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극우는 혐중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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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왜 극우는 혐중 부추기나’를 주제로 한 노동자연대 공개 토론회의 발제문 초안이다.
극우의 부상은 전 세계적 현상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극우는 중도 세력 민주당의 배신과 실패의 틈을 메우며 성장했다. 한국 극우는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으나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노동자연대 국제연락간사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이론지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극우 강령의 여섯가지 핵심 요소를 이렇게 꼽았다.
(1) 미국과 일본에 대한 강력한 지지, (2) 북한과 그 추종자들에 대한 증오, (3) 중국과 중국 국민 전체에 대한 증오, (4) LGBT+에 대한 혐오, (5)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반대, (6) 무슬림 혐오.
여섯 가지 핵심 요소들은 서로 연관돼 있다. 따라서 혐중뿐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때에 따라서 극우는 다른 요소를 자신의 무기로 삼아 치고 나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극우는 6월 14일 서울 퀴어퍼레이드에 대한 맞불 시위를 벌였다. 그 시위에서 국힘 의원 윤상현이 연설했다.
아래에서 혐중의 개념과 유래, 혐중의 요소, 혐중의 이데올로기 측면, 이에 맞선 대안을 차례로 다뤄 보겠다.
혐중이란 무엇이고 언제부터 본격화됐는가?
혐중이란 무엇일까? 위 언급된 노동자연대 국제연락간사의 지적처럼 혐중은 중국과 중국 국민 전체에 대한 증오다.
극우는 건대 양꼬치 거리에서 혐중 시위를 벌였다. 중국 국가뿐 아니라 평범한 중국인들도 증오한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극우는 중국 지배자들에 대한 평범한 한국인들의 정당한 반감까지 혐중 선동에 악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사IN〉이 2021년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은 부정적인 국가 1위였다(북한은 2위, 일본은 3위). 그 여론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국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항목인데, 티베트와 위구르족에 대한 대응과 홍콩 민주화 운동, 천안문 항쟁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도 설문 항목에 포함돼 있고 이런 질문들에 대한 부정적 응답 비율이 높았다. 극우 오픈채팅방에 잠입 취재한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오픈채팅방 입장을 위한 “최소한의 사상검증” 관문은 “프리 홍콩 · 위구르를 지지합니다”를 따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극우는 탄핵 반대 시위에서 천안문 항쟁을 추모하는 노래 “자유의 꽃”을 틀고 중국어로 항쟁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극우는 교활하게도 민주당과 한국 좌파의 약점을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말만 “균형외교”라는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중국 정부의 소수 인종 억압과 중국인들에 대한 민주적 권리 탄압을 비판하지 않았다. 좌파 다수도 진영논리를 근거로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과 좌파의 이런 입장의 약점을 이용해 이준석은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투쟁 때 중국 정부를 비판하며 자신이 민주주의 수호자인 체 위선을 떨 수 있었다. 그는 홍콩 투쟁 지지를 선언하며 “중국몽을 꾸고, 한국은 중국의 말에 붙은 파리처럼 찰싹 붙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 민주당은 절대 하지 못할 일”이라고 비난했다.
우리는 민주주의나 억압받는 이들의 고통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극우가 평범한 중국인들까지 배척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홍콩 투쟁이나 티벳, 위구르를 그저 혐중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의 위선을 폭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중국 지배자들에 대한 정당한 반감을 가진 사람들을 극우와 구별해야 한다. 이는 극우에 맞선 운동을 건설할 때 매우 중요하다.
혐중의 유래에 대해 살펴보겠다. 중국 연구자나 중국동포 지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혐중이 본격화된 시기를 2017년으로 본다.(일부는 2003년부터 중국 지배계급의 “대중화주의” 역사학 프로젝트인 ‘동북공정’에서 시작됐다고도 하지만, 그것은 학계에 국한된 논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들어 2017년이 어떤 해였는지 살펴보는 것이 혐중의 유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 2017년 1월 트럼프 1기가 시작됐다. (2)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의 거리 시위가 시작됐고, 2017년 3월 헌재가 박근혜를 파면했다. 5월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3) 2017년 9월에는 논란(지정학적, 국내적 수준에서 모두) 끝에 경북 성주에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사드 미사일이 배치됐다.
요컨대, 미·중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고,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한국의 극우는 자신들이 미국 지배자들의 편임을 더욱 분명하게 하면서, 민주당과 좌파를 공격하기 위해 혐중을 자신의 무기로 장착한 것이다.
혐중의 구성 요소와 그 효과
혐중은 나름의 체계와 구성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혐중 선동을 이치에 닿지 않는 얼간이들의 헛소리라고 치부한다면 극우에 맞서 행동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극우의 혐중이 구체적 맥락이 없이 돌출한 혐오와 차별 정도로 여기는데, 이는 극우의 부상과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다.
