화했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에게 더 유리한 지형을 만들어 줬을 뿐이고, 결국 해리스는 선거에서 참패했다.
미국의 경험은 국가(와 오늘날의 경우 중도 정치)가 극우를 저지할 수단이 못 됨을 보여 준다.
트럼프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것은 대중 운동이었다. 2020년 트럼프의 첫 재선 도전을 좌초시킨 것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었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지지가 크게 하락했던 유일한 시기는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운동이 미국 캠퍼스들을 휩쓸던 5월이었다.
한국의 우리도 2020년 미국에서처럼 최대한 크고 광범한 운동으로 우익을 압도해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 별로 발휘되지 못했던 힘도 써야 한다. 즉,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으로 이윤 창출과 기성 질서를 흔들면 윤석열과 우익과 그들을 비호하는 국가기관들을 타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