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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서평 《광장 이후 ― 혐오, 양극화, 세대론을 넘어》(신진욱, 이재정, 양승훈, 이승윤 지음, 문학동네):
한국 극우의 부상을 분석하다

《광장 이후 — 혐오, 양극화, 세대론을 넘어》는 12·3 쿠데타와 윤석열 탄핵 운동,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여러 각도에서 다루는 책이다.

《광장 이후 ― 혐오, 양극화, 세대론을 넘어》 신진욱·이재정·양승훈·이승윤 지음, 문학동네, 232쪽, 17,500원

이 책의 기획은 지난 3월에 열린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의 강연회 ‘광장 안과 밖의 시민 —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나?’에서 시작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이재정 ‘윤석열퇴진을위해행동하는청년들’(윤퇴청) 대표이자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과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대표,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그리고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의 글이 한 편씩 실려 있다.(이하 존칭 생략)

윤석열 탄핵 운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윤석열 탄핵 운동에 참가했거나 지지를 보낸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듯하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자의 눈으로 보면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사회는 ‘12·3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첫째 글인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극우 파시즘’은 신진욱이 썼다.

신진욱은 세대론의 허상을 들춰낸 책 《그런 세대는 없다》를 썼고, 한국에서의 극우 성장을 통찰력 있게 분석한 글을 여러 편 써 왔다.

신진욱은 이 책에서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온 한국 민주주의의 약화 속에서 일어났음을 여러 통계 지표를 들며 지적한다.

또한 신진욱은 민주주의의 약화와 위기가 세계적 현상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그동안 선진적인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운영해 온 서구 나라들에서도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어서 신진욱은 극우의 부상이라는 “매우 낯설고 새로운 현상”도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사회 저변에 구축되어 온 수많은 극우의 참호들이 12· 3 정국을 맞아 그 거대한 형체를 드러낸 것일 뿐이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시기를 거치면서 극우의 대중적 기반이 크게 넓어졌고 집단행동도 활발해졌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들의 위기의식과 항의가 행동으로 불거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바였다.”

신진욱은 극우가 주류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12·3 이후에는 극우 세력이 보수정치의 주류로 부상하고, 보수정당을 표방하던 국민의힘이 전면적으로 극우화되었다. 극우 개신교 집단과 사회 주변부의 ‘아스팔트 우파’ 집단들은 정치권력 외곽에서 갑자기 막강한 정치적 힘을 가지고 정치 무대 중심에 서게 됐다.”

신진욱의 분석과 주장은 오늘날 한국 정치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상황을 살피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민주주의의 위기와 극우 부상의 원인과 그것을 막을 대안에 대한 설명이 다소 비어 있다.

그럼에도 신진욱의 글은 민주주의의 위기와 극우 부상에 대한 진지한 탐색과 고민이 담겨 있다.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와 극우의 부상을 일시적 일탈로 여기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친위 쿠데타는 국가기구의 지도부들이 대거 관여하는 행위인 만큼 여전히 그 공모자와 조력자들이 여러 기관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경고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쿠데타 지지자 처벌을 요구하고 극우에 맞설 과제가 사회운동에 있다 ⓒ조승진

응원봉을 든 청년들

둘째 글 ‘광장이 묻고 청년이 답하다’(이재정)는 윤석열 탄핵 운동에 참가한 청년 9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분석이 담겨 있다.

지난겨울 여의도, 광화문, 남태령, 한강진에서 추위를 견디며 응원봉과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쳤던 청년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윤석열 탄핵 운동의 기억을 기분 좋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설문조사 기간이 1월 1일부터 13일까지여서 그 이후 윤석열 탄핵 운동에서 있었던 고민과 물음이 반영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윤석열 탄핵 운동(을 이끈 비상행동)의 정치적 약점이 다뤄지지는 않았다.

