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서울):
“저항은 결코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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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주의자들이여, 들으라. 너희가 우리 지도자와 투사를 죽이고, 여성과 어린아이를 죽이고, 늙은이와 젊은이를 죽이고, 심지어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죽인다 해도, 우리는 마지막 한 명까지 계속 저항할 것이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
10월 19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제56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는 굳건한 투지가 두드러졌다.
지난 한 주 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난민촌을 포위 공격하고, 피란민이 들어찬 병원을 폭격해 환자들을 산 채로 불태웠다. 레바논 전역을 폭격해 수백 명을 살해하고 100만 명을 피란민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은 그런 이스라엘에 무기와 포탄을 제공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지원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살해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짓밟고 투지를 꺾고자 했겠지만, 오히려 그 만행은 사람들의 분노에 불을 댕기고 있다.
여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회 장소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모였다. 손을 맞잡으며 서로를 반기고, 새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손팻말과 리플릿을 건네며 환대했다.
여러 참가자들이 신와르의 죽음을 애도하며 집회에 참가했다. 몇몇이 신와르를 애도하며 만들어 온 커다란 팻말은 참가자와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많아서, 주최 측이 나눠 준 조그만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집회장 인근을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첫 발언자인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돕는 주변 아랍 국가들을 규탄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와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1년째 인종 학살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제가 사랑하는 레바논과, 예멘, 시리아까지 공격합니다.
“그런데 아랍의 국가·조직·기관들은 현대사에서 가장 참혹한 인종 학살을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나심 씨는 결연한 저항 의지를 표해 참가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저들이 우리 [팔레스타인인] 모두를 죽이고 팔레스타인 땅의 돌멩이 하나하나까지 부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혼을 다해 천국에서 그들과 싸울 것이며, 이 땅과 고향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국이 아니면 죽음을, 팔레스타인 만세!”
재한 이집트인 아흐마드 투르키 씨 역시 신와르를 추모하며, 죽음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속에 그를 자리매김했다.
“저항의 영웅들은 시온주의 적들에 맞서 사자처럼 싸우고 있습니다. 이즈 앗딘 알카삼, 아흐메드 야신의 후손[팔레스타인인들]이라면 마땅히 그렇듯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의 영웅이자 지도자였던 야흐야 신와르와 함께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투르키 씨는, 신와르가 전투를 피해 숨어 다니던 겁쟁이라고 모욕하는 이스라엘을 맹렬하게 규탄했다. “우리의 영웅 신와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기를 손에 쥐고 팔레스타인 땅을 굳건히 지키며 죽었습니다.”
투르키 씨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대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제 저는 [신와르의 죽음에 대한] 노동자연대의 성명을 읽었습니다.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아랍 정당도 국가도 이런 성명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수호하는 것이 아랍인·무슬림들만의 일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봉쇄된 가자지구에서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이곳에서 연대 운동이 벌어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투르키 씨는 “팔레스타인·레바논·예멘·시리아의 동포들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전쟁이 얼마나 오래 가든 결국 저항이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윤지영 나눔문화 연구원도 마이크를 잡고 이스라엘의 확전이 낳은 참상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레바논인들의 소식을 전했다. 윤 연구원은 18년 전 박노해 시인과 나눔문화가 레바논에 설립한 ‘자이투나 나눔문화학교’의 상황과 나눔문화의 구호 활동에 대해 발언했다.
“자이투나 학교는 레바논의 최대 팔레스타인인 난민촌인 아인 알할웨에 있습니다. 인구 10만 명이 밀집한 이 비좁은 난민촌에,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에 쫓겨 올라온 팔레스타인인 피란민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윤 연구원은 자이투나 학교의 교장 자이납 씨와 교사들이 자신들의 사재를 털어 피란민 구호 활동을 해 왔다고 전했다. “신청자 1200명 중 우선순위를 정해 수백 가구에 식사와 채소, 빵을 배분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폭탄으로 한 명 한 명 죽일 때마다 우리는 한 명 한 명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현장 지원을 꾸준히 이어 갈 계획입니다.”
