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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관세에 대해 뭐라고 말했나?

트럼프는 미국이 지난 80년간 구축해 온 자유무역 질서와 결별하고자 한다. 관세를 무기 삼아 미국 중심의 제조업 생산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4월 9일 갑작스럽게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했다. 주가 폭락, 높은 해외(특히 중국) 수입품 의존도, 미국 국채 시장의 위기 등 관세 폭탄이 낳고 있는 혼란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술적 후퇴이지 무역 전쟁을 중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비전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관세를 도구로 삼아 계속 압박할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캐나다의 사회민주주의 정당 신민주당(NDP)는 4월 2일 마크 카니 정부의 보복관세를 지지하기로 했다. 미국의 사회민주주의 정당 DSA의 리더 버니 샌더스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반대하지만, 관세 부과 자체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역사를 보아도 노동계급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관세를 지지한 좌파들이 있었다. 1970년대 초반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의 민중연합 정부는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등 수입 대체 산업화 전략을 추진했다.(물론 아옌데 정부의 정책에는 구리 광산 국유화 같은 진보적 정책도 포함돼 있었다.)

보호무역주의도 자유무역주의도 자본주의 경제 위기를 궁극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 반대로 자유무역을 진보적이라며 지지한 좌파들도 있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카를 카우츠키와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 같은 독일 사회민주당의 지도자들은 자유무역을 평화로운 경제 질서의 기반이라고 봤다.

그러나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관세와 자유무역 어느 쪽도 노동계급에 이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엥겔스는 1888년 이렇게 썼다. “자유무역이냐 보호무역이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현재의 자본주의적 생산 시스템 내에서 논의되는 문제이며, 따라서 그 시스템을 폐지하려는 사회주의자들에게는 직접적인 관심사가 아니다.”

엥겔스는 이미 1845년에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자유무역을 옹호할 생각도, 보호 관세를 옹호할 생각도 없다. 오히려 두 시스템을 모두 우리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우리의 관점은 공산주의의 관점이다.”

“공산주의의 관점”은 노동계급의 독립적 이해관계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자들이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사이의 논쟁에서 초연하거나 중립을 지킨다는 뜻은 아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1840년대 영국에서 활동했는데, 당시 영국에는 곡물법이 있었다(1815~1846년). 값싼 외국산 곡물에 관세를 부과해 곡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시켜 영국의 지주를 보호하는 법이었다.

공장주들은 더 싼 곡물을 위해 곡물법 폐지를 원했다. 그래야 임금을 더 낮게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곡물법 폐지를 지지했다. 자유무역이 “봉건제의 마지막 잔재들을 일소”하고,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의 적대를 극단까지 밀고 나가게” 해 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자유무역이 “자본의 자유”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자본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몇 안 되는 국민적 장벽들을 철폐한다면, 결국 자본에게 완전한 활동의 자유를 부여하게 되는 셈이다. … [자본의 자유는] 한 개인이 다른 개인과 맺는 관계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자본이 노동자를 짓밟을 수 있는 자유일 뿐이다.”

마르크스는 자유무역을 비판하는 것이 보호무역 정책을 옹호하는 것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누군가 스스로를 입헌 정치의 적이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반드시 구체제의 친구라는 뜻은 아니다.”

마르크스는 관세가 한 나라의 자본이 다른 나라의 자본에 맞서기 위해 국가가 동원하는 경제적 무기라고 주장했다. “보호 관세 체제는 한 나라의 자본에게 타국 자본에 맞설 무기를 쥐여 준다. 즉, 외국 자본에 맞선 국내 자본의 힘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위선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위선을 날카롭게 폭로했다. 말로는 자유무역을 외치지만 자국의 신생 산업을 관세로 보호하고 식민지 시장에는 독점권을 강요한다는 것이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분석은 오늘날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트럼프는 관세를 경쟁국 경제들보다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세수를 늘리고,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킬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트럼프의 관세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며 지지한다. 그러나 관세는 미국 노동계급 전체의 생활수준을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무역 전쟁은 성장 둔화, 물가 상승, 해외 수요 감소로 인한 실업 증가를 부를 것이다.

1930년대 주요 경제들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전쟁의 발화제가 됐다. 오늘날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트럼프의 무역 전쟁은 미국 제국주의의 쇠퇴를 반영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위험을 높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노동자들을 자본가들에게 종속시키는 구실도 한다. 마르크스는 보호무역주의 지지자들이 ‘외국인에게 착취당하기보다는 자국민에게 착취당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며 비판했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무역이 해결책은 아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역대 정부들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 즉 ‘세계화’와 ‘자유무역’협정 아래 미국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하락했다. 자유무역협정들은 미국 기업주들의 이익을 위해 고안됐다. 자본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은 허용되지 않았다.

보호무역주의도 자유무역주의도 자본주의 경제 위기를 궁극으로 해결할 수 없다.

엥겔스는 보호무역을 추진하든 자유무역을 추진하든 관계없이 자본주의 시스템은 자신의 무덤을 파는 사람인 노동계급을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임금 노동자는 어디서나 제조업자의 뒤를 따른다. … 임금노동 착취에 기반한 생산 체제, 즉 고용돼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수에 비례해 부가 증가하는 체제는 임금 노동계급, 다시 말해 언젠가 이 체제를 무너뜨릴 운명을 지닌 계급을 점점 더 성장시킬 수밖에 없다.”

바로 이 노동계급의 독자적 투쟁이야말로 보호무역주의나 자유무역주의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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