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석열이 이례적으로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해 이를 지시했다.
심각한 생계비 위기에 직면해 최소한의 운송료 보장(안전운임제)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파괴하겠다고 대통령 자신이 작정하고 나선 것이다.
업무개시명령은 파업 노동자 개개인에게 면허 정지·취소와 사법 처리(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를 하는 것이다.
당장 파업 효과가 큰 시멘트 운송 노동자들(건설 현장이 마비됐다)이 업무개시명령 대상이 됐다. 경총은 다른 분야로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정부와 사용자들이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 떠넘기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대(對)노동계급 전쟁 선포다.
얼토당토않게도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국가 재난”으로 규정했다.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위기 속에서 삶을 지키기 위해 나선 노동자 저항을 158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윤석열 제작 비극에 견주다니 그 뻔뻔함과 파렴치에 치가 떨린다. 윤석열이야말로 평범한 청년들의 안전을 내팽개쳐 비극을 만든 경찰력 오·남용자 아니던가!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의 공권력과 경찰력 배치 우선순위가 낳은 비극이다. 윤석열의 경찰력 배치 기본 방침에 따라 그날 경찰은 공안(집회 통제), ‘마약과의 전쟁’, 대통령 경비에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막을 수 있었던 참사가 서울 중심지 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기업의 이윤 보호를 우선하느라 노동자들의 생존 외침을 깔아뭉개고 있다. 윤석열의 직접 지시에 따라 범정부적 파업 파괴 대책본부(재난안전본부)가 꾸려지고 업무개시명령까지 발동됐다.
이태원 참사와 화물연대 파업에서 공히 확인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과 삶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을 끌어내리지 않으면 보통 사람들의 삶이 만신창이가 될 것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명확해졌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가 물류와 국민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며 노동자 탄압을 정당화한다.
윤석열이 걱정하는 “국민 경제”는 기업의 경제이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삶과 저항을 짓밟아야 기업의 착취 활동이 산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화물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런데도 고유가·고금리 때문에 매달 수백만 원씩 소득이 줄어 생존 위기에 처했다. 이에 맞선 투쟁은 광범한 대중의 생계비 고통을 대표하는 것이다.
윤석열의 강경 탄압은 이 파업이 경제적·정치적 파장을 일으켜 정부의 위기를 재촉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반영이다.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엿새 만에 전국의 건설 현장 절반 이상이 멈췄고, 주요 항만과 컨테이너 기지 반출입량이 10퍼센트대로 뚝 떨어졌다. 철강, 정유 공급에도 차질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은 취임 초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가 일부 마비되고 정부 지지율이 떨어졌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을 막고자 안달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서울지하철·철도 파업 등과 결합되는 상황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탄압은 정부에 대한 노동 대중의 분노를 키우고, 윤석열 퇴진 정서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 11월 26일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화물연대 파업은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지금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은 현 정세 속에서 세력균형의 추가 어디로 기울지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만큼, 민주노총 일상 지도부인 상집은 (중집 회의 기다릴 필요 없이) 그저 기자회견, 지역별 집회에 그쳐서는 안 되고 단 하루일지라도 총파업을 명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