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덜나게 생긴 AI 도박
〈노동자 연대〉 구독
미국 자본주의 자체가 “인공지능(AI)에 건 판돈이다.” 록펠러 캐피털 매니지먼트 국제 사업 부문의 수장 루치르 샤르마의 말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AI 관련 분야에 향후 5년간 수조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투기꾼들은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기술 기업들의 주식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대출도 해 주고 있다.
샤르마는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계속되는 물가 상승, 이민의 붕괴 등 경제에 제기되는 위협이 쌓여 감에도 투자자들이 움츠러들지 않는 듯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샤르마가 말하는 “이민의 붕괴”란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추방당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기술 기업들은 이주 노동자들에게 의존하는데, 수익 증대를 위해 임금을 적게 지불해도 되는 저렴한 노동력으로 그들을 부려 먹는 것이다.
끝없이 늘어나고 있는 미국 정부 부채 문제도 있다. 현재 미국 정부 부채는 미국 제조업·서비스에서 연간 생산되는 총가치의 100퍼센트를 넘는다. 현재 그 부채의 이자만 연간 1조 달러에 이르고 이는 미국 군비 지출보다 많은 액수다.
현 투자 호황의 근본 가정은 AI가 미국의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키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성 향상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술 기업들, 혹은 적어도 그중에서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들에 막대한 이윤을 안겨 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3주간 그런 가정에 대한 의구심이 스멀스멀 자라난 듯 보인다. 주식 시장에서 상당한 매도세가 나타난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모순되는 두 가지 우려가 커져 왔다.
첫째, AI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여러 부문의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둘째, AI가 실제로는 막대한 투자를 보상할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많은 기업들이 느끼는 문제는 기술 변화의 속도 때문에 지금까지 한 막대한 투자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심지어 아예 증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둘째 우려, 즉 전례 없는 규모의 AI 관련 투자가 기대한 만큼 수익을 남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첫째 우려보다 훨씬 타당해 보인다.
주요 기술 기업들 간의 본질적으로 무계획적이고 무정부적인 경쟁은 AI 프로그램들이 수요보다 더 많이 생산될 가능성을 키운다.
AI가 생산성을 얼마나 더 많이 끌어올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라질 일자리는 분명 있겠지만, 그 일자리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전혀 예정돼 있지 않다. 이는 소비자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언제나 양날의 칼이라는 것이다. 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그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수익을 늘릴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도 같은 기술을 도입하고, 경제 전반에서 고용보다 기술에 더 많이 투자되면 이윤율이 하락할 것이다. 이윤은 결국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생산하는 상품의 가치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 자체는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다.
최근 주식 시장이 요동치며 1조 달러어치의 기업 가치가 증발했음에도 AI 거품은 얼마간 이어질 듯하다. 그 거품은 경제의 두 근본 정리(定理)에 의해 계속 커질 것이다.
첫째는 주가 상승과 그에 의한 부의 증가가 ‘나만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낳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더 멍청한 자’ 정리인데, 이것은 거품이 꺼지기 직전까지도 주식을 사들여 줄 더 멍청한 자가 언제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누구나 조만간 AI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또는 완곡한 표현으로 “조정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그 거품의 붕괴가 얼마나 심각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공지능은 전 세계 사람들을 크게 이롭게 할 수 있다. 노동 시간을 줄여 줄 수도 있고, 지루한 업무에서 사람들을 해방시켜 줄 수도 있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게 해 치료를 개선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사람들, 즉 노동계급이 AI를 통제해야 한다.
하나 확실한 것은, 지금 사회에서는 AI가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과 일자리를 공격하고 군대의 살상 능력을 강화하는 데에 오용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어쩌면 재앙적인 경제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