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와의 질의응답:
트럼프, 관세, 시장 쇼크 ― 혼란을 이해하기
〈노동자 연대〉 구독
이 기사는 4월 14일 ‘트럼프, 관세, 시장 쇼크 ― 혼란을 이해하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온라인 토론회에서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발제와 그가 청중 질문에 답한 것을 녹취·번역한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대표다. [ ] 안의 것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가 넣은 것이다.
발제
안녕하십니까, 지난 열흘은 매우 정신 사나운 시기였습니다. 관세가 대거 부과됐다가, 아닌 게 됐다가, 다시 부과됐죠. 주식시장 등 각종 금융 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했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런 일들이 사람들의 삶에 실제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에서 노동자들이 해고당하는 문제부터, 물가 급등을 우려한 미국 소비자들의 사재기까지 다양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해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을 그저 트럼프의 괴팍함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분명 트럼프의 허영심 많고, 어리석고, 깡패 같은 성격이 크게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하나의 증상(대단히 불쾌하고 기분 나쁜 증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 더 심층적인 원인이 있는데 바로 미국 제국주의가 오랫동안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래로 가장 지배적인 자본주의 국가이지만 주요 경쟁국 대비 경제적으로 쇠락해 온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미국의 세계 헤게모니에 가장 강력하게 도전하는 것은 바로 중국입니다.
미국 제국주의의 쇠락은 꽤 오랫동안 진행돼 왔습니다. 사실상 1960년대부터였습니다. 그때 이래로 미국 국가는 세력 균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쇼크(충격)’라고 불릴 만한 일을 몇 차례나 벌였습니다. 현재 트럼프가 일으키는 충격을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줄 과거의 사례를 두 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닉슨 쇼크’였습니다. 1971년 8월, 당시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달러와 금의 연계를 끊은 것입니다. 국제 통화 체제는 기축통화인 달러에 의해 뒷받침되고 달러는 다시 금에 연계돼 있었습니다. 1971년 8월 닉슨은 달러와 금의 연계를 끊고 달러 환율이 자유롭게 오르락내리락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당시 미국 기업들이 특히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으로 받는 압력 때문에 내려진 조처였습니다.
닉슨의 조처로 미국 제국주의는 일부 이득을 얻었습니다. 달러와 금의 연계가 끊어지자 달러는 특별한 화폐가 됐습니다. 달러는 그 무엇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데도 미국 정부나 미국 기업들은 다른 나라 정부나 기업들과 거래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달러의 특권’이었습니다.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화폐가 됐고, 덕분에 미국은 세계 금융 체제의 중심이 됐습니다.
그러나 닉슨 쇼크로 물가가 엄청나게 치솟으며 주요 자본주의 열강 간 경쟁이 격화하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두 번째 쇼크로 이어졌습니다.
1979년 10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의장 폴 볼커는 금리를 매우 급속하게 끌어올렸습니다. 그 결과 볼커가 원하던 대로 달러의 가치는 다른 주요 화폐 대비 올라갔습니다. 그 결과, 미국에 투자하는 비용과 미국 제품 가격은 다른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 대비 더 비싸졌습니다. 이는 미국 제조업에 매우 나쁜 영향을 끼쳤고, 레이건 행정부하에서 기업주들이 공세에 나설 기반을 놓았고, 그 결과 미국 노동자들은 힘이 크게 약화됐습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의 효과는 미국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이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통화 정책은 한층 더 강력한 제약에 부딪히게 됐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신자유주의(시장의 득세)가 세계화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전까지 신자유주의는 칠레, 영국, 미국 같은 소수 국가들이 추구하는 것이었다면, 이후로는 세계적인 정책 레짐(정책의 기본 틀과 방향 — 역자)이 됐습니다.
