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관세 인상에 대한 한국 기업주들과 노동운동의 대응

이 글을 읽기 전에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보시오.

얼마 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이 미국에 4년간 31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것은 상징적인 일이었다. 정의선의 행보는 미국에 선제적으로 양보해 트럼프의 기를 살려 준 것이었다. 이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전시효과를 냈다.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정의선의 행보에 대해 칭찬 일색의 보도를 쏟아 냈다. 이는 어떻게든 미국의 관세 인상을 피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주들의 처지를 보여 줬다.

트럼프에 아첨하는 한국 지배자들 미국에 31조 원 투자 계획 발표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출처 현대차그룹

그러나 이런 아첨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동차 관세 25퍼센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지 않았고, 상호관세도 예상보다 높게 부과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등 미국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생겼다. 당장 전체 생산 물량의 80퍼센트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GM은 철수설이 파다하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보고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의 60퍼센트가 미국 관세의 직·간접적 영향하에 있다고 했다. 또, 동남아시아 등을 통해 미국에 수출하던 삼성·LG 등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친기업주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하루빨리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게 최상목을 탄핵하지 말고 협력하라고 압박하고, 민주당은 미국이 한미FTA와 WTO 규범을 위배했다는 것을 부각하며 협상의 지렛대로 삼자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관세를 낮추기 위한 미국과의 협상은 결국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거나, 미국산 에너지·소고기 등의 수입 확대, 조선업·방위산업 등에서 미국과 협력 확대, 미국 투자 확대 등을 받아들이는 것을 수반할 것이다. 정부와 자본가 계급, 그리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양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결국 그 비용은 노동자 등 서민층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또, 그들은 관세 인상으로 타격받는 기업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경쟁이 강화되므로 한국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지원 강화 논리는 결국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 정책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기업 감세는 노동자 등 서민층에 대한 긴축 공격으로, 기업 이윤을 보호하자는 논리는 임금과 노동조건 공격으로 돌아올 것이다.

2019년에 한일 무역 갈등이 벌어질 때도 당시 기업 지원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분위기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고 안전 규제를 완화하는 등 반노동 정책을 폈다. 최근에도 여야는 기업들에 감세 혜택을 늘리고, 국민연금의 ‘내는 돈 대비 받는 돈’을 크게 삭감하는 개악을 처리한 바 있다.

민주노총과 진보당은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노동자 등 서민층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 산업 육성 추구로는 노동계급의 삶을 일관되게 지키기 어렵다.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결국 기업들의 이윤을 보호해야 하고, 이를 위해 노동자들의 양보와 희생, 저항 자제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 자국 산업 보호라는 애국주의적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투쟁적이고 국제주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현대제철의 사례를 봐도 이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현대제철 사용자 측은 트럼프의 관세 공격 속에서 미국에 수조 원을 투자하겠다면서도, 노동자들에게 줄 돈은 없다며 희망퇴직을 압박하고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에 강경 대응해 왔다.

이런 공격에 맞서려면 노동자 저항과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 노동자 등 서민층의 삶을 지킬 수 있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