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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간첩법 개정:
윤석열·극우에 양보하는 것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1월 6일 민주당 원내 지도부에게 형법 간첩죄 개정 추진을 요구했다.

형법 제98조 간첩죄에 따르면,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 조항 가운데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것이다.

개정론자들은 형법상 간첩죄 조항의 “적국”에 해당하는 국가가 없어서 북한 간첩뿐 아니라 군사 스파이, 산업 스파이 등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를 제시한다.(한국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치 않는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를 통해 그동안 사실상 북한 관련 행위도 간첩죄를 적용해 왔다. 한국 현대사를 얼룩지게 한 수많은 간첩단 사건(많은 사건들이 증거 날조와 고문에 의한 자백으로 이뤄진)들은 뭐란 말인가.

또한 군사 기밀, 산업 기밀 유출은 이미 군사기밀보호법, 산업기술보호법 등을 통해 처벌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간첩법 개정 추진은 극우 운동의 기를 더욱 살려 줄 것이다

그러므로 간첩죄 개정의 진짜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핵심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외국”으로 간첩 조항을 바꾼다고 해서 가령 한국 국가정보원과 보안경찰이 미국 CIA 요원을 색출해 간첩죄로 처벌하겠는가? 그 기관들 자체가 CIA와 협력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최근 수년간 간첩죄 개정은 우파의 의제였다. 민주당도 동의해 왔지만,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이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한미동맹을 뼈대로 하는 미·중 간 균형·실용 외교를 추구해 왔기 때문에,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민감한 개정을 사실상 피해 온 것이다.

그러나 친미반중을 기본 노선으로 삼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과 국힘 당대표 시절 간첩죄 개정과 국정원 대공수사권 복원을 묶어 추진했다.

윤석열은 12월 3일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일으킨 쿠데타 미수 후, 국회 탄핵을 앞둔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간첩죄 문제를 꺼냈다.

“현행 법률로는 외국인의 간첩 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습니다.”

윤석열은 중국이 개입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쿠데타 명분으로 삼았다.

윤석열과 우파가 간첩죄 개정을 추구해 온 것은 한국 정치가 미·중 제국주의간 지정학 갈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국내적으로는 한국 지배계급의 전통적인 한미동맹 노선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들을 단속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그런 친미 드라이브의 절정이었다.

또한, 사실상 같은 이유로 윤석열과 한동훈 등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에도 집착했던 것이다.

간첩죄가 모든 외국 대상으로 확대되면, 국내 대공수사권 박탈에 불만이 큰 국정원의 국내 사찰·공작 범위가 다시 확대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것이다.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며 성장한 극우 거리 집회의 극우 선동가들의 데마고기에서도 친미반중 기조가 핵심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중국 간첩(한국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취급하는 주장은 거리 곳곳에서 집회 연설은 물론이고 현수막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힘 정치인들이 내놓는 간첩죄 개정 의견은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외국 단체,” “비국가행위자”로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간첩죄 개정이 한국 국경 안팎에서 미국 제국주의를 적극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준다. 중국 국가와 재한 중국인들을 겨냥한 간첩죄 개정은 극우 세력들의 혐중(중국인을 적국 국민으로 간주하는 외국인 혐오증)에 국가가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극우 운동의 기를 더욱 살려 줄 뿐 아니라 한국의 외교·안보에 대한 다양한 비판 의견과 재한 외국인들의 집회·시위조차 위축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내란 세력”의 청산을 약속했고, 그 책임을 이행해야 할 이재명 정부가 중국과 국내 좌파를 겨냥한 간첩죄 조항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민주주의 염원 대중에 대한 배신이다.

사실 이런 우클릭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2월 4일 민주당 위성락·부승찬·박선원 의원은 공동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간첩죄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 국정원장 이종석도 임명 전 인사청문회에서 간첩죄 조항 개정을 지지했다.

지정학적 불안정 심화에 따른 한국의 안보 위기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대응은 집권 세력으로서 체제 수호를 위한 지배계급의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 결과, 사실상 극우 세력의 의제를 수용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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