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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맞불 관세와 버티기는 성공할까?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이 굴복하기를 바라며 서로 100퍼센트가 넘는 관세를 매겼다. 4월 14일 현재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145퍼센트이고,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25퍼센트다. 이 정도 관세는 양국간 교역을 불가능하게 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 협상은 중국 기업 틱톡의 매각을 계기로 이뤄질 수도 있으며, 양측의 물밑협상으로 일시적 휴전이 갑작스럽게 발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양국 사이에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그것은 매우 제한적이고 임시적인 것이 될 터이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사실 2011년 11월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발표한 뒤부터 시작됐고, 트럼프 1기에 본격화됐다. 바이든 정부도 대(對)중국 압박을 지속했다. 경제가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미국과 그 뒤를 추격하는 중국이 세계 패권을 두고 벌이는 갈등이기에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고 그 파장도 전 세계적이다.

트럼프와 진검승부하는 시진핑 ⓒ출처 kremlin.ru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에게 서로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이 미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은 4389억 달러이고 대미 수입은 1435억 달러로, 수출이 수입보다 3배 정도로 많고 그만큼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도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거품이 폭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수출 부진을 내수 확대로 만회하려 애쓰고 있었다. 올해에도 성장 목표를 5퍼센트로 삼고, 재정적자를 GDP의 4퍼센트로 늘리고 이구환신(以舊換新)*의 규모도 증액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전쟁은 중국 경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기 전에도 JP모건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의 GDP가 0.6퍼센트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쉽사리 물러서지 않는(못하는) 중국

그럼에도 중국이 이번 무역전쟁에서 쉽사리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첫째, 국내의 압박 때문에 시진핑에게는 양보할 여지가 별로 없다. 중국 지배 관료 내에서 시진핑 체제에 대한 불만이 지난해 12월 〈해방군보〉에서 살짝 드러났다. 인민해방군의 기관지인 이 신문은 “집단지도를 솔선해 견지하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시진핑의 1인 지배를 견제하는 의도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진핑이 군부를 대대적으로 숙청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지만 다음과 같은 요인도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미국과 EU의 중국 견제로 인한 수출 감소, 부동산 거품과 지방정부 부채 위기의 지속, 몇 년 동안 지속된 디플레 경제, 트럼프의 등장으로 기세가 오른 대만 총통 라이칭더의 도발적인 대만 독립 주장,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대로 시작된 A4시위(일명 백지 시위)와 최근 노동자 투쟁의 증가. 이 때문에 시진핑은 트럼프의 공세에 맞서 성과를 내야 할 처지에 있다.

둘째, 중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이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감소했을 뿐 아니라 중국은 미국을 압박할 효과적인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 덕분에 시진핑은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 버텨볼 만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트럼프 1기의 무역전쟁이 시작됐던 2017년에는 대미 수출이 중국 전체 수출 가운데 18.9퍼센트였지만 2024년에는 13.3퍼센트로 크게 낮아졌다. 멕시코나 베트남 등을 통한 우회 수출을 포함하더라도 15퍼센트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존의 대미 수출품들을 남미나 아프리카 또는 EU 등 다른 지역으로 전환할 여지도 있다. 트럼프의 전방위적 관세 공격 때문이다.(이 점은 뒤에서 설명할 셋째 이유와 연결돼 있다.)

중국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무기는 아이폰과 테슬라 전기차뿐 아니라 월마트 매장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이다. 사실 중국만이 무역으로 거래되는 상품 모두를 생산하고 있는 국가이고 그 생산비도 가장 저렴하다. 그 때문에 중국을 배제한 상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엄청난 추가 비용과 몇 년의 시간이 든다. 그래서 시진핑은 중국이 미국보다 더 잘 견딜 것이라고 예상한다.

셋째이자 가장 중요한 요인은 트럼프의 관세 공세가 중국에게 유리한 국제 정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관세 공격이 시작되자 한중일 세 국가의 경제통상장관 회의가 수년 만에 열려 “경제통상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스페인 총리를 만난 시진핑은 “중국과 EU가 손잡고 트럼프의 ‘일방적 괴롭힘’을 막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4년 10월 EU가 중국산 배터리에 관세를 부과했는데, 중국은 이참에 배터리 관세를 거둬 낼 요량이다.

또한 트럼프의 관세 공세로 중국과 중남미의 관계는 더 돈독해지고 있다. 중남미 33개국이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는데, 이 나라들의 대중국 교역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 국가들 중 22개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관세 공세가 오히려 중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으로 지금까지 가장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미 국채와 달러화의 가치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중국이 그 기회를 포착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등장 이후 브릭스 플러스* 내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크게 증대했다. 물론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구실을 하는 달러화를 대체하기는 힘들겠지만 트럼프 덕분에 시진핑은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중 경쟁은 제국주의적 경쟁

트럼프의 관세 공격 때문에 중국에서는 애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나이키나 스타벅스 같은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일고, 상업·서비스업에서 미국인에 대해서는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트럼프의 상반신 모양을 한 변기솔이나 관세전쟁 참전 기념 머그잔 등이 등장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53년에 촬영된 마오쩌둥의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한 마오쩌둥이 절대 굴복하지 않고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싸울 것을 천명한 이 영상의 조회수가 하루 만에 1000만 건이 넘었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 지배자들을 향한 노동자들의 불만 표출과 저항을 어렵게 만든다.

트럼프 1기 이후로 미국은 초당적으로 중국을 압박했고, 중국은 이에 만만치 않게 대응하고 있다. 첨단산업계에서는 이미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미국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에게 첨단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자 중국은 ASML보다 출력이 4배나 뛰어난 EUV 노광장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EUV 노광장비는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핵심인 설비이다. 챗GPT에 대항해 중국은 그보다 10분의 1의 비용으로 딥시크(Deepseek)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것은 미중 간 첨단산업 경쟁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및 배터리 등에서 중국은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해 중국은 신질생산력* 발전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투자가 제조업 설비확장으로 이어져 상품의 과잉 생산을 초래할 수 있고, 또 묻지마 투자로 인한 비효율성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제국주의적 세계질서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첨단산업에서의 경쟁과 관세전쟁 등은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 경쟁과 갈등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 마르크스주의자는 두 제국주의 국가 중 어느 편도 들지 않고 노동자 계급의 국제주의에 입각한 독립적인 정치를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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