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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대림동 극우 맞불집회:
한국인-중국인이 함께 혐중 극우 시위대를 압도하다

7월 11일 오후 대림동에서 극우 반대, 중국인 혐오 중단 긴급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진

“내 친구 중국인 환영한다,” “내 이웃 중국 동포 혐오 말라”

힘찬 연대의 구호가 대림동에 울려 퍼지자 주변을 지나던 중국계 이주민들의 표정이 이내 밝아졌다.

7월 11일 오후 7시 30분 중국계 이주민 밀집 지역인 대림역 11번 출구와 12번 출구 사이 복지장례문화원 앞에서 ‘극우 세력 반대, 중국인 혐오 중단하라’ 긴급 집회가 열렸다.

며칠 전 한 극우 유튜버가 대림동에서 ‘윤 어게인, 반국가세력과 CCP에게 경고한다’ 집회를 열겠다고 공지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열린 집회다.

대림동에서 극우 집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극우의 대림동 혐중 집회가 아무런 항의도 받지 않는다면, 그들은 이후 중국인·중국 동포 거주 지역을 겨냥해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벌일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7월 4일에는 대구에서 극우들이 화교 거리를 헤집으며 중국인 비하 욕설을 퍼붓는 일이 있었다. 대림동 극우 집회는 이런 시위에 고무받았을 것이다.

긴급하게 대항 집회가 조직됐음에도 약 200명이 참가했다. 현장을 지나다 발걸음을 멈추고 합류한 지역의 중국인과 중국 동포들도 적지 않았다. 가게를 접고 집회에 왔다는 중국 동포도 있었고, 성남·수원 등지에서 왔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대림동 주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극우 반대, 중국인 혐오 중단 집회에 함께하고 있다 ⓒ이미진
극우 세력 반대 대림동 긴급 집회에서 김광일 이주노동자 전문 노무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미진

첫 발언자로 나선 김광일 이주노동자 전문 노무사는 자신의 상담 경험을 전하며 중국계 이주민이 특혜를 누린다는 극우의 거짓말을 폭로했다.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대다수가 중국동포를 포함한 중국 이주민들이었습니다. 지난해 화성 아리셀 참사 사망자 17명이 중국 동포였습니다. 그런데도 극우들은 중국 이주민들이 특혜를 누린다고 거짓말합니다. 더 오래 일하고, 더 위험한 일을 하고, 더 힘든 일을 하는 것이 특혜이고 특권입니까?”

이어서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발행인이 발언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오랫동안 중국 동포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사를 써 왔다.

“대중매체에서 대림동을 악의 대상으로 묘사하는데, 여러분 자주 오셔서 양꼬치, 샤브샤브, 냉면 드시다 보면 여기처럼 사람 사는 냄새 나는 곳이 없구나 느끼실 겁니다.

“극우가 여기서 집회하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조용히 지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동포를 사랑하고 대림동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나서 주겠다는 분들을 보면서 자신감을 갖고, 저희 신문 유튜브 방송에도 알렸습니다. 응원의 박수를 보내 주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20년째 한국에 살며 병원에서 간병 일을 한다는 중년의 중국 동포는, 김 발행인의 유튜브 홍보를 보고 30일 만에 퇴근하는 날인데도 집회에 참가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이날 집회를 생중계한 김 발행인 유튜브 영상에는 “한국 국적을 가진 분들이 이렇게 나서 줄 줄은 몰랐습니다. 감동했습니다,” “속 시원한 집회 지지합니다” 등 댓글이 달렸다.

김 발행인의 발언이 끝나고 사회자가 극우 집회에 30여 명밖에 모이지 않았다고 알리자, 참가자들 사이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참가자들은 “극우는 대림동에서 나가라” 하고 구호를 외치며 기세를 더욱 올렸다.

극우 세력 반대 대림동 긴급 집회에서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발행인이 발언하고 있다 ⓒ이미진
극우 세력 반대 대림동 긴급 집회에서 김세광 중국동포한마음연합회 총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미진

김세광 중국동포한마음연합회 총회장이 발언에 나서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80만 중국 동포를 모두 대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대림동 사는 중국 동포들을 대표해서 감사 드립니다. 중국 동포들을 위해서 이 뜨거운 날씨에 평일에도 나와서 집회를 열고 지켜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일부 극우 세력은 중국 동포를 범죄자, 간첩으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아무 근거 없이 누군가의 분노를 쏟아낼 대상으로 우리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이 땅에서 일하고 똑같이 세금도 내고 자식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양효영 〈노동자 연대〉 기자는 극우에 맞선 기층의 연대와 투쟁을 건설하자고 강조했다.

“윤석열이 바로 어제 구속됐습니다. 정말 통쾌한 일입니다. 하지만 윤석열이 고무한 극우세력들은 기층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윤석열은 자신의 계엄 선포를 정당화 하기 위해,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정치적 반대자들과 저항세력을 억누르겠다는 속셈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반민주적인 자들이, 중국 정부의 독재 감시 운운하는 것을 보면 기가 찹니다.

