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석 영화칼럼:
뱀파이어가 영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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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가 세상 어딘가에 진짜로 있다고 하자. 그리고 우연찮게 한국에 왔다가 박찬욱 감독의 뱀파이어 영화
하지만 뱀파이어 입장에서 보자면
뱀파이어가 이렇게 푸대접을 받게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돌이켜 보면,
하지만 이젠 밑천이 바닥났다. 수많은 소설들, 영화들이 너무 많이 우려먹어서 모든 게 고갈됐다. 요즘의 뱀파이어는
그러면 뱀파이어의 문학적, 영화적 수명은 이제 다한 것일까. 그럴 리는 없다. 뱀파이어는 영생한다. 영생해야 하기 때문에 영생하는 게 아니다. 영생의 진짜 이유는 창작자들의 상상력과는 무관하다.
호시절
동서고금을 걸쳐 뱀파이어 괴담은 항상 있어 왔다. 그런데 이것이 문화에 영향을 끼칠 만큼 커진 것은 질병의 전염과 확산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예컨대 중세 흑사병은 유럽 흡혈귀 민간설화의 기초였다.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인 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
과학과 의술이 발전했다는 20세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공포소설의 거장인 리처드 매드슨의 걸작 《나는 전설이다》
뱀파이어 괴담은 질병에 대한 공포를 먹고산다. 그러니 질병의 전염과 확산이 끊이지 않는 한 뱀파이어는 소설과 영화에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 성능 좋은 핵무기는 무수히 만들면서 신종플루 하나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요즘 같은 야만의 시대야말로 뱀파이어에겐 호시절이라고 하겠다.
참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