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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정당하다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사상 처음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석열이 이례적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해 이를 지시했다.

심각한 생계비 위기에 직면해 최소한의 운송료 보장(안전운임제)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파괴하겠다고 대통령 자신이 작정하고 나선 것이다.

업무개시명령은 파업 노동자 개개인에게 면허 정지·취소와 사법 처리(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를 하는 것이다. 경제 위기 한파에 먹고살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생계 수단을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비열한 짓거리다.

11월 28일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결의대회 ⓒ안우춘

당장 일부 건설 현장이 마비되는 등 파업 효과가 커진 시멘트 운송 분야가 업무개시명령 대상이 됐다. 다른 분야로도 파업 효과가 커지자 정부는 정유·철강 부문으로 확대하려 한다.

윤석열은 범정부적 파업 파괴 대책본부(재난안전본부)를 구성하며 전방위적 탄압에 나섰다. 각료들은 연일 험한 말을 쏟아 내며 저항을 무너뜨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업을 지속하면 가중 처벌하겠다거나, 안전운임제를 아예 폐지시켜 버리겠다거나,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면서 말이다.

이는 정부와 사용자들이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 떠넘기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대(對)노동계급 전쟁 선포다.

파렴치

얼토당토않게도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국가 재난”으로 규정했다.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위기 속에서 삶을 지키기 위해 나선 노동자 저항을 158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비극에 견주다니 그 뻔뻔함과 파렴치에 치가 떨린다. 윤석열이야말로 평범한 청년들의 안전을 내팽개쳐 비극을 만든 경찰력 오·남용자 아니던가!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의 공권력과 경찰력 배치 우선순위가 낳은 비극이다. 윤석열의 경찰력 배치 기본 방침에 따라 그날 경찰은 공안(집회 통제), ‘마약과의 전쟁’, 대통령 경비에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막을 수 있었던 참사가 서울 중심지 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는 기업의 이윤 보호를 우선하느라 노동자들의 생존 외침을 깔아뭉개고 있다.

이태원 참사와 화물연대 파업에서 공히 확인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과 삶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을 끌어내리지 않으면 보통 사람들의 삶이 만신창이가 될 것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명확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만큼, 민주노총 지도부는 단 하루일지라도 실질적인 총파업을 명령해야 한다. 윤석열에게 사과와 “엄중 경고”만 말할 게 아니라, 윤석열을 정면 겨냥해 퇴진을 내걸고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화물연대 투쟁과 퇴진운동은 같은 적을 상대하고 있다

윤석열의 강경 탄압은 이 파업이 경제적·정치적 파장을 일으켜 정부의 위기를 재촉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반영이다.

윤석열은 취임 초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가 일부 마비되고 정부 지지율이 떨어졌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을 막고자 안달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탄압은 정부에 대한 노동 대중의 분노를 키우고, 윤석열 퇴진 정서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

매주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를 이끌고 있는 ‘촛불행동’은 업무개시명령을 비판하면서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화물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한다”, “퇴진이 답이다” 등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번 파업은 화물 노동자들의 경제적 요구를 내건 투쟁일지라도, 정권의 수장인 윤석열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정부와 사용자들이 모두 달려들 만큼 정치적인 성격이 매우 짙다. 퇴진 운동이 커지고 깊어질수록 화물 노동자들에게도 유리하다.

이번 파업은 현 정세 속에서 세력 균형의 추가 어디로 기울지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운동이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을 흠뻑 지지·엄호해야 할 이유이다.

독일의 혁명가 로자룩셈부르크는 정치 투쟁이 경제 투쟁의 비옥한 토양을 만들고 다시 경제 투쟁이 정치 투쟁을 강화하는 상호작용을 통찰력 있게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관해서는 본지 441호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의 결합과 그 시너지 효과 — 룩셈부르크의 통찰’을 보시오.)

이태원 참사 비극에,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법치주의 내세운 권위주의에 분노하는 사람들 모두는 윤석열이라는 같은 적을 상대하고 있다.

화물연대 투쟁과 퇴진운동이 만나면 서로 시너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민생 볼모”, “사회적 약자 때리기”? NO! 서민의 생계 저항 대표한다

윤석열과 사용자들과 보수 언론은 화물연대가 “국가 물류와 민생을 볼모”로 명분 없는 떼쓰기나 하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정부는 이번 파업으로 일주일 만에 1조 6000억 원의 산업 손실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국민 경제”가 다 망가지게 생겼다는 것이다.

정부과 사용자들이 걱정하는 “국민 경제”는 기업의 경제이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삶과 저항을 짓밟아야 기업의 착취 활동이 산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화물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런데도 고유가·고금리 때문에 매달 수백만 원씩 소득이 줄어 생존 위기에 처했다. 이에 맞선 투쟁은 광범한 대중의 생계비 고통을 대표하는 것이다.

파업으로 인한 물류 공급 차질은 오히려 그동안 화물 노동자들이 경제에 얼마나 크게 이바지해 왔는지를 보여 준다. 노동자들은 국가 경제의 대동맥이 흐르도록 연결하는 중요한 일을 해 왔다. 그런 만큼, 그 물류를 멈춰 세울 힘도 있다.

이 투쟁이 성과를 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도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생계비 위기의 대안을 화물 노동자들은 보여 주고 있다.

대체수송 저지 투쟁은 파업 효과와 단결에 효과적이다

화물 노동자들은 주요 항만과 컨테이너기지, 시멘트·정유·철강·타이어 공장 등 거점에서 봉쇄 투쟁을 하고 있다. 대열을 짓고 천막 농성을 하면서 비조합원들에게 파업 참여를 호소하고, 불참자들을 설득해 돌려보내고, 파업 참가자들의 결속을 높이고 있다.

윤석열은 이를 두고 “타인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 행위”, “동료 괴롭히기”라며 거품을 물고 사법 처리를 협박하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 판교 저유소로 가는 길목에서 대체수송 차량들에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화물 노동자들 ⓒ유병규

그러나 이런 봉쇄 투쟁은 파업 효과를 높이고 노동자들을 단결시키기 위한 정당한 투쟁 방식이다. 국제 노동운동에서 ‘피켓라인’(파업 노동자들의 집단적 대열)이라고 일컬어지는 역사가 깊은 전술이다.

피켓라인은 중요한 전투에서 결정적 승리를 가져다 주곤 했다. 1970년대 초반 영국 보수당 정부를 끌어내린 광부 파업이 대표적 사례이다.

한국에서도 전통적으로 화물 노동자들이 피켓라인을 형성해 싸웠다. 가령, 2003년에 부산항과 의왕 기지 등을 봉쇄한 덕분에 화물차 20만 대의 운행을 막아 정부의 양보를 얻어 냈다. 지난 6월에도 자동차, 석유화학단지, 컨테이너기지 등이 부분 마비됐다.

정부와 기업들이 봉쇄 투쟁에 진저리를 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전술은 동료 괴롭히기이기는커녕 노동자들을 결속시키고 모두의 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안전운임제 지속·확대 요구는 화물연대 조합원만이 아니라 비조합원들의 오랜 바람이다.

11월 29일 광주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 남문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결의대회 ⓒ백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