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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우리나라에서도 극우의 인종차별에 맞서야 한다

4월 2일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자유통일당 후보가 32퍼센트나 얻은 것은 극우의 위협이 현실적이 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혹자는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표가 자유통일당에게 간 것일 뿐이므로 이번 득표의 의미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문제다. 한국 지배계급의 제1선호 정당에 투표하던 지지층 2만여 명이 지방의원 하나 없는 주변부 극우 정당의 듣보잡 후보에 투표했다는 점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평일에 치러진 데다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 직전이라서 관심도도 낮았다. 그런 선거의 투표에 참가할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자유통일당이 전광훈의 정당이며, 그 당이 윤석열의 쿠데타를 지지하고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구호를 외치며 법원 폭동과 폭력을 불사한 자들과 연계된 정당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런데도 그 당에 대거 투표한 것이다. 국민의힘, 우익 개신교 대형 교회가 자유통일당 후보를 이번 선거 “보수 단일(유일) 후보”라며 지지·지원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에서 국힘으로 번진 극우화가 이제 그 지지층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다.

극우의 친미반중 선동은 주류 우파 엘리트들의 친미 노선을 기층에서 뒷받침해 준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구로구청장 자유통일당 후보가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대대적으로 추방하자는 인종차별적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주민(이민자+외국인+귀화자) 취업자는 약 206만 명으로 한국 경제활동인구의 6퍼센트를 넘는다. 이들 대부분이 임금 노동자들이니 이주민들이 전체 노동계급의 10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것이다. 한국 노동계급은 이미 다국적 구성인 것이다. 이주민 차별과 괴롭힘이 노동계급을 차별하고 분열·반목시키는 짓인 이유다.

이미 한국 경제에 없어선 안 될 이주노동자들의 일부가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되는 것은 주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은 제도 때문이다. 우익들은 이를 알면서도 불법 체류자들이 마치 한국 사회의 안정을 위협하는 음험한 범법자들인 듯한 인상을 풍기며 악선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자유통일당 후보는 AI 기술로 길거리 행인들을 감시해 불법 체류자를 찾아내자는 공약까지 걸었다. 만일 이런 기술이 적용되면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경찰과 우익의 감시 대상이 돼 여러 기본권이 침해될 것이다.

노동계급에 대한 차별이자 이간질

이런 공약을 내건 극우 후보가 선거에서 표를 많이 받은 것은 정부가 국경 통제를 늘리고 이주민·난민 차별을 강화하는 것에 밑받침이 될 수 있다.

최근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는 강도 높은 이주민 단속을 벌였는데, 또다시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주류 언론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중국인 범죄를 과장해 보도하고 있다. 가령 “‘무비자’ 입국한 중국인들 무법천지...범죄소굴 된 제주도 ‘공포’”라는 제목의 2월 YTN 보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보도가 인용한 범죄들은 대부분 중국인들끼리의 갈등이었다.

이런 일들은 극우의 인종차별 선동을 주류가 수용한 결과이지만, 다시 극우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인종차별적 폭력에 힘을 실어 준다.

지난주 서울에서는 대만인 관광객을 중국인으로 착각한 한국인 취객이 술병으로 대만인의 머리를 가격한 범죄가 일어났고, 제주에서는 한국인 중년 남성이 중국인 이주노동자를 불법 체류자라며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강도 범죄가 일어났다.(해당 중국인 노동자는 합법 체류 상태였다.)

국힘은 불리한 이번 대선에서 이런 인종차별 선동을 활용할 수 있다. 경제 침체와 생계비 위기에 시달리는 대중의 박탈감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 진정한 책임을 흐리고, 노동계급을 분열시켜 표를 얻어 보려는 것이다.

이미 윤석열, 한동훈, 김은혜 등이 중국계 이주민들이 건강보험을 축낸다느니 하는 거짓을 선거에 활용했었다.

불길한 것은 이번 구로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조국혁신당뿐 아니라 진보당 후보마저도 극우 후보의 인종차별적 선동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거가 극우의 주류화 통로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 의원 특권을 이용해 이주민들을 향한 폭력들을 엄호하고, 인종차별적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극우의 인종차별 선동이 노동계급 내부를 이간하는 효과를 내지 못하도록 일터와 이주민 밀집 거주지에서 이주민-난민 환영 운동을 키워야 한다.

극우의 실체를 꾸준히 폭로하며 극우의 위협에 사람들이 주눅들지 않도록 하려면 필요한 때 대담한 대항 동원을 회피해선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운동과 좌파가 대의를 위해 힘을 모을 줄도 알아야 한다.

제국주의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일각에서도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드러난 극우의 인종차별 선동과 구로구청장 선거 약진을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에 맞서는 대안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극우가 성장하는 토양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시되고 있다.

필요한 일들이다. 또한 극우는 주류 정치가 대중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것에 대한 대중의 정치적 소외감을 이용하기 때문에 경제 위기의 폐해에 맞서(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 자체에 도전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그런데 극우와의 맞대결을 피하면서, 선거에서 우파와 경쟁해 정권을 잡고 의석을 얻어 대중에게 개혁을 선물하겠다는 발상으로는 한계와 모순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일터와 주거 지역에서 만만찮은 동원에 기초한 반극우 투쟁, 이주민 환영 투쟁, 그리고 생계비 위기 해결을 위한 힘있는 정치적·경제적 투쟁들이 벌어져야 더 커다란 단결이 가능하고, 차별금지법과 복지 확대의 설득력과 효과도 높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노동자들이 파편화된 채라면 극우 선동은 후진적 노동자와 실업자, 미취업 청년 등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면 오히려 좌파 자신이 (특히 선거에서) 후진적 여론에 영합해야 한다는 압력을 크게 받게 될 것이다.

독일 등에서 일부 좌파가 경제적으로는 좌파적 공약을 내면서 인종·젠더 등 차별 문제에서는 회피적 입장을 채택하는 경우가 그 사례다(자라 바겐크네히트 등이 대표하는 이들은 이번 독일 총선에서 참패했다).

혐오 표현 금지 등 국가의 표현 규제로 극우를 억제하자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 국가가 검열과 단속 권한을 늘리는 것은 결국 좌파와 보통 사람들의 저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반면,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며 폭동까지 벌인 극우가 얼토당토않게 표현의 자유를 오용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혐오 표현 금지 규정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유대인 혐오라고 탄압하는 데 이용됐다. “윤석열 처단” 주장이 혐오 표현으로 탄압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지금 한국 극우의 인종차별 선동이 중국인, 중국동포를 향하는 것에는 윤석열이 추구한 노골적인 친미·친서방 제국주의 노선의 문제가 있다. 극우의 반중 선동은 단순히 소외에 쩔어 혐오 감정에 휩싸인 후진적 대중의 분노 표현이 아니라, 주류 우파 엘리트들의 친미 노선을 기층에서 뒷받침해 주는 운동인 것이다.

사실 그 이유 때문에라도 단순한 혐오 표현 금지 주장만으로는 문제의 본질에 전혀 다가갈 수 없다.

한국의 좌파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 경쟁 체제에서 어느 한 편을 들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지배계급이 친미 진영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와 그에 대한 지원)에 대한 반대를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 지배계급에 대한 반대와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를 일치시켜 극우의 친미(반중) 선동과 효과적으로 대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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