그 결과 중 하나는 자본주의 생산망이 재편된 것입니다. 많은 저개발국들이 저가 노동력을 이용해 미국 다국적기업들에 부품이나 제품을 납품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특징짓는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그 뒤를 이은 것이 바로 지금, 2025년 4월의 트럼프 쇼크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제조업이 미국을 떠나 특히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나 저개발국들로 이전하는 정도가 도를 넘었다고 봅니다.(다른 선진국들도 비슷한 일을 겪었지만 트럼프의 주된 관심사는 아닙니다.) 그래서 트럼프 정부는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적어도 말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전방위적 관세, 특히 중국을 상대로 100퍼센트가 넘는 관세가 부과된 배경입니다.

이번 관세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지의 동맹국들을 훈육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동맹국들은 미국에 경제적으로 양보함으로써 관세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특히 유럽을 눈여겨보고 있는데, 유럽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도록 만들어, 미국 국방부는 중국에 집중하려 합니다.
관세의 둘째 목적은 이른바 디커플링을 이루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 경제는 매우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데 이를 끊어 내겠다는 것입니다. 트럼프에게는 아주 중요한 목적입니다.
이번에 트럼프가 관세율을 정한 방식은 지적인 측면에서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같은 나라들이 가장 큰 관세를 부과받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 나라들이 중국에서 시작돼 미국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사슬에서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연계를 끊어 내기를 바라는데, 그렇게 하면 제조업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중국 경제의 위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전략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트럼프는 미국이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이고 가장 강력한 경제를 갖고 있으니 거리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논리는 (그것이 매우 잔혹하고 또 착취에 기반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비인격적입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이 점을 매우 탁월하게 설명했습니다. 누군가 《자본론》을 논평하며 말했듯 “자본주의는 비인격적 지배의 체제”입니다.
경쟁과 투자라는 비인격적 경제 구조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습니다. 가장 큰 대기업도, 가장 큰 국가도 이를 통제하지 못합니다. 가장 강력한 세력조차 경쟁과 투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리는 지난 며칠 동안 금융 시장의 힘을 통해 이를 확인했습니다. 주식시장이 급락했는데 특히 미국에서 그랬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채(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한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차입하는 자금의 규모는 어마어마한데,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합니다. 그렇게 미국에 돈을 빌려주는 나라들 중에는 특히 동아시아 나라들(일본, 중국)이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세계 통화 시스템의 핵심 고리입니다. 1971년에 [‘닉슨 쇼크’로 — 역자] 달러와 금의 연계가 끊어졌을 때 미국 국채가 핵심 고리 구실을 하게 됐습니다. 전체 금융 시스템을 통틀어 가장 안전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기가 닥쳐 자본가들이 공황에 빠지면, 그들은 앞다퉈 미국 국채를 사들입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이런 패턴이 깨졌습니다. 주식이 떨어질 때 달러 가치도, 국채 가격도 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움찔하며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트럼프는 ‘슈퍼 터프가이’ 또는 뉴욕 마피아의 일원인 것처럼 행세하고 실제로 그런 스타일을 내면화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트럼프도 움찔했습니다. 국채 시장 붕괴로 아주 심각한 금융 ‘멜트다운’[특히 주가 폭락을 일컫는 용어 — 역자]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위기가 심각했던 적은 2020년 3월 팬데믹이 시작됐던 때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한발 물러섰고, 대부분의 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한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관세만은 유지했습니다.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한 것을 벌주고 싶은 것입니다. 그 결과 세계경제의 두 거인이 서로를 향해 100퍼센트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트럼프는 둘째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바로 그가 끊고 싶어하는 공급망 사슬에 관한 것입니다. 미국의 소비자 시장은 중국과 관련국들의 생산물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소비자 시장뿐 아니라 국방 등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이 시점에서 누군가 트럼프에게 이렇게 조언한 것 같습니다. “만약 대(對)중국 관세를 실제로 부과한다면 아이폰 가격이 두 배가 될 것이다. 지금 1000달러인데 2000달러로 오를 것이다.”
