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정치의 불안정 높이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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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트럼프는 중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앞으로 3~4주 이내”라고 전망했다.
하도 지어낸 말을 잘 하는 인간이기도 하거니와, 미국과 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든 듯 보인다. ‘관세 전쟁’에서 중국이 쉽사리 물러설 태세를 보이지 않자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의 범위와 수위를 점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했지만, 중국에 대한 관세는 145퍼센트로 올리고 시행했다. 중국이 보복으로 미국산 제품에 12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자, 트럼프 정부는 엔비디아 반도체의 대중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했을 뿐 아니라 중국이 소유한 선박이나 중국이 만든 선박 등에 10월 14일부터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해군 경쟁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조선 산업에서 미국이 중국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에 타격을 주려 한 것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286개 중국 기업 퇴출도 논의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도 미국 사모펀드에서 운용하던 중국 국부펀드의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중국 항공사는 미국 보잉으로부터 구매한 항공기 인도를 거부했다.

이처럼 미중 간 관세·무역 전쟁이 계속되면서 미국과 중국 양국에서 경기 침체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미중 대결 구도 속에 ‘내수 진작’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지난달 17일 중국 정부는 자동차·가전품·스마트폰 구매 보조금 확대 같은 소비 진작 방안을 내놓았다. 대미 수출 감소를 만회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개방 조치 후 가장 광범위한 소비 활성화 조치”라고 평가받는 이 대책은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4월 10일 발표된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월(-0.7퍼센트)에 이어 3월(-0.1퍼센트)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의 소비가 기대만큼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수출마저 끊어질 경우, 중국이 받게 될 타격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 중국은 무역 흑자를 9921억 달러나 올렸고, 이 중 대미 무역 흑자는 2954억 달러로 약 30퍼센트나 됐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도 트럼프발 관세 인상의 여파로 소비 감소와 기업 수익 저하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융의 불안정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비난하며 해임을 시사하자 미국 금융시장은 또다시 요동쳤다.
최근 파월 의장이 “관세 부과로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및 경제 성장 촉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금리 인하를 거부하자, 트럼프는 “즉시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며 선제적 금리 인하를 강력히 촉구한 것이다.
그동안에도 트럼프는 여러 차례 연준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했지만,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거부해 왔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와 중앙은행(연준)이 충돌하자, 4월 21일 또다시 미국 주요 증시에서 주가가 하락하고, 미국 국채 가격 하락(금리 인상)과 달러화 약세가 나타난 것이다.
기존의 국제 금융 시스템은 미국 달러와 국채가 안전하다는 전제 위에서 굴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주식 시장이 급락하거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자금이 미국 국채로 몰려가면서 미국 국채 가격 상승(금리 하락)과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났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 주식과 국채 가격이 모두 하락하면서 자금이 미국 자체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을 벗어난 자금이 독일과 일본 국채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달러화 약세의 주요 원인 하나는 미국 국가 부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는 집권하자마자 공무원을 대거 해고하며 재정 지출 삭감에 나섰지만, 미국의 2025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들어 지난 3월까지 6개월간 재정 적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22퍼센트 늘어난 1조 3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트럼프의 관세 폭탄으로 미국 경제가 냉각되자 세수 감소로 재정 적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트럼프는 연준을 압박해 금리를 내리면 미국 경기를 부양하고 재정 적자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는 달러화 약세를 가속화해 미국으로부터의 자금 이탈이 증가하면서 심각한 금융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
이래저래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경제와 정치의 위기 심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