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청소년 난민 인정:
친구들과 교사들의 연대 활동이 이룬 소중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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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쫓겨날 뻔한 이란 출신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마침내 오늘(19일)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진작 이루어졌어야 할 매우 당연한 결정이다.
한국에서 개종한 이 학생과 그의 아버지는 이란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당할 수 있다. 그래서 2016년 난민 신청을 했지만 한국 당국은 냉혹하게 거부했다.
사연을 알게 된 같은 학교 친구들과 교사들이 그의 난민 인정을 위해 발벗고 나섰고, 이에 힘입어 난민 지위 재신청을 한 끝에 난민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는 친구들과 교사들이 함께 힘쓴 투쟁의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 친구들은 이란 학생의 난민 인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을 올려 동참을 호소하는 활동을 벌였고, 해당 학교 교사들은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을 했다.
해당 학교의 전교조 조합원인 한 교사는 난민인권센터에 문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난민 지위 재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란 학생에게 알려줬다. 전교조는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명의로 청와대 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조합원들에게 발송했다.
특히 친구들과 교사들은 지난 7월 19일 최악의 폭염도 아랑곳 않고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팻말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에는 50여 명이 참가했다. 난민을 반대하는 인종차별적 우익들이 한창 기세를 올리던 시점에서 난민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이들은 10월 3일에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팻말 시위를 벌였다.
이런 행동이 이어지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란 학생을 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9월 16일 난민 연대 집회가 우익들의 맞불 집회보다 큰 규모로 열리고,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도 당국에 압력이 됐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제주도의 예멘 난민 중 단 1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10년 가까이 한국에 산 청소년을 쫓아낸다는 것이 정부에게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이란 학생을 도왔던 해당 학교 학생회는 이날 환영 입장문을 내 이번 사건이 “이제 시작인 난민인권운동의 작은 이정표”로 기억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적대감, 분노, 공포심, 조롱, 국민이라는 탈을 쓰고 난민들에게 행해졌던 당신들의 공격이 나치의 수치스러운 광기와 무엇이 다릅니까?”하며 난민 반대 세력을 비판했다.
이란 학생이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가기를 응원한다. 정부는 같은 사유로 난민 신청을 한 이란 학생의 아버지에게도 신속히 난민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