그 결과, 아주 비밀스런 결정 과정을 거쳐 스마트폰을 비롯한 일부 하이테크 제품은 중국에 대한 징벌적 관세에서 예외를 인정받게 됐습니다. 트럼프가 또다시 움찔한 것이지요. 두 경우의 공통점은 트럼프가 세계 자본주의의 실제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다는 것입니다. 세계시장이 작동하는 방식과 미국이 중국에 의존한다는 현실 말입니다. 각양각색의 제품에서 미국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 트럼프는 중국이 세계시장에 행사하는 힘 앞에 직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의 결과로 체제는 몹시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자신의 구상대로 중국과의 연계를 끊어 내는 데에 성공한다면 (저는 그럴 수 있다고 보지 않지만, 그 과정이 많은 혼란도 수반할 것입니다) 많은 저개발국 빈민들, 중국뿐 아니라 캄보디아, 베트남, 멕시코 등지의 노동계급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해고당하고 임금이 깎일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노동자들도 고통을 겪을 것이고, 그중에는 불행히도, 그리고 잘못된 판단으로 트럼프를 뽑았던 사람들도 포함될 것입니다.
비교적 비판적인 경제학자 중 한 명인 누리엘 루비니는 트럼프가 스마트폰에 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비교적 잘사는 가구들을 보호하는 효과를 내는 반면, 수많은 소비재 가격이 크게 상승하게 되면서 미국 노동자들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경쟁하는 제국주의 국가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의 투쟁이고 그 피해자는 평범한 노동자들입니다. 그 노동자들이 언제 조직적 반격에 나설 것이냐가 정치적으로 중요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왜?
우선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왜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이 오늘날 상당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인 동시에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네타냐후의 처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바이든은 네타냐후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줬지만, 이후 집권한 트럼프는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불운하게도) 휴전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트럼프가 요구한 대로 했습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세계 속에서 이런 이스라엘은 미국에게 자산입니다. 물론 이스라엘의 인기가 지독하게 낮다는 것은 약점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현재 중동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동 석유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그런 만큼 미국의 관점에서는 이 지역에 믿을 만한 동맹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탈달러화?
다음으로 [브릭스 국가들이 주도하는] 탈달러화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금융 지배에 대한 불만을 머리끝까지 갖고 있는데 세계 자본가들, 특히 저개발국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미국과 EU가 금융 제재를 이용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전방위적 제재를 가하려 한 것을 보며 많은 자들이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사람들이 달러를 대신할 기축통화라는 아이디어에 이끌리는 것입니다. 브릭스 국가들은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응집력 있는 집단이 아닙니다. 그 국가들은 대안적인 화폐를 제공할 처지에 있지 못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와 별개로 미국의 신뢰도는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대안적 화폐가 될 현실성이 가장 큰 것은 유로인데,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EU의 의사 결정 과정이 어수룩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EU가 안정적인 기축 통화를 제공할 수 있으려면 꽤 많은 변화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위기를 거치면서 그런 방향으로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영국에 끼칠 영향은?
관세가 영국에 끼칠 영향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요. [노동당 총리] 키어 스타머가 트럼프에게 그토록 굽실거렸지만 얻은 것이 전무하다는 것을 먼저 지적해야겠습니다. 영국에도 자동차와 철강에 25퍼센트 관세가 부과됐습니다. 나머지 제품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열흘 전에 발표한 보편관세 10퍼센트가 적용됩니다.
이처럼 트럼프의 관세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세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 영국에서도 고통이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영국 같은 부국들에서 겪는 고통은 세계적으로 매우 주목받는 반면, 저개발국에 사는 더 취약하고 생계 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고통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지적해야겠습니다.
고통과 대안
이 점은 긴축과 대안에 관해 물었던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이런 위기의 특징 한 가지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타머가 당대표로 갓 당선돼 좌파인 척 굴었던 시기를 떠올려 보십시오. 당시 그는 온갖 부문을 국유화해서 공공부문을 늘리겠다고 떠벌렸습니다. 이후 그는 금융시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공약을 하나씩 하나씩 폐기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최근 방향을 180도 바꿔 [제철소] ‘브리티시 스틸’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고 실제로 그리될 듯 보입니다. 이제 장관들은 ‘세계가 변했고 우리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철강은 탱크와 잠수함뿐 아니라 기차와 병원에도 쓰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많은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우리는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요? 우리가 바라는 자본주의에 대한 전면적 대안은 사회주의 계획 경제로, 자원을 어디에 할당할지를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결정하는 것, 이를 일국적 수준에서뿐 아니라 국제적 수준에서 이루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대안으로 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브리티시 스틸을 국유화할 수 있다면, [영국 최대 수도회사] 템스워터를 국유화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기간산업들을 국유화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주에 저는 전기요금을 이전보다 갑절이나 많이 내야 했습니다. 이런 일은 수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위기로부터 생활수준과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사회주의적 반격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분명 끔찍하고 많은 고통을 낳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자들이 조직화하고 자신들의 임금을 지키기 위해 싸울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2022~2023년 인플레이션 시기에 그런 일을 목도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면 그때처럼 임금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벌어져 진정한 반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로 향하나?
