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석 영화칼럼:
젊은 영화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 칼럼에서 〈디스트릭트 9〉을 기대작으로 추천한 뒤 불안했다. 해외 영화평들이 좋아도 보지도 않은 영화를 권하는 건 도박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며 영화를 보았는데 다행히 역시나였다. 영화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정치적으로도 의미 있고 장르적으로도 재미있다.
외계인 이주민들이 격리수용되고 차별 당한다는 가상 설정을 통해 인종 문제를 풍자한 SF 영화 〈디스트릭트 9〉은 패기 넘치고 대담하다. 29살 먹은 젊은 감독 닐 블롬캠프는 신선한 발상, 진솔한 사회비판, 속도 빠른 이야기 전개와 거친 촬영 등으로 새로운 감흥을 만들어낸다. 영화적 허점들이 가끔 눈에 띄지만 감독은 시치미를 뚝 떼고 정면 돌파한다. 가령, 외계인의 기술을 탐내는 외계인 관리 회사가 기술의 보고인 거대 우주선을 20년 넘게 허술하게 방치했다는 점도 말이 안 되고, 내레이션 구실을 하는 먹큐멘터리
하지만 이런 젊은 영화에 아쉽게도 노인네 같은 대목이 있다. 예컨대, 주인공 비커스는 소심하고 허약한 남자인데, 영화 끝 무렵엔 외계인의 무기를 이용해 악당들과 싸우는 강한 남자로 변신한다. 이런 변신, 즉 소심, 허약, 결격 사유가 있는 남성이 수퍼 파워를 획득해 강한 남자로 거듭나는 것은 수많은 영화들에서 지겹도록 되풀이되는 낡은 모티브다.
환골탈태
이런 모티브를 가장 노골적으로 사용한 영화는 제목조차 직설적인 〈슈퍼맨〉
이런 변신 모티브는 사실 유아적이다. 소싯적 동네 깡패에게
진정 모든 면에서 패기 넘치는 젊은 영화를 보고 싶은 독자들에겐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셀레브레이션〉
〈셀레브레이션〉은 형식적으로도 대담하고 호기롭다. 쓸데없이 비싸고 비대한 현대 영화 테크놀로지와 속빈 강정 같은 고전 영상미학 등을 깡그리 부정하고 공격하기로 작심한 감독은 일체의 조명 장비 없이 조악한 비디오카메라로 단 일주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결과는 환상적이다. 직접 확인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