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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석 영화칼럼
:
젊은 영화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18호
2009. 11. 5
지난 칼럼에서 〈디스트릭트 9〉을 기대작으로 추천한 뒤 불안했다. 해외 영화평들이 좋아도 보지도 않은 영화를 권하는 건 도박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며 영화를 보았는데 다행히 역시나였다. 영화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정치적으로도 의미 있고 장르적으로도 재미있다. 외계인 이주민들이 격리수용되고 차별 당한다는 가상 설정을 통해 인종 문제를 풍자한 SF …
우원석 영화칼럼
:
〈불신지옥〉의 아쉬움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16호
2009. 10. 8
올 여름 극장에서 본 영화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영화는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이다. 영화 제목도 촌스럽게 느껴졌고, 그저 그런 한국 공포영화가 아닐까 싶어 별 기대 없이 보았다. 솔직히, 당시 날씨가 너무 더워 극장의 에어컨이 그리웠고, 마침 딱히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관람 도중 나는 예상치 못한 탄성을 내뱉었다. 여주인공 희진(남상미)…
우원석 영화칼럼
:
스플래터 영화의 매력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14호
2009. 9. 10
파스칼 로지에 감독의 공포영화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은 한동안 프랑스를 시끄럽게 했다. 끔찍한 폭력, 고문 장면들 때문에 18세 등급 판정 ― 프랑스에서는 하드코어 포르노 영화 정도만 18세 등급을 받는다 ― 을 받아 논란을 빚었고, 그런 잔혹함 때문에 관람을 중간에 포기한 관객들도 많았다는 풍문도 있었다. 하지만 폭력, 고문 장면들 그 자체는 사실…
우원석 영화칼럼
:
스포츠 영화에 관한 단상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12호
2009. 8. 13
나는 스포츠 영화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스포츠 영화들, 특히 한국의 스포츠 영화들 대부분은 어설픈 휴머니즘적 감동만 서툴게 쫓는다. 또, 스포츠 영화의 핵심인 경기 장면들은 TV 스포츠 방송중계의 보수적인 미학 - 경기에 선수로 참가한 인간들의 살벌한 경쟁을 근사하고 멋진 볼거리로만 포장하는 촬영방식 - 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생애…
우원석 영화칼럼
:
찰리 채플린 VS 버스터 키튼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11호
2009. 7. 31
가요팬들 사이에 소녀시대가 낫냐, 원더걸스가 낫냐 하는 갑론을박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 영화팬들 사이에도 이런 종류의 논쟁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무성 영화의 두 거장,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중에서 누가 더 웃기느냐 하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은 전성기가 겹친다. 둘 다 1910년대 후반 인기를 얻기 시작해 1920년대 절…
우원석 영화칼럼
:
〈반두비〉를 권하며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10호
2009. 7. 17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는 한국 여고생 민서와 이주노동자 청년 카림의 색다른 우정에 관한 영화다. 영상물 등급 위원회의 의심쩍은 등급판정 - 영화제 상영 때와 달리 극장 개봉 때 관람등급이 갑자기 높아졌다. 영화 속에 담긴 MB 비판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의혹이 있다 - 때문에 논란이 됐던 이 영화는 착취와 멸시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
우원석 영화칼럼
:
타인의 고통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9호
2009. 7. 2
필자 우원석 영화감독은 뉴욕에서 영화 공부를 했고 지금 작품을 준비중이다. 지난 한 해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를 말해 보라면 나는 〈클로버필드〉를 꼽겠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다. 거대한 괴물이 나타나 뉴욕을 초토화시킨다는 내용을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이 영화에 돋보이는 주제의식 따윈 없다. 9.11 테러 때문에 생긴 미국인들의 정신적 외상에 …
우원석 영화칼럼
:
프레임의 정치학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8호
2009. 6. 18
필자 우원석 영화감독은 뉴욕에서 영화 공부를 했고 지금 작품을 준비중이다.프랑스 누벨바그 ― 195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등장한 영화운동인데, 히치콕의 영화들처럼 감독의 개성이 뚜렷한 작품이 훌륭한 영화라는 작가주의 이론을 대중화시켰다 ― 의 여성감독으로 유명한 아그네스 바르다의 〈이삭 줍는 사람들〉(2000)은 아름다운 영화다. 고령으로 손을 떠는 72살…
우원석 영화칼럼
:
〈마더〉 ─ 인간에 대한 예의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7호
2009. 6. 4
〈E.T〉(1982)로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모든 작품들은 영화 연출의 교과서다. 얄팍한 주제의식 때문에 비평적인 점수가 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장면 연출의 솜씨를 놓고 보면 그와 견줄 만한 동시대 감독은 없다. 카메라의 위치,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감, 장면의 시점, 연기 연출, 컷(Cut)의 경제성과 리듬감 등 연출의 모든 면에서 그는 탁월한…
우원석 영화칼럼
:
아이, 노인, 여자 그리고 영화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6호
2009. 5. 21
몇 년 전 어느 단편영화제에서 예비심사를 맡은 적이 있다. 보름 동안 무려 삼백여 편의 영화들을 봐야 했는데 고된 작업이었다. 하루 종일, 그것도 두 주 넘게 영화만 보고 있자니 몸이 힘들었다. 또 다들 나름으로 정성껏 만들었는데 누구는 합격시키고 누구는 떨어뜨려야 했으니 마음도 불편했다. 더구나 내가 예심을 맡은 부문이 하필이면 사회 드라마 섹션이었다. …
우원석 영화칼럼
:
뱀파이어가 영생하는 이유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5호
2009. 5. 7
뱀파이어가 세상 어딘가에 진짜로 있다고 하자. 그리고 우연찮게 한국에 왔다가 박찬욱 감독의 뱀파이어 영화 〈박쥐〉를 보았다고 하자. 그가 이 영화를 좋아할까. 내 생각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박쥐〉가 형편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밀도 높은 연출, 근사한 촬영, 뛰어난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또, 늘 그래…
우원석 영화칼럼
: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위한 변명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4호
2009. 4. 23
인도 뭄바이 슬럼가의 청년 자말의 인생역전을 다룬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각종 영화제에서 무려 84개의 상을 싹쓸이했고 2009년 3월 기준으로 총 2억 9천만 불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영미권 장편영화치고 상대적으로 저예산 ─ 1천 5백만 불의 제작비 ─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가 거둔 성공은 대단하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이 두툼하고 가파른 만…
우원석 영화칼럼
:
악의 진부함
지면
우원석
레프트21 3호
2009. 4. 9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그리고 영화는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뒤 악(惡)을 남긴다. 영화를 본 뒤 관객들이 선한 주인공을 인상 깊게 기억하는 경우는 드물다. 〈양들의 침묵〉(1991)을 본 관객들은 여주인공 클라리스보다 인육까지 즐기는 한니발을 더 선명히 기억한다. 또 〈스타워즈〉(1977)를 본 관객들은 루크보다 다스베이더를…
독자편지
이명박이 한마디 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지면
우원석
맞불 94호
2008. 7. 3
학원강사인 제 친구는 지난해에 중학생 딸을 싱가포르로 조기유학 보냈습니다. 그러나 돈이 부족해 어정뜬 싱가포르로 가게 된 딸이 도대체 미국에 간 부잣집 아이들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냐며 못난 아비 때문에 딸이 뒤처진다고 자책합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다른 친구는 월급 2백만 원 중 1백20만 원을 두 아이 사교육에 씁니다. 한 아이 당 60만 원을 써서…
〈노동자 연대〉 524호
2024.11.05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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