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충돌 위험 키우는 트럼프의 무역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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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무역 전쟁은 세계 자본주의를 더욱 깊은 위기로 몰아넣었고, 군사적 충돌 위험을 키우고 있다.
4월 9일 수요일 트럼프는 방향을 또다시 홱 틀어서 여러 국가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를 유예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율을 125퍼센트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그보다 앞서 중국 정부는 트럼프의 조치에 대응해 미국산 수입품에 84퍼센트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 조치는 4월 10일 목요일부터 시행된다.
트럼프는 4월 9일 수요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4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미 부과했던 관세에서 50퍼센트포인트 추가 인상한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전주에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보복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이처럼 극단적인 수준으로 관세를 끌어올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무역 전쟁의 격화는 안 그래도 이미 둔화하고 약화한 세계 자본주의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줬다. 미국 최대 은행의 하나인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경기 후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를 빠르게 매도 중이다. 국채는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만기까지 이자를 지급한 뒤 원금을 상환한다.
국채 매도는 정부의 차입 비용을 높이고,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부른다. 결국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주며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에도 타격을 입힌다.
중국은 다량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경제 분석가들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고조는 세계를 양국 간 경제적 대결뿐 아니라 군사적 대결에까지 휘말리게 할 위험을 키울 것이다.
이러한 혼란의 근원에는 미국의 패권 위기가 있다. 즉, 미국이 세계를 지배할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붕괴와도 맞닿아 있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국가들의 국제 경쟁 시스템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자본 간 경쟁과 국가 간 지정학적 경쟁은 서로 융합됐다.
1945년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 제국주의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세계 질서를 구축했다. 그 질서는 식민지를 거느린 유럽 열강들이 주름잡던 세계 질서와 달랐고, 미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에 기초한 질서였다.
그러나 그 세계 질서에도 경제적 차원과 군사적 차원이 모두 있었다. 미국은 1944년 설립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통해 경쟁국과 우방국, 약소국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 모든 것은 나토라는 전쟁광들의 동맹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미군 기지 수백 곳을 통해 군사적으로 뒷받침됐다.
냉전 시기는 미국과 소련을 두 축으로 하는 초강대국 제국주의의 시기였다. 두 초강대국은 세계를 각자의 ‘세력권’으로 나눠 지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을 단일한 정치 블록, 즉 흔히 말하는 ‘서방 세계’로 통합시켰다.
그 시기에도 서방 국가 간 경제적 경쟁이 벌어졌고, 특히 1950~1960년대를 거치며 유럽과 일본 경제가 회복된 이후에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전 시기의 제국주의와 달리 그런 경쟁이 군사적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이전 시기의 제국주의는 독일의 산업과 군사력이 영국 제국의 우위를 위협하면서 제1차세계대전으로 나아갔다.
냉전 시기에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은 여전히 융합돼 있었지만, 두 경쟁은 부분적으로 분리됐다.
그러나 지금은 두 경쟁의 융합이 폭력적으로 그 존재를 다시 각인시키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제1차세계대전 직전과 훨씬 흡사하다. 제1차세계대전 직전 영국 제국주의는 힘겹게 패권을 유지하려고 몸부림쳤다.
오늘날 미국 제국주의의 패권은 여러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강력한 도전자다. 트럼프의 대응은 이전 대통령들에 비해 ‘나홀로’ 대외 정책 노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미국 제국주의의 위기는 신자유주의와 자유 시장 세계화의 붕괴와 연결돼 있다. 그와 관련해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 특히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경제적 국수주의로 방향을 트는 것이 이롭다고 본다.
트럼프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무너진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관세를 통해 되살리겠다는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략은 위험이 큰 데다가, 지금은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의 분리를 논하기에는 한참 이른 상황이다. 그만큼 그 전략은 모순투성이이고, 사회의 상층에서 분열을 자아낼 수 있다.
좌파는 그러한 분열을 기회로 삼아,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 떠넘기려는 시도에 맞서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