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가 말하는 “왕은 없다” 항쟁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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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역사학자이고 《인종학살을 고발한다! — 미국의 파시즘과 법에 의한 지배》(국내 미출간)의 저자인 빌 멀른과 트럼프판 매카시즘에 대해 인터뷰했다.
미국에서 새로운 매카시즘이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 미국에서는 파시즘 반대가 범죄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안티파’가 미국 내 테러 단체로 지정됐죠.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안티파’는 단체 이름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것은 파시즘 반대, 사회주의적 주장을 범죄화하겠다는 것입니다.
텍사스주에서는 주 법무장관이 급진 좌파 단체들을 “테러 조직”으로 지목하고 잠입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으려면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스미스법[반공법의 토대가 되는 좌파 단속법 — 역자]이 좌파 단체들을 겨냥하며 밝힌 명분이 “폭력 선동”이었습니다. 이런 표현을 동원해 미국 내의 사회주의자들을 공격했던 것입니다. 오늘날 작태와 정확히 같습니다.
노동계급 혁명이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을 일컫는 ‘혁명의 리허설’이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이 경우는 ‘반혁명의 리허설’이라고 할 만합니다.
연방정부는 셧다운(일부 운영 중단) 상태입니다. 군대가 거리에 투입돼 있습니다. 국가는 대중의 민주적 권리를 짓밟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권에는 파시즘을 향한 열망이 있습니다. 그들은 권위주의적 조처를 이것저것 실험해 보고 있는데 이것이 다시 더한층의 우경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가 마흐무드 칼릴이 납치되듯 끌려가 추방 위협을 받은 것이 그 한 사례였습니다.
찰리 커크가 살해된 후 최소 150명의 노동자가 SNS에 올린 글 때문에 해고됐습니다.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인 동시에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입니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됐습니다. 이미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공무원에 더해서 말입니다. 공무원 최소 50만 명이 노조 할 권리를 박탈당했습니다.
저들은 온갖 방식으로 우리의 힘을 약화시키고자 합니다.
미국 하원 산하에 교육노동력위원회라는 소위원회가 있는데요. 이 위원회는 현재 “노동조합의 유대인 혐오 색출”이라는 이름의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청문회에 서는 증인 일부는 노동조합 파괴 조직인 ‘전국노동권협회’가 조직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노동조합이 너무 유대인 혐오적이니 노조를 해산해야 한다고 발언합니다.
대학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대한 탄압이 노동운동 전체에 대한 전쟁으로 나아가기 전 단계였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추방은 저항에 어떤 영향을 줬습니까?
“ICE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색인종 노동자들을 공포에 빠뜨리려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죠. 노동계급 거주 지역 주민들은 군용 헬리콥터가 동네 상공을 선회 비행하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깹니다. 파시즘이 미국을 지배하는 내용의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의 한 장면이 이럴 듯합니다.
수도 워싱턴 DC, 시카고, 포틀랜드, 멤피스에 군대가 투입돼 거리를 누비고 있습니다. 물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저항에 밀려 물러났지만 말입니다.
미국 국가는 국내에서 대중을 상대로 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무력시위를 하는 것입니다.
때로 법원이 제동을 걸기도 합니다만, 아시다시피 사법부는 우리를 지켜 주는 기관이 아니죠. 그리고 트럼프는 1807년 반란법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에게 이 법은 법적 최종 병기, 법적 핵무기 같은 겁니다.
찰리 커크 살해 후 탄압으로 교사, 보건 노동자, 언론인 등 일부 노동자층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중산층에서 비교적 열악한 축에 속하는 노동자들입니다.
ICE가 활개 치는 것은 노동계급 전체를 향한 공격입니다. ‘ICE화’의 목적은 인종·계급·국적에 따른 공포심을 점진적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저항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이죠.
트럼프의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는 ‘국내 테러리즘’ 운운하며 포틀랜드에 대한 병력 투입을 정당화했습니다. 여기서 ‘국내 테러리즘’이란 ICE 구금 센터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전통적 가치”에 반하거나 반미, 반자본주의, 반기독교 성향의 사람이라면 누구든 국내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수사할 수 있다는 행정조치를 내렸습니다.
지금 대다수 미국인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국가에는 미국 인구 3억 7,500만 명 모두의 집에 쳐들어갈 힘은 없습니다. 그러나 자국민을 위협하고 그들에게 공포를 심어 줄 수는 있습니다.
노동의 불안정성도 심각합니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학생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거의 품지 않습니다.
이 역시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한 방식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는 구직 중인 박사과정 유학생이 있는데요. 타국 국적의 노동자들이 미국에서 일하려면 특정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트럼프는 그 비자에 10만 달러에 이르는 값을 매겨 놨습니다. 그만한 돈을 내 줄 수 있는 대학교는 없으니 제 학생은 미국을 떠나야 하게 생겼습니다. 그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숱하게 많습니다.
백인우월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광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가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를 했는데, 거기서 그들은 국가가 자기 일을 대신해 주니 자신들이 거리에 나갈 필요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 모든 일로 트럼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나요?
트럼프는 인기가 없습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대통령으로서는 역대급으로 낮습니다. 많은 사람이 트럼프 정부에 통치 정당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트럼프는 자기 목표를 이루려고 공포정치와 폭력에 기대고 있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트럼프에 반대합니다. 그러나 권력의 핵심 지렛대를 쥔 것은 국가입니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과 사회주의 재부상에 맞선 반혁명적 공격입니다.
저들은 조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릅니다. 트럼프는 맘다니가 뉴욕 시장에 당선하면 뉴욕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어 버리겠다고 합니다. 현대판 반공주의 마녀사냥입니다.
‘워크’*와 트랜스젠더 권리와 유색인종에 대한 공격은 모두 그 반혁명적 공격의 수법입니다.
극우는 이토록 군사화하고 권위주의적인 보수 정치를 50년 동안 꿈꿔 왔습니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것은 마가(MAGA)판 매카시즘입니다. 아직 파시즘은 아니에요. 규탄하고 저항을 조직할 여지가 아직 있습니다.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굳건하게 저항을 건설해야 합니다.
공포정치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에 맞선 반격도 마찬가지로 엄연한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