예컨대 비상행동은 운동 초기에 윤석열 탄핵, 한덕수 탄핵, 윤석열 체포를 위한 아래로부터의 동력을 제공하고 청년층의 감수성을 잘 반영했다. 그러나 갈수록 민주당이 추구하는 헌정 절차 내 윤석열 퇴진 경로에 보폭을 맞추면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대중의 투지를 충분히 고무하지 못했고, 어떤 국면에서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관련 기사: 본지 540호, ‘윤석열 탄핵 정국 123일 돌아보기’)

윤석열 파면 이후의 과제를 생각해서라도, 광장에 대한 찬사에 더해 돌아볼 점도 분명 있는 것이다.

“2030 남성에 대한 습관적 프레이밍” 반박

응원봉을 든 2030 여성들에 대한 마땅한 찬사 와중에 ‘이대남 극우화론’이 떠올랐다. 서부지법 폭동 직후 그랬고, 이번 대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언론(과 진보 일각)은 이대남을 극우 첨병으로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신진욱을 비롯해 적잖은 사람들이 ‘이대남 극우화론’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양승훈의 글 ‘2030 남성 프레임 전쟁’도 그중 하나다.

양승훈은 2030 남성이 ‘잠재적 극우’로 의심받게 된 배경을 이렇게 꼬집는다.

“정국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진보진영이 사태의 원흉으로 2030 남성을 지목하다보니 문제가 된 것에 가깝다.”

양승훈은 여러 “팩트체크”를 통해 2030 남성 극우화 주장을 설득력 있게 반박한다.

그러나 양승훈이 젠더 갈등의 대안으로 (여성 징병의 다른 말인) ‘양성평등복무제’를 제시하는 것은 문제적이다. 청년 남성들이 강요받는 고통과 인생 낭비를 여성에게도 확대하는 것은 명백한 퇴보이고 하향 평준화일 뿐이다. 양승훈은 연금 개악 문제를 세대 문제로 보는 오류도 보인다.

양승훈은 2030 남성 일반이 극우화하고 있다는 섣부른 주장을 반박하지만,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우익의 프레임에 정면으로 도전하지는 않는 것이다.

청년들의 불안정한 삶

이 책의 마지막 글 ‘녹아내리는 노동, 연대가 어려워진 청년들’을 쓴 이승윤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할 때 학내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했다.

이 글에서 이승윤은 “역사유물론”을 표방하며 “청년 프레카리아트”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불안정 노동에 내몰린 청년들이 급진화할 수 있지만, 그 방향이 오른쪽일지 왼쪽일지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첨예한 양극화 속에서 불안정·미조직 청년들의 급진화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은 맞다. 관건은 소외를 겪는 청년층을 왼쪽으로 당기려면 좌파가 노동계급 대중의 투쟁이 고양되도록 애쓰고, 진정한 사회 변화의 동력이 노동계급에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결론에서 이승윤은 “새로운 연대와 진취적 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위해서는 청년 프레카리아트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 마련을 강조한다. 그러나 극심한 불황 속에서 작은 개혁 조처라도 쟁취하려면 노동계급의 단호하고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승윤이 프레카리아트론을 청년층 분석의 틀로 삼는 것은 아쉽다. 자본가 계급 대 노동계급의 대립보다 노동계급 내 차이를 강조하는 프레카리아트론은 불안정 노동자들과 조직 노동계급의 연대를 어렵게 만든다.

또한 이승윤에게는 미안하지만 프레카리아트론은 마르크스주의 역사유물론은 물론이고 현실과도 거리가 멀다. 마르크스는 먹고살기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을 프롤레타리아라고 규정했다.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프레카리아트도 프롤레타리아이다.

그리고 프레카리아트론은 불안정을 지표로 프레카리아트를 기존의 노동계급과는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별도의 계급이라고 보지만, 오늘날 심화하는 장기 경기 침체 상황에서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이 불안정해졌다.

물론, 노동계급의 단결과 연대가 필요하고 가능함을 입증하는 것은 혁명적 좌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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