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혐중은 미국 제국주의 지지와 국수주의를 핵심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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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자, 국민의힘(국힘)이 혐중 선동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국힘 최고위원 김민수는 무비자 입국을 두고 “범죄 조직 등의 침투 가능성,” “전염병 확산”을 운운했다. 국힘 의원 주진우는 윤석열 정부 때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에 찬성했다가 이제 말을 바꿔 “간첩 ‘활동 면허증’ 내주는 격”이라며 노골적으로 반중 선동을 했다.
국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김은혜는 아예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재한 중국인들이 건강보험, 부동산, 선거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면서 말이다. 이런 주장은 왜곡과 거짓에 기반해 있다. (관련 기사: ‘재한 중국인·중국 동포에 대한 극우의 거짓말들’을 보시오.)
김은혜는 “건강보험료는 국민이 내고 혜택은 외국인이 가로챈다,” “왕서방들이 살지도 않으면서 월세를 받아가는 사이 서민들 내 집 마련 꿈은 스러져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55억 원 흑자였다. 재한 중국인들은 오히려 세금을 낸 만큼도 의료 복지를 이용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 주택 비율은 각각 0.27퍼센트, 0.52퍼센트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2024 국토부). 평범한 한국인들이 높은 집값으로 고통받는 건 필수재인 주택이 시장 이윤 논리에 내맡겨져 부자들의 투기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수년간 한국에 거주하고 영주권까지 획득한 이주민이 선거권을 누리는 건 민주적 권리다. 이주민은 이 사회에 기여하고 또 영향을 받는 당사자다. 그나마도 한국에서 이주민의 선거권은 지방선거에만 국한돼 있다.
극우의 친미혐중
이런 가짜뉴스들을 국힘을 위시한 극우가 쏟아붓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국힘이 극우 결집을 위해 혐오 정치를 앞세우고, 이런 혐중이 ‘국익’에 해를 끼친다고 비판한다.
반면, 일부 좌파들은 혐중을 막으려면 이재명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이 즉각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은 극우의 혐중을 혐오와 차별의 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요소가 있다.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혐오가 번지는 것은 노동자들을 이간질시켜 차별을 강화하는 효과를 내므로 반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극우가 특별히 중국인을 겨냥하는 데에는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김광일 이주노동자 전문 노무사는 혐중의 핵심 구성 요소가 미국 제국주의 지지와 국수주의(배타적 민족주의)라고 지적했다.(관련 기사: ‘왜 극우는 혐중 부추기나’를 보시오.)
즉, 혐중 선동은 미·중 간 지정학적·경제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제국주의를 확고하게 지지해야 한다는 극우 노선을 뒷받침하는 수단인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제국주의적이고 극우적인 행보에 적극 박자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국힘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줄타기를 하는 듯하면서도 결국 미국 제국주의에 협력할 것이라는 점을 이용해 그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혐중 집회를 비난하고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실시하면서도 안보 영역에선 중국과 대적하고 있다. 전임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겨냥하는 한미일 군사 훈련에 동참하고 있다. 사실 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중국도 적국으로 간주하는 간첩법 개정을 지지했다.
또, 13일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장관은 중국인 부동산 매입이 “공정하지 않다”며 국힘에 수긍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을 책임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민주당의 혐중 비판은 일관성이 없다. 가령 최근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힘 의원들이 혐중을 선동할 때 ‘얼토당토않다’더니, 캄보디아 범죄 문제가 쟁점이 되자 “대부분의 국제 마피아들은 중국인 출신”이라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가는 뿌리 깊은 친미 국가이고,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도 결코 그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 역시 미국 트럼프가 주도하는 서방 제국주의 질서의 논리와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기조하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극우의 혐중 선동에 일관되게 맞설 수 없는 이유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가 말로는 혐중을 비판하지만 근본에서는 미국 제국주의에 협조하는 것을 보며 극우는 자신들의 반중 선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
따라서 극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극우가 혐중의 근거로 삼고 있는 미국 제국주의, 그리고 더 근원적인 제국주의 경쟁 시스템에 대한 도전과 결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