우선, 미국 제국주의 지지가 혐중의 핵심 요소이다.
미국 지배자들은 밀레니엄과 함께 “미국의 새로운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를 선언하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지만 결국 패배했다. 그 전쟁은 미국의 세계적 지위 하락을 만회하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시도였지만, 오히려 미국 지배자들에게는 베트남 전쟁 패배보다 더 큰 타격을 안겼다.
오바마 시절(2009~2017)에 중국 견제를 강화하려고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선언하고 실행하려 했지만, 중동이라는 수렁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바이든에서 다시 트럼프로 정권이 바뀌는 동안에도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는 계속 높아졌다.
이처럼 점증하는 경쟁 속에서 미·중 간의 충돌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 “한반도는 그러한 충돌의 한 경로가 될 수도 있는 곳이다. 흔히 한반도는 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과 함께 이런 충돌의 방아쇠, 도화선, 인화점으로 불린다.”(이에 대해서는 ‘트럼프, 흔들리는 국제질서와 한반도’, 김하영, 〈노동자 연대〉 543호를 참조하시오.)
극우는 미국 제국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의 전통적 우파의 기본입장을 이어받으면서도 트럼프의 영향을 받아 더 극단적으로 중국 반대를 선동하고 있다. 이를 상징하듯, 혐중을 선동하는 극우들은 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든다.
이처럼 경쟁 대상국에 대한 적대시와 악마화는 자칫 해당 국가의 국민이나 그 국가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적대하고 배척하는 것으로도 연결되기 쉽다.
저명한 미국 사회주의자인 하워드 진은 명저 《미국 민중사》에서 태평양 전쟁 개시 후에 시작된 루즈벨트 정부의 일본계 미국인 차별이 그런 효과를 냈음을 보여 줬다.
일본의 극우와 우파 정부도 북한 정부를 악마화하고 이를 총련계 조선인들을 차별하는 데 이용한다. 예를 들어, 재일 총련계 조선인 학교인 ‘우리학교’를 극우들이 습격한 것, 일본 정부의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우리학교’를 배제한 것 등이 있다.
혐중의 둘째 요소는 국수주의다.
최근 극우는 민족주의 선동을 강화하고 있다.(관련 기사: 최일붕, ‘극우 민족주의의 부상을 계기로 민족과 민족주의를 다시 살펴본다’) 민족주의는 애국심을 부추기는데, 그것도 경쟁적 애국심이다. 국가간 경쟁이 격화되면 그런 애국심은 열정적 또는 심지어 열광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그런 정도로 고양된 애국심을 국수주의나 배외주의라고 한다. 극우의 혐중 선동은 그런 국수주의/배외주의를 띠고 있다.
지난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 전광훈의 당(자유통일당)으로 출마한 극우 후보 이강산은 선거 공보물에 대한민국이 좌파, 외국인, 중국인, ‘불법체류자’ 등에 의해 “호구”가 됐다며 자신의 정치철학을 “자국민 우선주의”라고 규정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공조하는 것이다.
극우의 국수주의적 태도는 재한 중국인들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는 선동으로 나타난다. 중국인들 때문에 한국의 건강보험이 위태로워지고, 중국인 고령층의 무임승차 증가로 한국 지하철 재정이 악화된다는 등 터무니없이 과장된 비난을 하는 것이다.

국수주의는 이주민 차별을 수반한다. 구로구청장 후보로 나온 극우 후보는 혐중 선동과 함께 “불법체류자를 완전히 추방하겠다”고 선동하기도 했다. 지난해 총선 대구에서 출마한 전광훈 당 극우 후보는 대구 지역에서 자신의 패거리를 이끌고 직접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나서다 구속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극우들이 표적으로 삼는 중국계 이주민은 어떠한가? 한국의 화교는 1948년 제정된 한국의 속인주의 국적법과 토지나 주택 소유 제한 법률로 제도적 차별을 겪어 왔다. 한국에 거주하는 화교의 89퍼센트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국적을 취득할 수 없어 차별을 겪고 있다. 그리고 한족 이주민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이고 다수가 미등록 신분으로 추정된다.
중국계 이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동포들의 경우 한국 정착 과정에서 일부가 자영업자 등 중간계급으로 분화했지만 대다수는 이주노동자다. 최근 통계자료를 보면, 서울의 경우 중국동포의 91.9퍼센트가 상용직, 임시직, 일용직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고, 소득을 올리려고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아리셀 참사 희생자의 대부분이 중국동포 이주노동자들이었다(사망한 이주노동자 18명 중 17명).
