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도 극우다. 김문수와 초록동색
〈노동자 연대〉 구독
5월 18일 첫 번째 대선 토론에서 이준석은 우익 포퓰리스트 본색을 드러냈다.
이준석이 처음 꺼낸 얘기는 “사회주의” 중국의 추격을 경고하는 것이었다. 그는 토론 내내 이재명을 공격했는데 김문수와 함께 협공하기도 했다.
반중·반이재명은 현재 한국 극우의 핵심 기치다. 대선 토론 이후 극우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는 이준석을 칭찬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김문수가 이준석을 끌어들여 단일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적잖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1차 대선 토론 다음날 김문수는 이준석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 후보는 제가 속한 국민의힘 대표였다. 저보다 더 당의 정책, 이념, 인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우리 둘은 서로 짠 것 없고 전화 안 한다. 생각이 늘 같고, 정책 방향도 함께 가고 있다.
“우리 당이 좀 잘못한 점이 있어서 헤어져 있으나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이준석은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기회주의적 정치 궤적을 보건대 앞일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박근혜 탄핵에 찬성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했고, 이내 국민의힘으로 복귀해 당 대표로서 윤석열의 당선에 일조했다. 그러다 윤석열과 갈등을 빚고 국민의힘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계엄 이후 이준석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한몫 잡으려고 이른바 ‘합리적 보수’(중도 우파)를 표방했다. 그러나 김문수가 보수 남성층의 환심을 사려 애쓰며 이준석의 지지 기반을 잠식하려 시도하고 있다.
“40대 윤석열”
최근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이준석을 두고 “40대 윤석열을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준석은 윤석열의 계엄에 반대했지만, 정치 경력 내내 차별과 불평등을 정당화하며 차별에 맞선 운동을 비난하는 데 앞장서 온 보수 반동 엘리트주의자다.
이준석은 안티 페미니즘 기수 노릇을 하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분노한 청년 남성들 일부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 지금도 이준석은 동덕여대 학생 운동을 공격하고 지금도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이 내세워 온 안티 페미니즘은 신남성연대 등 극우의 성장 재료이다. 예컨대 청년 극우 단체 자유대학의 부대표이자 지난 2월 연세대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발의한 박준영(전기전자공학과 19학번)은 최근 〈월간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반감이 굉장히 심했”다며 정치적 신념을 확고히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준석은 이번 대선에서 이주민 차별 카드도 꺼냈다. 5월 8일 유튜브 시사저널TV 방송에 출연해 국민연금 제도가 이주노동자들의 “노후 대책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와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는 이준석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준석은 해외 공장을 국내로 복귀시키는 기업에 5~10년 동안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유예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신종 노예제 도입’이라고 규탄하며 이준석 사퇴를 요구했다.
이준석은 세대 갈등도 부추겨 왔다. 국민연금 개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기성세대 표를 사기 위해 진행한 매표 행위”를 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젊은 세대를 위해 할 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악을 세대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연금 개악이 계급 문제임을 가리려는 술책일 뿐이다.(국민연금 개악에 대한 비판은 본지 541호 ‘국민연금 개악 후폭풍: 소득대체율 ‘찔끔’ 인상을 능가하는 보험료 대폭 인상도 문제다’를 보시오.)
국민연금 문제는 극우가 청년층을 포섭하기 위해 파고드는 쟁점의 하나다. 특히, 능력주의를 앞세워 적자생존과 무한 경쟁을 옹호해 온 이준석 같은 자가 청년층을 걱정하는 체하는 것은 역겹다.
이준석의 이런 어젠다들은 공식 정치 내에서 극우의 주장이 스며들 수 있는(“극우의 주류화”) 토양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극우의 주류화
물론, 이준석의 지지율은 10퍼센트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이준석의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극우의 주류화’가 발휘되는 상황에서, 우익과 극우 사이에 넘지 못할 강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과 그 지지층의 극우화가 진행되고 있는 데서 보듯, 주류 우파와 극우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이는 국제적 추세이기도 하다).
윤석열 탄핵에 찬성했다고 이준석의 반동적 본성이 없어지지도 않는다. 이준석은 윤석열을 떼어 내고 보수 진영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책략에 편승한 것일 뿐이다. 자신이 국민의힘 대표로서 윤석열 당선에 일조했던 것을 반성하지도 않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와 동덕여대 학생운동을 공격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것만 봐도 이준석은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준석은 차별받는 사람들을 속죄양 삼고 대중을 갈라치는 데 적극 나서 왔다는 점에서 장차 극우 본색을 더욱 분명히 할 가능성이 큰 자다.
극우의 주류화 속에서 이미 이준석 자신도 극우화해 왔다. 계엄에 반대한 것을 외피 삼으면서 말이다.
특히, 팍팍한 삶에서 고통받고 있는 청년층을 그가 지지층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포퓰리스트로서의 면모를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