트럼프가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를 따라하려는 것이냐 하는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트럼프가 그런 것을 일관되게 추구한다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바이든이 그런 것을 추구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바이든은 국가가 주도하는 재산업화 계획을 세웠고 이는 중국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이 점은 또 다른 질문, 미국 지배계급 내에서 얼마나 광범한 부분이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는가 하는 질문과 연결됩니다. 중국 문제는 트럼프와 가까운 자들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트럼프가 1기 때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바이든이 이어받았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기반
관련해서 ‘트럼프와 미국 지배계급의 관계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주 전[관세 폭탄 선언 때를 말함 — 역자]보다는 나빠졌다는 것입니다. 시장 상황을 흘낏 보는 것만으로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2기 트럼프 정부에는 두 가지 기반이 있습니다. 첫째, 강경 애국주의자들인데, 그들은 파시스트와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예컨대 스티브 배넌은 공화당이라는 틀을 이용해 대중적인 파시즘 운동을 건설하려 합니다. 또한 배넌의 동맹인 피터 나바로는 중국을 때리기 위한 관세 부과에 적극적이고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강하게 추진하는 인물입니다.
다른 한편, 일론 머스크 같은 자들이 있습니다. 머스크는 빅테크 억만장자이고, 앞서 말한 자들의 정책을 일정 부분 지지하고, 국수주의적이고, 지독하게 반민주주의적이지만 동시에 그가 세계 자본주의에 관련돼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예컨대 머스크는 숙련 이주노동자들의 미국 유입을 바라는데 그래야 그들을 착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머스크는 중국과도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가장 큰 공장이 중국에 있고, 머스크는 관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트럼프 팀은 분열돼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지배계급의 핵심부는 최근에 벌어진 일을 무척 언짢게 여기는 듯합니다.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바꾼 계기 하나는 JP모건 체이스의 회장이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것이었던 듯합니다. 많은 기업주들은 트럼프 자체보다는 그가 약속한 감세를 환영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신뢰를 잃고 있고 그들 사이에 혼란이 있습니다.
대안 문제
미국의 문제는 대안이 무엇이냐입니다. 말씀하셨듯이 버니 샌더스, 오카시오-코르테스 등의 민주당 좌파가 조직하는 시위들이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문제는 바이든에게는 진지하게 도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좌파는 민주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전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제 기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어떤 구실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아무 구실도 못 합니다. UN은 팔레스타인인 인종학살 문제 앞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했습니다. 그 문제는 지금도 진행 중이고 살육은 계속 자행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세계무역기구는 경쟁하는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완전히 무력합니다. 레닌은 제1차세계대전 당시에 국제 기구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레닌의 말이 전적으로 옳습니다.
버밍엄 청소노동자 파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이 있었는데, 저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파업을 꺾으러 국방부가 움직였습니다. 그 노동자들은 버밍엄 시의회뿐 아니라 중앙 정부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버밍엄 노동자들이 이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투쟁은 영국 노동계급이 생계를 지키고, 노동당 정부가 양보하도록 만들기 위한 광범한 투쟁의 일부로 봐야 합니다. 노동당 정부는 기업주들과 금융시장을 위해서는 기꺼이 양보합니다. 그런 정부가 우리들에게 양보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국가자본주의 시대가 열리는가?