혐중 선동은 중국계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계급 차별을 강화하고 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혐중 선동으로 중국계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면 장차 체계적인 인종차별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
중국계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국내 노동자들에게 조건 하락 압박이 될 것이다. 건강보험을 둘러싼 중국인 공격 선동은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부담 회피를 위한 속죄양 찾기 일환이자 복지 축소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왜 혐중 선동에 이끌리는가?
혐중 선동은 거리 극우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점이 중요하다. 한국 극우의 성장은 “극우의 주류화”(주류 보수 정당이 극우화하거나, 그 중심부가 극우 본색을 드러내는 것) 단계에 도달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김문수는 거리 극우와 연계된 극우 후보였고, 이준석도 사실상 극우다. 그 둘은 대선 TV토론회에서 이재명에게 대만이냐 중국이냐 선택하라며 그를 “친중”으로 몰아세우기 위해 협공하기도 했다.
민경욱은 이미 2020년에, “중국과 내통해 희대의 선거부정을 저지른 문재인”이라며 중국과 연계된 부정선거 의혹 제기를 시작했다.
윤석열은 2022년 1월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중국인들이 한국 건강보험제도에 숟가락만 얹고 있다며 공격했다. 탄핵 심판 변론에서도 중국을 배후로 지목하며 부정선거론을 내세워 쿠데타를 정당화하려 했다. 국민의힘은 간첩죄 연계 대상에 중국을 포함시키는 간첩죄 개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은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혐중 선동에 지지자들이 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관념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를 이해하는 데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 개념이 유용하다. 카를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시대에나 지배계급의 사상이 지배적인 사상이다. 사회에서 지배적인 물질적 세력인 계급이 동시에 지배적인 지적 세력이기도 하다.”(주디 콕스, ‘자본주의와 이데올로기-사람들의 관념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노동자 연대〉 545호)
주류화된 극우적 주장이 일부 서민들에게 수용되는 이유는 그런 주장이 현실을 설명하는 듯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한국과 중국의 교역관계다. 한국은 2000년대 첫 20여 년을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해 왔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중국은 제1위 수출국이다. 극우가 중국의 영향력을 과장하기 쉬운 이유다.
둘째, 중국은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과 경쟁하는) 제국주의 열강의 하나다. 역내에서는 한족 우월주의를 내세워 주변국들이나 국내 소수 인종들에게 강압적 태도를 보인다. 동북공정의 역사왜곡과 2008년 티벳 독립 시위 탄압, 2019년 홍콩 투쟁에 대한 탄압등이 그렇다. 이런 중국 정부 방침의 영향을 받은 한국 내 중국 유학생들 일부가, 한국에서 벌어진 티벳·홍콩 연대 시위대에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을 이용해 극우가 혐중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셋째, 한국 민주당과 좌파 일부는 중국 정부의 그런 만행을 비판하지 않는다. 앞서 지적한 대로 극우가 좌파 전체를 싸잡아 ‘친중’이라고 선동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좌파는 민주당의 “균형외교” 실태를 폭로하고,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삼가지 말아야 한다.
넷째, 2017년 이후 극우는 혐중 선동에 특히 코로나19(극우는 “우한폐렴”이라고 부른다), 중국발 미세먼지 등을 중요한 이슈로 활용했다. 이런 선동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롭 월러스 같은 감염병 역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코로나19는 비단 중국의 특수성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세계 도처에서 새로운 전염병을 만들어 내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도 한반도에 영향을 주지만 한국 내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자체가 만만치 않다. 봄철 석탄발전소 가동 제한이나 경유차 운행 제한 조처가 실제 효과를 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섯째, 중국계 이주민의 가시성이다. 중국계 이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동포들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본격적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 전체 이주민 규모는 260만 명인데, 그중 중국계 이주민이 100만여 명이 된다. 대림동 등 중국계 이주민이 집중된 거주지도 있다. 외국인 유학생도 늘어나는 추세인데(2024년 기준 26만 명), 중국 유학생이 34퍼센트로 가장 많다.
이처럼 극우는 부분적 사실, 그리고 과장과 왜곡된 사실을 뒤섞어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위해 그럴듯한 혐중 선동의 기반으로 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혐중 선동을 “가짜뉴스”로 보고 이를 반박하거나 모니터링하는 데 강조점을 두는 듯하다. 물론 극우의 거짓말을 비판하고 폭로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극우의 혐중 선동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위기, 지배계급의 정치 위기 등 시스템의 문제이므로 단순히 주장만으로는 근절하기 어렵다.
혐중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서부지법 폭동, 4월 구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극우 후보의 약진, 극우 청년단체의 (건국대 양꼬치 거리 등) 혐중 시위는 그동안 극우의 부상을 가벼이 여기던 사람들에게도 경종을 울렸다.
진보당 등과 개혁주의 단체들은 대체로 법령으로(지자체 조례 포함) 혐중 선동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혐중 선동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이 된다.
