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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서평 《전광훈 현상의 기원 – 한국 개신교 극우주의에 관하여》:
개신교 극우를 알기 위한 입문서

1월 19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 가담자에 대한 재판에서 현재까지 가장 높은 형량을 받은 것은 방화를 시도한 19살 청년이다. 그는 교회에서 극우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 알려진 이모 씨는 1심에서 3년 6개월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았다.

쿠데타 미수 후 윤석열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극우의 부상에 놀라고 당황했다. 특히, 극우 특유의 극악한 과격함을 개신교 극우 세력이 주도했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떠오른 극우 지도자 둘 다 개신교 목사다. 전광훈은 박근혜 탄핵 때부터 ‘태극기 부대’를 이끌며 막강한 동원력을 보여 왔다. 이번에 새롭게 개신교 극우 지도자로 부상한 손현보는 코로나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면 예배 금지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유명 극우 인사가 됐다. 지난해 차별금지법 반대 연합 예배를 주도하면서 재차 이름을 알린 그는 이번에 전국을 돌며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그가 주도한 “SAVE KOREA” 집회는 전한길 등을 끌어들였다.

전광훈과 손현보 뒤에는 보수 대형 교회들이 있다. 대형 교회 담임 목사들은 때로는 직접 극우 집회에 참가해 설교하고, 때로는 버스를 대절하며 신도들의 참가를 독려·조직했다.

쿠데타가 준 충격과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윤석열 퇴진 운동은 박근혜 때와 달리 대학교들에서 극우에 맞서 맞불 집회를 열어야 했는데, 대학교 내 진지 구축 시도에 동원된 극우 인자들 중에도 개신교인들이 많았다.

전광훈·손현보 같은 극우 선동가들이 개신교 목사인 것은 그저 공교로운 우연이 아니라 보수 복음주의 개신교 내에 극우 경향이 확고히 자리잡았음을 반영한다.

반공주의, 자유민주주의, 친미주의, 자본주의

극우가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를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하며 대거 거리로 나온 일 때문에, 윤석열 퇴진 운동 참가자들이 지난 실천 경험을 정리하면서 극우, 파시즘, 개신교 극우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런 궁금증에 답하는 여러 책들이 출판되고 있는데, 그중 배덕만 느헤미야연구원 연구원장의 《전광훈 현상의 기원 ─ 한국 개신교 극우주의에 관하여》(뜰힘)가 눈에 띈다. 배덕만 원장은 기독교 역사를 가르치며 “진보적 복음주의”를 전파해 왔다.

이 책은 배덕만 원장이 친민주주의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기획한 책이라 볼 수 있다. 최근 말과 글로 발표했던 것들을 모아 놓았는데, (글자가 좀 작지만) 글들이 일목요연하고 168쪽 분량이라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전광훈 현상의 기원 – 한국 개신교 극우주의에 관하여》 배덕만 지음, 뜰힘, 168쪽, 12,000원

이 책의 장점은 복잡한 신학 논리나 교단 내 다툼들보다는 한국 현대사의 굽이굽이에서 개신교 극우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자리잡고 성장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살펴본다는 점이다.

저자는 개신교의 한국 유입 과정에서 근본주의의 강세, 해방 정국과 제주 4·3 사건, 개신교와 공식 정치의 관계, 개신교 극우주의의 피차별 집단 혐오 조장, 우익 개신교단 연합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전광훈 현상 등을 다룬다.

저자는 한국 개신교가 선교 초기 미국 선교사들의 근본주의 성향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지적한다. 성서를 문자 그대로 믿는 해석에 기초한 성서무오설, 정통 칼뱅주의의 경직성 등 근본주의의 특성은 성경에 대한 보수적 태도뿐 아니라, 발전하는 과학과 민주주의 등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비지성적 태도를 고착시켰다.

이런 비지성주의는 오늘날 진화론 등에 대한 반대뿐 아니라 동성애 문제와 차별금지법 등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반공주의가 결합하면서 근본주의는 극단적 우익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렸다.

해방 직후 개신교 주류는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미군정과 협력해 교세 확장과 권력을 추구했다. 그러면서, “일관되게 반공주의, 자유민주주의, 친미주의, 자본주의를 지지하며 자신의 본질을 재구성하고 관심의 영역도 확장했다. 무엇보다, 해방 이후 한국 교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군사 정권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위와 영향력을 확보했다.”(강조는 서평자)

특히 제주 4·3 사건이 한국 개신교 극우주의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제주 4.3 사건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이승만과, 월남해 영락교회를 설립한 한경직이었다. 한경직은 일제 시대에 미국 프린스턴신학교를 나온 엘리트 개신교 목사로, 해방 전에는 평양과 신의주를 배경으로 활동했었다.

한경직이 소련 군정과 갈등을 빚다 월남하자 이승만·김구·한민당 등이 그를 지원했고, 서북 지역에서 월남한 청년들이 그 주위로 결집했다. 한경직은 기독교 국가를 지향하며 “반공 건국, 멸공 건국, 승공 건국”을 주장했다. 영락교회 청년부는 민간인 학살로 악명을 떨친 서북청년단의 핵심 기반이 됐다.

비극이게도 이들의 폭력으로 희생된 제주도민들 중에는 해방 후 제주에서 교회를 개척하던 목회자와 신도들도 많이 있었다.

반공주의와 친미, ‘기독 대한’ 건설의 기치 아래 제주도 학살에 이념과 돈과 사람을 댄 것이 해방 후 한국 개신교 극우주의의 특성과 경로를 사실상 결정한 셈이다. 1960년대 이후 군사 정권과의 유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해서 개신교 극우는 사회 상층에서도 교회 상층에서도 주류의 지위를 차지했다.

저자는 기득권을 누려 오던 개신교의 근본주의와 극우주의가 국가와 사회의 민주화·다원화 속에서 위기를 겪으면서 최근의 전광훈 현상으로 진화했다고 지적한다. 위기와 한계를 성찰하기는커녕 오히려 훨씬 더 극악한 배타주의를 작동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이 좌파 말살을 위한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치 위기를 돌파하려 한 것과 꼭 닮았다. 개신교 극우가 윤석열 쿠데타를 옹호하고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대형 교회 경영자들 대부분이 이 사회 권력층의 일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한국 개신교 대형 교회들과 유력 정계, 관계, 재계 인사들의 유착 관계와 최신 동향을 보면, 교회 안에서 주류의 극우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이 극우가 주류에 영향을 미치는 통로를 열어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오늘날 극우의 부상에 맞서 싸우려고 특별히 한국 개신교 극우의 실체와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 특히 직접 겪지 않은 한국 현대사 속 개신교 극우를 알고 싶은 청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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