이 질문에 답하자면, 세계적 국가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트럼프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을 보면 왜 그런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국가라 할지라도 세계적으로 상품과 자본의 흐름을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최단기간 내에 실각한 전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를 기억하십니까? 그녀는 영국 국채 시장을 겁에 질리게 했다가, 사실상 세계 자본주의가 불신임안을 나타냈기 때문에 몰락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영국 총리보다 제거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시장이 트럼프를 향해 적어도 비판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과도 같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단지 금융만이 아니라 생산도 세계적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기업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갈수록 국가에 기대고 있지만 국가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재정적자
트럼프 앞에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재정적자는 미국 자본주의의 큰 문제이고 트럼프 스스로도 많이 언급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파시스트 또는 준파시스트들의 도움을 받으며 대장놀이를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바로 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부딪힌 문제 한 가지는, 원래는 관세로 세수를 늘려서 재정적자를 억제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1기 때 도입됐고 연말에 종료될 예정인 대규모 부자 감세를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관세가 온갖 문제를 낳고 있으니 트럼프가 예상한 것보다 돈이 적게 걷힐 공산이 큽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연준 문제도 있습니다. 연준이 “미안하지만 금리를 내릴 수 없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오히려 올려야겠다”라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미국 국가 기관들 사이에 또 다른 위기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현재 공화당이 유일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 기관이 바로 연준입니다. 공화당은 행정부, 상·하원을 통제하고, 대법원도 우파 판사들로 채웠습니다. 그러나 연준만은 통제하지 못하고 있죠. 제 생각에 트럼프가 경기 후퇴에 직면하게 되고 연준이 트럼프와 장단을 맞추지 않으면, 트럼프는 제롬 파월을 제거하고 연준을 자신의 명령 아래에 두려고 할 것입니다. 이는 잠재적으로 미국 국가의 주요 위기가 될 수 있는데, (신자유주의의 부산물 하나로) 중앙은행은 오늘날 경제의 핵심 관리자이기 때문입니다.
진영논리
진영논리 문제에 관해 중요한 지적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좌파들이 미국 제국주의를 증오하고 이는 정당한 것이지만, 그로 인해 미국의 경쟁자들에게 환상을 품는 것으로 나아갑니다. 지금은 특히 중국에 환상을 품는 경우가 많은데 트럼프보다 더 합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푸틴을 우러러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둘 다 중대한 실수입니다. 그들도 제국주의 열강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경쟁하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레닌과 로자 룩셈부르크가 제1차세계대전 당시에 취했던 입장을 따라 어느 쪽도 지지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제국주의 간 갈등이고, 유일한 해법은 갈등을 낳는 제국주의 체제 자체를 무너뜨리는 사회주의 혁명입니다.
극우
물론 말보다 실천은 어렵습니다. 어떻게 사회주의 정치 운동을 효과적으로 건설할 수 있을까요? 이런 의미에서 마지막 질문[‘트럼프에 관한 얘기를 현실의 운동으로 어떻게 전환시킬 수 있을까?’]을 던지신 분이 한 얘기, 즉 극우도 현재 위기에서 득을 보려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스타머가 왜 브리티시 스틸의 국유화를 운운하는지 아십니까? 나이절 퍼라지와 영국개혁당이 국유화를 내건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퍼라지는 노동조합의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국유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완전히 기회주의적인 행보입니다. 경제적으로 극단적인 대처주의자인 그가 노동당의 노동계급 기반을 잠식하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이는 극우를 저지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 주는 동시에 극우가 아닌 사회주의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의 중요성도 보여 줍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멋진 점들에 기반한 진보적인 대안, 그것은 사람들이 (투쟁 속에서는 물론이고) 일상 생활에서 나누는 연대에 기초한 대안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경쟁하는 자본가들이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저들 간의 차이가 무엇이 됐든 결국은 우리에게 그 비용을 떠넘기려 할 것입니다. 물가가 오를 것이고, 임금이 깎이고, 공공서비스가 삭감될 것이므로 우리는 반격에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투쟁을 완전히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를 향한 비전과 연결시켜야 합니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세계의 자원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기후 재앙의 위협에 마침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