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의 우호적 분위기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난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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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지난 11월에 이어 두 달 만의 만남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신경을 많이 썼다. 경직된 한중 관계를 풀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용 외교”로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도모하고 싶어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중 양국은 경제 협력처럼 협력이 비교적 원활한 분야부터 관계를 풀어 가기로 했다. 그래서 산업 협력, 기후 위기 대응 등을 담은 15건의 협력 문서를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나오지 않았다.
시진핑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사실 이번 정상회담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중일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져 있는 데다가 미중 갈등도 여전하다. 비록 지난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관세 전쟁 등에서 1년간 휴전하기로 합의했지만, 두 제국주의 강대국의 적대를 키울 쟁점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지난달 트럼프 정부는 대만에 111억여 달러의 무기 판매를 결정했다. 이는 대만과의 단일 무기 거래로는 역대 최대로, 전임 바이든 정부가 4년간 대만에 총 84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한 것보다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중국은 이에 반발하며 즉시 대대적인 대만 포위 훈련을 벌였다.
게다가 1월 3일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구속했는데, 이는 서반구가 미국 제국주의의 배타적 영향권이며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밀어내겠다는 메시지였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원유의 핵심 수출처이자 베네수엘라의 최대 채권국이다.
이처럼 제국주의간 갈등이 자아낸 불안정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전략적 자율성”이 발휘될 여지가 많이 줄어든다.
2일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우호와 협력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대립적으로 가거나 충돌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해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문제로 미국·일본과 첨예하게 대립해 온 중국 측을 의식한 언급이다.
그렇지만 이재명과 그의 외교 팀은 트럼프 정부가 정해 둔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발언 수위를 세심하게 정했을 것이다.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NSS)은 “[기존의] 선언적 대만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선언적 대만 정책”에는 대만에 대한 안보 지원과 함께, (이제 실질적인 의미는 많이 퇴색됐지만) ‘하나의 중국’에 대한 존중이 포함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CCTV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과 안보 협력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도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미국이 한국에 강하게 요구하는 안보 협력 사안에는 대만 유사시 군사 협력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정부 인사들은 한국이 대북 대응을 넘어 대(對)중국 견제 등 폭넓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화답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팩트시트에는 “대만해협의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등 미국 제국주의의 전략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도, 한미동맹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선택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회담장에서 시진핑은 이렇게 말했다. “[양국은] 응당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어야 하고, 정확하고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한국의 선택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중 정상회담 이후, 대만 문제를 비롯해 중장기적으로 한중 관계에 긴장을 자아낼 굵직굵직한 쟁점들이 있다.
중국은 주한미군 역할 확대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 한국의 군비 증강 추세를 경계하고 있다. 결국 그 모든 것이 자신을 겨냥한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서해에 인공 구조물들을 세우며 서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것도 한미동맹의 움직임에 대한 대비책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북·미 대화의 재개를 돕고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언급하기를 회피하고 있다. 북한도 트럼프의 만남 제안에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금 김정은 정권은 마두로 대통령의 납치를 보면서 핵무력을 더 고도화할 필요를 실감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복원을 강조하고,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어도 교류와 협력을 이어가는 “벽란도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국주의 간 쟁투가 그 외교적 긴장과 갈등을 점점 더 위험한 수준으로 키우고 있고, 한국 정부의 선택도 그 위험을 결코 감소시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