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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그는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들에게도 전방위적으로 관세를 높이고 있다.

특히 4월 2일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며 대규모 관세 폭탄을 터트렸다. 5일부터 모든 나라에 보편관세 10퍼센트를 부과했고, 9일부터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관세는 트럼프 2기 들어 올린 20퍼센트에 4월 2일 부과하기로 한 34퍼센트를 더해 54퍼센트포인트를 올리게 됐다. 트럼프 2기 취임 전 미국이 중국에 물리던 관세가 평균 20퍼센트이었으니 최근 오른 것을 더하면 74퍼센트에 달하는 것이다.

캄보디아(49퍼센트), 베트남(46퍼센트), 미얀마(45퍼센트), 스리랑카(44퍼센트), 라오스(48퍼센트) 등 동남아시아 나라들도 주요 타깃이 됐다. 중국이 이들 나라에서 우회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는 이유로 높은 관세를 때렸다.

유럽(20퍼센트), 일본(24퍼센트) 등 서방 동맹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했는데도 이들보다 더 높은 25퍼센트 관세를 받았다.

철강·알루미늄에 25퍼센트, 자동차와 부품에 25퍼센트 등과 같은 품목별 관세도 있어서, 상호관세를 낮추더라도 주요 제품의 관세는 여전할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큰 모순에 부딪힐 것 4월 2일 관세 인상을 발표하는 트럼프 ⓒ출처 백악관

그런데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터트린 목적은 무엇일까?

트럼프는 관세 부과로 무역 적자를 줄이고, 미국 제조업을 보호·육성해 일자리를 늘리고, 해외 자본의 미국 투자를 유치하고, 부자 감세로 말미암아 구멍이 뚫린 세금 수입을 벌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까지 달러가 기축통화 구실을 하느라 달러 가치가 고평가돼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했으니, 이제는 다른 나라가 관세를 통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외적으로는 중국을 견제·압박할 뿐 아니라 동맹국들에게 자신의 뜻을 더 잘 강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본다. 관세 인상 카드로 동맹국들에게 군비 부담을 증대시키고, 미국에 대한 투자와 수입 증대 등을 얻어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에게 국경 통제 강화를 약속받고 관세 인상을 유예해 준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는 관세를 일종의 도깨비방망이 취급하지만, 실제 관세 인상 정책은 커다란 모순에 부딪힐 것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이미 불안정한 세계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기존의 세계 공급망에 타격을 가하고, 생산비를 상승시켜 기업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4월 2일 발표된 상호관세 수준이 예상보다 높자,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했다.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길 경우 물가가 오르고 미국의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맞대응하며 무역 전쟁이 심화되면 세계경제에 끼치는 타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했지만, 세계경제 불안정은 오히려 달러 가치를 끌어올려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런 모순들 때문에 관세 정책은 미국 기업주들뿐 아니라 공화당과 백악관 내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으로 관세 인상을 시행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가 의회 다수의 동의를 끌어내기 힘든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배경

이처럼 관세 인상을 추진하는 트럼프의 방향은 근본적으로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질서의 심각한 위기를 보여 주는 일이다.

냉전 시기에 미국은 독일, 프랑스, 일본 같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을 군사적·경제적 동맹으로 구축했고, 강제와 동의를 통해 패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적 우산 속에서 독일과 일본은 미국의 경쟁국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2000년대 이후에는 서방 세계 바깥에서 중국이 부상하며 미국은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기존의 자유무역 질서를 뒤흔들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고 싶어한다. 더 노골적으로 미국의 제국주의적 힘을 강요해 동맹국들에게 군사비 부담을 더 늘리거나 대미 수입과 투자를 더 늘리는 등을 압박하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싶어한다. 관세 인상은 이를 위한 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정책은 서방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분열과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당장 유럽연합, 캐나다 등은 미국산 제품에 맞대응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산 구매” 등을 말하며 애국주의적 선동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에 맞대응해 보호무역 정책으로 나아가는 것이 노동자 등 서민층에게 대안이 될 수는 없다. 1930년대의 보호무역주의와 무역 전쟁 확대는 결국 실제 전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수십 년간 겪어 온 자유무역이 대안인 것도 아니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은 각국 정부가 자국 자본가들을 육성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고 필요에 따라 채택하는 방식일 뿐이다. 자유무역하에서도, 보호무역하에서도 경쟁을 위해 노동자 착취를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은 가해진다. 이 둘 사이의 양자택일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투쟁과 연대를 통해 이윤 체제에 맞서는 투쟁을 전진시켜야 한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맞대응하는 동시에 유럽, 호주, 일본 등과의 무역을 확대하고, 한국에도 한시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며 서방 진영의 균열을 파고들려 한다. 동맹국과의 관계에 균열을 키우는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패권을 더한층 추락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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