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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파업 중인 화물 노동자의 딸이 보내 온 편지

화물연대 이봉주 위원장의 딸 이진선 씨가 정부와 친사용자 언론의 화물연대 파업 탄압과 비난을 비판하면서 화물 파업을 응원하는 편지를 본지에 보내 왔다.

항상 첫 시작은 “아빠 파업 들어갈 거야. 당분간 집에 못 들어와”이다.

동대문 도매 일을 마치고 퇴근 후 우연히 역 근처에서 마주친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11월 24일 정시, 화물연대는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의 여파는 언제나 그러했듯 상상도 못 할 만큼 컸다. 내가 일을 다니는 동대문까지도 퍼졌으니까. 직원으로, 한 일반인으로, 화물연대 위원장이자 아버지의 딸로서 그 여파를 여실히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본부장 ⓒ이미진

들어와야 할 중국 물건들이 항에 묶여 들어오지 않게 되고 여기저기서 원성들이 튀어나왔다. 거래처들도, 동대문에서 사업을 하는 가게 사장님들도, 심지어는 물건을 사입해 소위 말하는 ‘화물비’를 받아가는 ‘삼촌’의 입에서도.

여느 때처럼 아버지가 파업에 들어가면 나는 조용히 뒤에서 화물연대를 응원한다. 걱정이 앞서지 않도록, 그저 조용히 응원한다. 그들이 말하는 요구가 노동자로서 정당한 요구라고 생각하기에, 그것이 이뤄져야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믿기에.

하지만 이번엔 뭔가 더 달랐다. 어떻게든 그들을 ‘위협적이고 나라의 경제를 망치는 인간들’로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정부로 인해, 그리고 그걸 따르는 일부 지라시와 견줄 수도 없는 언론으로 인해 화물연대의 정당한 요구와 외침은 한낱 칭얼댐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그래도 이길 거라고, 화물연대가. 나의 아버지들이, 나의 어머니들이 속한, 나아가 비조합원들도 편해질 수 있도록 그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이길 것이라고 불안해 쿵쾅대는 심장에 속삭였다.

그러나 그 속삭임을 비웃듯 나는 직장에서 안 좋은 경험을 당했다. 중국 물건이 들어오지 않아 주문 수량이 낮아지자 당연히 사입 삼촌들은 ‘화물비’를 받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거 때문에 한 삼촌이 건물 복도에서 “화물연대 발 *들!!” 이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그걸 듣는 순간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피가 거꾸로 솟았고 화가 나는 감정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사입 삼촌들은 배송하는 가격에 따라 2천 원, 3천 원, 4천 원, 1천 원씩 올려 ‘화물비’를 받는다. 일종의 팁이 문화처럼 굳어져 내려온 것인데 고된 일들이 그렇듯 어찌 보면 ‘인센티브’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이걸 안 주려는 사장과 받아 내려는 삼촌들이 싸우는 풍경도 잦다.

지나가는 말로 ‘고작 몇천 원’ 때문에 소란이 인다. 그런데 그들에겐 ‘기본’ ‘월급’이 있다.

화물연대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그’ 안전운임제 같은 것이, 그들에게는 있다.

나는 직원의 입장이지만 삼촌들에게 되도록 화물비를 주려고 하는 쪽이다. 다 같이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이해해 보려 했다. 속상했겠지. 원래라면 받았을 화물비를 화물연대 파업으로 못 받았으니. 속상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퇴근 후 집에 도착한 나는, 울었다.

화물연대의 투쟁이, 그 고된 싸움이. 자꾸만 내쳐지고 있는 듯한 그분들이 생각나서. 예전부터 내 가족만 같은, 그 시간에도 지금 상황보다 더 힘든 것은 없다고 투쟁하고 계실 그분들이 생각나서. 그 투지에 사정을 들여다볼 생각조차 없는 누군가가 오물을 끼얹은 것만 같아서, 나는 숨죽여 울고 말았다.

계속되는 이간질과 모욕 섞인 정부의 혀 놀림에 아버지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기까지 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가족이었나보다.

문득 나와 같은 마음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화물연대의 조합원, 비조합원의 가족들. 형제, 자매, 부모, 아내, 자식, 친구들. 슬프고 화나고 안타깝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을 겪고 계실 것이다. 오히려 투쟁하고 있는 그들에게 화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런 길을 걷냐고. 말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지 말라고. 당연한 감정이다. 가족이니까. 분노도, 슬픔도, 답답함도. 다 당연하다.

나 또한 같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그만하고 돌아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파업이 시작되고 열흘 만에 집회에서 만난 아버지는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죽일 테면 죽이라 그래. 더는 물러설 곳도 없어. 끝까지 싸울 거야.”

그 말에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기고 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응원이었다는 게 한심할 따름이었다.

아버지의 투지는, 화물연대의 투지는 고작 나 따위의 투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12월 6일 오후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 인근 도로에서 열린 ‘화물총파업 투쟁 승리! 윤석열 정부 노동탄압 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 ⓒ이미진

정부와 몇 말도 안되는 언론이 화물연대를, 통틀어선 모든 연대를 악질적이고 나라를 망하게 하려는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 연대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국민인데도, 정부는 결국 모두 한편임을 잊게 하려 이간질하고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마치 노조 때문에 우리가 힘든 것처럼 인식시키려 하고 있다. 정작 악질적이고 나라를 망하게 드는 것은 정부인데도 말이다.

그래. 아버지의 말이 맞다. 그래라. 전부 다 죽여버려라.

아버지의 말대로 우리는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이미 지옥인데 더 잃을 게 뭐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은, 노동자들은, 당신들이 죽인다 한들 그 신념과 명예만큼은 꺾이지 않으니까. 어디 한번 밟아보아라.

몇 번이고 몇천 번이고 되살아날 노동자들이니까.

우리는 정부라는 진흙탕 속에서도 꽃피우는 연꽃이니까.

나는 화물연대의 투쟁을 지지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그들,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소수자, 소수이자 다수인, 여기선 다 나열할 수 없는 그들만의 모든 투쟁을 지지한다.

나는 딸로서, 아버지가 얼른 집에 돌아왔으면 좋겠다. 집에 와서 아버지가 늘어놓는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퉁명한 척하며 함께 고기를 구워 먹고 싶다. 그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일상을 바란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나는 화물연대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그렇기에 ‘화물연대 위원장’이 동료분들과 함께 이길 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길 바란다.

진다는 단어는 그들의 사전에는 없는 단어이길 바란다.

그러므로 항상 끝은 똑같이 하려 한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 화물연대의 투쟁을 지지한다!

끝까지 싸워 이겨 주십시오! 단결,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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