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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사법부 독립”은 내란 청산 반대 구호다

법원이 “사법부 독립”을 내세워 내란 세력 청산을 반대하고 나섰다. 9월 12일 열린 전국 법원장 임시회의(법원장회의)는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와 사법개혁을 반대했다. 법원장회의 개최 직전에 대법원장 조희대도 “재판의 독립”을 부르짖었다.

국민의힘(국힘) 대표 장동혁은 내란 특별재판부 입법 추진을 “입법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선 법관들이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그는 판사 출신이다.)

국힘은 또한 장외 투쟁을 개시했다. 국힘 지도부는 9월 14일 부산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세계로교회는 최근 구속된 극우 목사 손현보가 담임 목사로 있는 교회다. 국힘이 “종교 탄압” 반대라는 터무니없는 명분을 내세워 극우 대중운동 건설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 신성불가침 주장이야말로 비민주적이다

합법성의 외피

법원장회의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 특별재판부가 “뭐가 위헌이냐”고 통박했다. 그러나 법원장들은 사법부의 권한과 독립을 침해한다며 정면으로 반대했다.

도대체 법원이 내세우는 ‘사법부 독립’은 뭔가. 그것은 (민주적 권리를 파괴하기 위해 쿠데타를 기도한 극우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과는 아무 관계 없다. 윤석열이 쿠데타를 기도했을 때 법원은 민주주의의 최후 방어선 구실을 하기는커녕 비판 성명조차 내지 않았다.

지금 맥락에서 ‘사법부 독립’은 쿠데타 세력을(이들이 극우의 알짬이다) 비호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구호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미명하에 법원은 재판 지연을 하며 윤석열을 보호하고 있다.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한덕수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법원의 이런 우익적 행태들이 장차 윤석열의 권위주의적 조처에 합법성의 외피를 씌우는 데 필요한 논리를 쌓는 과정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쿠데타는 단지 특별한 정부 조치가 아니다. 형사 사건이라면 법관은 증거를 평가하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절차를 필히 밟아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의 쿠데타는 TV를 통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그런데도 법원은 여느 형사 사건 재판을 하듯이 형사소송 절차를 따져 가며 내란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재판이 진행되면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가 민주적 권리를 파괴하고 정권 반대자들의 생명을 “수거”하려 했던 극악무도한 반민주 행위가 아니라, 법적 틀 내에서 벌어진 ‘정상적 행위’처럼 시나브로 여겨질 수 있다. 윤석열 자신도 쿠데타가 대통령의 합헌적·합법적 권한 행사였던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국힘 원내대표 송언석이 노상원의 수첩 내용에 대해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망언한 것도 실제로는 윤석열 쿠데타의 가공할 위험을 뭉개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의 ‘사법부 독립’은 자유민주주의를 권위주의로 되돌리려 했던 쿠데타를 법의 이름으로 면죄하려는 구호다.

과거에도 ‘사법부 독립’은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 논리였다. 법원은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제기된 사법 개혁 요구들(배심제, 권위주의적 사법과 전관예우 등 불의한 사법 행태 등에 대한 개혁)에 대해서도 사법부 독립 훼손이라는 논리로 반대했다. 오랫동안 군사 정권과 협력하며 ‘관제 재판’을 했던 그 사법부가 말이다.

게다가 ‘사법부 독립’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사법부를 포함한 자본주의 국가기관들은 지배계급의 이익을 보호하는 장치다. 형식적 독립성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결정은 결국 지배계급의 이익에 봉사한다. ‘사법부 독립’은 이런 계급 불평등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사법부의 권한 침해라는 것도 사실상 법원은 ‘신성불가침’ 기관이므로 선출된 직무들이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출된 직무자들이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진정한 국가 권력이라고 이재명 정부를 압박한 셈이다.

모순된 행보

이재명 대통령은 선출 공직의 서열이 사법부보다 높다고 했다. 그러나 그 뒤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조희대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원의 반대에 직면해 내란 ‘특별’ 재판부 설치가 아닌 내란 ‘전담’ 재판부 구성을 요구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재판부 교체의 공을 법원에 넘긴 것이다(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 ‘전담’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 내규나 대법원 자체 지침으로 구성할 수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법원이 사법 불신을 “자초”해 내란 특별 재판부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실제로 법원이 법적 방법론을 따르지 않아 판결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유사한 사건일지라도 어떤 판사에게 배정되느냐에 따라 때로 완전히 다른 법리가 적용되고 때로 전혀 다른 판결이 나온다.

윤석열은 이를 노리고 “법원 쇼핑”을 했다. 그리고 지귀연은 지난 3월 날짜와 시간을 섞는 기상천외한 구속 시간 계산을 해 윤석열을 풀어 줬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법원이 내란 청산을 방해하고 있다고 올바르게 비판하면서도 정작 그 법원에 재판부 교체를 맡기는 모순된 행보를 하고 있다.

노동계급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아무런 환상을 갖지 말고 아래로부터의 경제적·정치적 투쟁 건설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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