윤 연구원은 ‘팔연사’의 시위가 피란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이납 교장은 음식을 받으러 온 난민촌 어머니들에게 한국에서 열리는 집회 사진을 꼭 보여 준다고 합니다. ‘저 멀리 코리아에서 매주 이렇게 집회를 열고 있다, 우리도 아이들 교육을 포기하지 말자.’”
윤 연구원은 팔레스타인인 피란민을 돕는 자이투나 학교와 나눔문화의 활동에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나눔문화 웹사이트에서 ‘자이투나 나눔문화학교’를 후원할 수 있다.)
집회 사회자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돕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이래로 최소 18억 원어치의 무기를 [이스라엘에] 수출했습니다. 다음 주에 대구에서 정부 부처가 주최하는 미래모빌리티엑스포에 이스라엘 기업들을 초청해 협력을 강화하려 합니다.” 참가자들은 이에 호응해 “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하라!” 구호를 크게 외쳤다.
이어서 사회자는 매주 토요일 집회뿐 아니라 11월 10일(일) 오후 2시에 서울 도심에서 열릴 집중 행동의 날 집회·행진에도 많이 참가해 항의와 연대를 지속하자고 호소했다.
“저항은 결코 죽지 않는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미국 대사관 앞을 거쳐 인사동길, 종로를 행진했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만행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거리의 호응이 특히 열띠었다. 승용차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며 웃어 주거나, 버스를 타고 가다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내밀어 대열을 영상에 담는 사람들, 광화문광장에서 대열을 보고 달려와 손을 흔드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광화문 앞에서는 20여 명에 이르는 한복 차림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서 집회 대열이 지나가는 내내 손을 흔들었다. 인사동길 입구에서는 서아시아계로 보이는 일행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드는 대열을 보고 오열하며 연신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히잡을 쓴 행진 참가자가 건네는 조그만 팔레스타인 깃발을 받아 들며 따뜻하게 미소 짓는 노부인, 택시를 타고 가다 대열을 보고는 차창 밖으로 상체를 내밀고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환호를 보내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어느 행진 참가자가 그 청소년들에게 손팻말을 건네자 환하게 웃으며 서툰 영어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인사동길을 지나 종로로 접어들 무렵 행진 대열은 400여 명으로 불어 있었다. 대열 앞에서 구호를 선창한 재한 이집트인 아부 씨는 이렇게 전했다. “오늘 집회는 두 가지 점에서 매우 놀라웠어요. 첫째, 참가자들이 지난주보다 늘었고 결연함이 매우 인상 깊었어요.
“둘째, 행진할 때 행인들의 반응이 엄청났어요. 행진 중에 다른 집회의 행진과 마주쳤는데, 그 행진의 모든 참가자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우리에게 계속 나아가라고 격려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포르투갈에서 매일 팔레스타인 연대 지역 시위에 참가하다가 한국에 여행 온 참에 오늘 시위에 참가한 시몬 씨는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사람들이 행진을 환대하고 존중을 표하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따뜻한 시선과 공감을 갖고 저희를 보는 행인들을 많이 봤어요.
“저는 여러 나라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하는 친구들을 알아요. 그 친구들에게서 독일 함부르크, 프랑스 리옹, 캐나다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소식을 들어요. 그리고 오늘은 제가 이곳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번 시위에 참가했지요.
“우리는 각기 다른 나라에서 시위하지만 서로 연결돼 있어요.”
참가자들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힘찬 구호로 집회를 마무리했고, 다음 주 토요일인 10월 26일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릴 집회와 11월 10일 집중 행동의 날 집회 참가를 서로에게 호소했다. 주최 측은 내일 오후 3시에 수원과 울산에서 각기 열리는 ‘팔연사’ 주최 집회에도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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