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의 관세는 친구들을 가까이 두려는 것이다
—
기업주들의 묵인을 계속 이끌어내려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대표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1월 재선됐을 때 주식시장이 크게 반등했는데, 특히 미국에서 그랬다. 그런데 트럼프가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는 4월 2일이 다가오면서 주식시장은 급락하고 있다. 4월 2일은 트럼프가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하는 나라 모두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날이다.

관세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관세 부과 때문에 국제 무역이 교란되고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광범하다. 그러나 국제적 교란이 바로 트럼프가 의도하는 바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컬럼니스트 라나 포루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관세 부과]는 전적으로 힘과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위한 것이다. 힘과 권력이 (부와는 별개로) 트럼프의 동기다.”
그런데 부는 국가 권력의 원천이므로 실상은 좀 더 복잡하다. 내가 접한 것 중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가장 논리적으로 옹호하는 논고는 경제학자 스티븐 미런의 긴 논문이다. 그 논문은 현재 트럼프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내고 있는 미런이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쓴 임용 지원서인 듯하다.
미런은 달러가 기축 통화여서 미국 경제가 경쟁국들보다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 역자] 달러가 기축 통화여서 전 세계 자본가들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안전 자산인 미국 재무부 채권에 투자한다. 그래서 달러화 가치는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유지한다. 그 결과 미국 제조업은 중국과 유럽에 비해 약화됐다. 트럼프는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제조업을 재건하고자 한다. 이를 이룰 방법 하나는 달러화의 가치를 다른 통화에 비해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국 수출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심지어 미런은 미국이 다른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을 윽박질러서 달러 가치 절하를 돕게 하는 “마러라고 협정”을 구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강한 달러를 좋아한다. 달러가 강해야 미국이 세계 금융 시스템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최근 미런은 달러 약화는 트럼프 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제조업 재건을 위한 또 다른 방안은 관세를 부과해 수입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관세가 실제로 물가를 상승시킬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미런은 2018년 트럼프가 중국에 처음으로 관세를 부과했을 때 중국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약화됐었다고 지적한다. 이[위안화 가치 하락 — 역자]는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상쇄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 노동자들의 구매력은 약화된다.
만약 이런 주장이 옳다면(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가정이 충족돼야 한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로 미국의 세수가 늘고 나머지 세계가 그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로서는 세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가 재선되자 주식시장이 급등한 이유 하나는 그가 첫 임기 때 도입했던 부자 감세를 연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부자 감세는 내년에 종료될 예정이다. 그것을 연장하면 향후 10년 간 4조 달러 가까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연방정부 부채가 막대하다.(부분적으로 이는 강한 달러 덕분에 차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연방정부 재정 적자 — 지출과 세입의 격차 — 는 2025년 1.9조 달러(GDP의 6.2퍼센트)를 기록할 전망이다.
감세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차입을 늘리면 금리가 올라갈 텐데, 금리는 이미 오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고 무자비하게 정부 부처들을 난도질하는 것은 재정 적자를 줄이려는 절박한 몸부림이지만 십중팔구 의도한 바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관세로 얻는 세수로 재정 적자를 줄이기를 바란다.
따라서 트럼프의 관세는 그의 정부가 벌이고 있는 권위주의적·인종차별적 광란에 대한 기업주들의 묵인을 계속 받아내려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제국주의적 경쟁에서 미국을 더 강화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미런은 관세를 지정학과 연결시키려고 한다.
“우방국들은 안보 우산과 경제 우산 하에 있을 테지만, 고통 분담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그 고통 분담 정도에 따라 우방국들은 무역이나 환율 문제에서 우대받을 것이다. 안보 우산 바깥에 있는 나라들은 국제 무역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우호적 합의에서 배제될 수 있다.”
이 말대로라면 미국을 요새화하고, 군비 지출을 늘리는 고분고분한 동맹에게만 문을 열어 주겠다는 것이다. 누가 그런 동맹이 되려 하는지 떠올려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