그러나 법으로 혐중 선동(때때로 물리적 공격 행동)을 없앨 수 있을까?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과 일본 자치단체의 조례가 대안적 사례로 자주 제시된다. 일본 극우인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혐한 시위와 선동을 제어하겠다는 취지로 2016년 제정된 것이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사실상 상징적 의미만이 있다. 일본의 인권 변호사이자 이주민 지원활동을 하는 모로오카 야스코에 따르면,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에는 차별 금지조항이나 제재 규정이 없고, 경찰을 포함해 헤이트 스피치를 법적으로 막을 권한이 없다. 피해자 구제 절차도 정해져 있지 않다.”(모로오카 야스코,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 시행 후의 현상과 과제’, 〈뉴 광주 리뷰〉) 모로오카 야스코에 따르면, 2017년부터 일본의 지자체에서 조례로서 공원이나 공공시설등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했어도 재특회 등의 집회와 선동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물론 법을 더 강화하면 된다는 주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부지법 폭동이나 건국대 양꼬치 거리 폭력사건에서 보듯이 극우가 마음을 먹는다면 법률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고 행동할 수 있다.
사실 극우의 주류화가 진척된 상황에서 정당의 정치활동, 선거운동 등을 제약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올해 4월 거리 곳곳에 걸려 아연실색하게 했던 혐중 현수막(“중국 유학생은 100% 잠재적 간첩,” “한국인은 1등급이 의대 탈락! 중국인은 6등급이 의대 장학금!”)은 정당이 내건 현수막으로 보호받는다.
무엇보다,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법은 부메랑이 돼 좌파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혐오 표현 규제 법률은 국가가 노동자들과 피억압자들의 운동을 단속하는 무기도 될 수 있다.
혐중의 대안으로 “극우의 혐중 프레임에 대항하는 진보적 중국담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김희교 광운대 교수, ‘혐중은 어떻게 극우의 무기가 되었는가?’, 진보당 진보정책연구원 웹사이트). “중국의 문제는 중국의 지식인들에게 일단 맡기”고 우리는 실리를 챙기자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이 중국의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오히려 좌파를 중국의 이중대로 묘사하는 극우의 선동을 효과적으로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혐중에 맞설 것인가? 극우가 중국계 이주민을 표적삼아 벌이는 선동과 행동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극우는 중국계 이주민들의 거주 지역이나 대학(한국 거주 유학생의 다수가 중국계 학생들이다)에서 선동과 행동을 조직하려 한다. 극우 단체인 ‘자유마을’과 ‘자유대학’은 기층 조직을 보유하고 있거나 건설하고 있어서 특히 유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맞선동과 맞불 시위 등을 조직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7월 11일 극우의 대림동 집회에 맞선 맞불 시위는 매우 효과적이었고 뜻깊었다. 중국계 이주민의 한국 정착 이후에 처음으로 열린 중국계 이주민 환영 집회였고, 대림동에 거주하는 중국계 주민들과 중국동포 지원활동가들도 함께하면서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준 듯하다.
극우가 구로구청장 보궐 선거를 혐중 선동의 장으로 삼았던 것을 고려하면, 내년 지방선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도 극우와 파시스트는 거리시위와 선거를 결합하는 이중전략을 추구한다. “극우의 주류화” 때문에 극우 반대자들은 전광훈 당뿐 아니라 국힘이나 이준석 당으로 출마한 후보가 선거를 이용해 혐중 선동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혐중은 극우 강령의 핵심 요소의 하나다. 따라서 극우 자체를 약화시키기 위한 투쟁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극우에 대한 폭로도 중요하다. 극우 반대자들은 왜 혐중이 극우의 무기인지, 혐중이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을 부추기고 한국 노동계급에게 악영향을 미치는지 등등에 대해 폭로해야 한다. 극우는 거리뿐 아니라 국가기관 내에서도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윤석열 일당의 재구속과 쿠데타 일당들을 국가기관에서 일소하는 등의 투쟁도 중요하다.
셋째,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혐중 발생의 근본 원인이 바로 미국 제국주의와 그에 대한 지지다. 이에 맞선 투쟁이 혐중을 약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고리가 된다. 만약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간 충돌이 벌어진다면, 미국의 전쟁에 반대하면서 전쟁 상황에서 강화될 수 있는 혐중에도 반대해야 할 것이다.
넷째, 혐중의 핵심 요소가 국수주의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계급 차별이므로, 이에 맞선 국제주의적 계급투쟁이 중요하다. 한국 내의 중국계 이주민을 포함한 이주민 차별에 반대해 노동계급의 단결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저항에 대한 연대,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투쟁에 대한 연대 모두를 의미한다. 이것이 국수주의에 대한 우리의 답이어야 한다.
이런 과제들을 일관되게 수행할 수 있는 혁명적 좌파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