“국적을 넘어서 우리 노동자 서민은 저 권력자들과 극우에 맞서 단결합시다. 더 이상 좌시하지 말고, 이것이 곳곳에서 극우에 맞선 저항과 투쟁에 시작이 되도록 합시다.”

양효영 〈노동자 연대〉 기자 ⓒ이미진
대림동 거리를 지나던 주민들이 극우 반대 집회에 관심을 보이며 영상으로 담고 있다 ⓒ이미진

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발언에 나서 극우를 규탄하고 혐중 선동에 맞서 중국인, 중국 동포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동욱 교사는 퇴근 후에 먼 길을 달려와 발언까지 했다. 그는 중국 동포를 비롯한 이주 배경 아동이 늘어난 학교의 현실을 전하며, 리박스쿨 같은 극우 단체가 혐중을 선동하는 것이 학교 현장의 이주 아동들을 얼마나 위험에 빠트리는지 규탄했다.

한국에서 15년 가까이 거주한 한일 통역사 하세가와 사오리 씨는 일본 극우 세력이 혐한 시위를 통해 성장해 왔음을 지적했다. 사오리 씨는 이처럼 전 세계 극우들이 이주민을 속죄양 삼으며 사람들의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전가시키려 한다는 점을 일본의 극우 사례를 들어 풍부하게 소개했다. 한국에서도 중국인 혐오에 맞서 국적을 넘어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올해 2월 서울대학교에서 극우의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맞선 맞불 집회를 조직했던 이시헌 씨도 발언에 나서 힘을 보탰다. 그는 서울대에서 극우 단체 ‘트루스포럼’이 학내에서 혐중 선동을 하고, 이에 자극 받아 한 극우 남성이 ‘시진핑 기증도서 자료실’에 들어가 삼단봉을 휘두르는 폭력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중국인 혐오 반대 긴급 집회 참가자들이 대림동 골목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대림역 12번 출구부터 시작되는 이른바 ‘대림 차이나타운’ 거리로 행진을 시작했다.

“중국인 환영한다,” “중국 동포는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다” 구호가 거리를 메웠다. 행진 대열은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대열이 이동하기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중국계 이주민들이 박수를 치고, 근처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던 노년의 중국 동포는 환한 표정으로 지긋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생소해서 행진 대열에 다가와 어떤 집회인지 묻고 대화를 나누는 중국계 이주민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행진 참가자들이 당신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면 환호와 박수를 치고 행진 대열을 영상에 담는 중국계 이주민들이 부지기수였다.

자신들을 향한 편견과 극우의 혐중 선동에 맞서 곁에 서 주는 한국인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너무나 반가워했다.

행진코스 끝에 도달하자 사회자는 “극우의 혐오를 계속 막아 내자, 이런 일이 있다면 또 모이자” 하고 호소하며 마무리했다.

“중국인·중국동포는 소중한 이웃” 7월 11일 오후 극우 반대, 중국인 혐오 중단 긴급 집회 참가자들이 대림동 골목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집회에 참가한 중국 동포 유학생 지유 씨는 연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연대에서 나오는 힘이 대단해요. ‘중국 동포는 소중한 이웃이다’라는 구호가 저에게는 엄청 좋았습니다. 외쳐질 때마다 너무 힐링이 됐어요.

“2017년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도 사드 갈등, 영화 〈범죄도시〉 등으로 혐중이 심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혐오가 커진 건 탄핵 후 극우 때문입니다.

“이렇게 피켓 들고 나오는 것이 혐중을 없애기 위한 첫걸음이고, 이런 작은 외침 자체가 혐오를 없애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오후 7시 대림동 9번 출구 앞에서는 6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주의 파괴하고 혐오선동 일삼는 극우세력 물러가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도 100여 명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이날 극우 집회의 규모는 30~40명에 불과했고, 행진도 대림동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등 전혀 자신감이 없었다. 대항 집회가 신속하게 조직되고 훨씬 큰 규모로 열린 덕분에 극우 집회 주최자는 집회 생중계 영상에서 “다음에 웬만해선 안 할 겁니다. 처음 할 때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두 번을 어떻게 온전히 하겠냐” 하고 토로하기도 했다.

극우에 맞선 대항 행동으로 이들이 기를 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대림동 시장 골목을 지나던 시민들이 극우 반대, 중국인 혐오 반대 행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진
극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림동 골목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진
초등학교 김동욱 교사 ⓒ이미진
한국에 거주 중인 일본인 청년 하세가와 사오리 씨 ⓒ이미진
서울대학교에서 극우에 맞선 맞불 집회를 조직한 대학생 이시헌 씨 ⓒ이미진
7월 11일 오후 대림동에서 극우에 맞서 중국인 혐오 중단 긴급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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