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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 관세 대폭 인상을 놓고 거듭 난관에 부딪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대표다.

“절대 멈추지 마라, 절대 투항하지 마라. … 무슨 곤경에 처할지라도, 똥통 한 가운데에 빠질지라도, 승리를 선언하고 패배는 절대 인정하지 마라.” 이것이 젊은 시절 도널드 트럼프가 암흑가에도 발을 걸친 우익 변호사 로이 콘에게서 배운 방식이다. 지금 트럼프는 정확히 이 방식으로 관세로 인한 낭패를 헤쳐 나가려 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뭐라고 허풍을 떨든 그가 감당할 수 없는 힘과 씨름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미국과 동맹들 사이의 관계를 재협상하는 것이다.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은 경제적 양보와 군비 지출 확대를 약속하면 관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트럼프는 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지만, 비틀거리고 있다 ⓒ출처 백악관

둘째, 미국과 중국 경제를 디커플링하는 것인데, 트럼프의 무역 수석 고문 피터 나바로가 특히 이를 중시한다. 중국은 오늘날 세계 제조업과 무역을 주름잡고 있다. 이런 경제력 발전 덕분에 이제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기술적 우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가 관세를 계산한 방법은 정말 어처구니없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어떤 패턴이 있었다. 중국에서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들로 뻗은 공급 사슬에 포함된 나라들에 특히 높은 관세가 부과됐다는 것이다. 나바로는 이렇게 경고했다. “우리가 캄보디아, 멕시코, 베트남 같은 나라들로부터 듣고 싶은 말은 중국이 미국 관세를 회피하려고 자국을 경유해 수출하는 것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트럼프 일당은 자본주의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기업은 경쟁과 투자라는, 세계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비인격적 경제 구조들의 제약을 받는다. 그 구조들은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주식 시장이 크게 오른다고 자주 자랑했다. 주식 시장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트럼프는 일시적인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금융 시장은 채권 시장, 특히 국채 시장이다. 각국 정부는 돈을 차입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

미국 정부의 채권을 재무부 채권이라고 부른다. 1971년 8월, 미국의 경제 침체로 인한 최초의 세계적 쇼크가 인 가운데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달러와 금의 연계를 끊었다. 달러는 기축 통화로 남았지만, 외환 시장에서 제약 없이 오르락내리락하게 됐다.

그럼에도 국제 금융 시스템에는 여전히 대들보 구실을 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미국 재무부 채권이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던컨 폴리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국가 부채는 가치의 척도이자 구매·지불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국채 시장은 정부를 제약하는 구실을 한다. 만약 국채의 수익률(=지불해야 하는 이자)이 너무 높으면 정부는 지출과 차입을 줄인다. 2022년 9월 영국 국채 시장의 공황은 당시 리즈 트러스 정부를 무너뜨렸다.

이미 1990년대에,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의 고문 제임스 카빌은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채권 시장으로 부활하고 싶다. 모든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부 채권은 금융 시장에서 대출의 담보물이라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리고 통상적으로는 안전 자산이다. 그래서 예컨대 2008년 경제 위기 때 투자자들은 자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재무부 채권을 사들였다. 그러나 2020년 3월,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됐을 때 그런 메커니즘이 깨졌다. 현금 수요가 너무 절박한 나머지 투자자들이 재무부 채권도 팔아치운 것이다. 중앙은행들은 막대한 돈을 시장에 주입해야 했다.

지난주에 재무부 채권은 또다시 폭락했다. 관세가 세계경제를 크게 교란시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투자자들이 재무부 채권 투매에 나선 것이다. 결국 트럼프는 한발 물러섰고, 주요 관세를 90일 유예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언헤지드’ 컬럼은 이렇게 지적했다. “당초 계획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 범위와 타이밍을 궁극적으로 결정한 것은 자본의 움직임이었다.”

중국은 예외였다. 중·미 양국은 모두 상대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0퍼센트가 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문제는 미국 소비자 시장이 중국 생산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바로가 적대하는 그 공급 사슬 덕분에 애플 같은 미국 다국적기업은 고도의 숙련 노동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시간으로 4월 11일, 중국산 스마트폰과 기타 하이테크 상품은 신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미국 세관이 다소 분명치 않은 발표를 했다. 아이폰 가격이 곱절로 뛰는 상황에 직면해 트럼프가 다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후 트럼프는 최근의 양보 조치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는 하다. 언젠가 트럼프는 이렇게 으스댄 바 있다. “나는 이런 일에 매우 능숙하다.” 별로 그렇지 않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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