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구청장 선거에서 극우 자유통일당 후보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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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는 윤석열 탄핵심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 선거로 치러졌다.
부산교육감, 경남 거제시장, 충남 아산시장, 서울 구로구청장 등 국힘 소속이거나 국힘이 지지했던 인물이 전임 장이었던 선거에서 국힘이 민 후보들이 모두 졌다.
그 와중에 자유통일당은 도리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펴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공격해 오던 자유통일당이 선거에 나온 것은 윤석열 탄핵 기간에 자기들이 가한 공격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서일 것이다. 아무튼 불길하게도 20~30대 극우 청년 후보들이 주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자유통일당은 전광훈이 김문수와 함께 창당한 개신교 우익 기반 극우 정당이다. 윤석열의 쿠데타를 열렬히 지지·옹호하며 중국 개입에 의한 부정선거론 등을 적극 설파해 왔다. 국힘 텃밭인 대구시 의원 선거에서는 국힘 후보가 70퍼센트 가까이 득표하는 와중에 자유통일당 후보 최다스림도 5퍼센트를 넘겼다.

특히 주목할 결과는 자유통일당 후보 이강산이 32퍼센트로 2위 득표를 한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였다.
국힘 소속 구로구청장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170억 원어치 주식의 백지 신탁을 거부하고 사퇴하는 바람에 치러진 선거라서 국힘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여론의 눈치를 보며 침묵한 국힘 지도부와 달리 국힘의 구로구 당 조직, 윤상현 등은 노골적으로 자유통일당 청년 후보를 ‘보수 단일 후보’로 지지했다. 윤상현은 탄핵 국면 내내 윤석열-극우-국민의힘 사이 가교 구실을 해 왔다.
윤상현과 국힘 지역 조직 덕분에 구로 선거에서 자유통일당은 진정한 보수 단일 후보였다. 그 지역의 윤석열 탄핵 반대자들이 모두 그를 전폭 지지했다. 국힘, 거리 극우, 구로구 대형 교회인 연세중앙교회(담임 목사 윤석전) 등의 지지를 받았다. 윤석전 목사는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며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신도들을 동원했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자유통일당은 구로구에 후보를 내지 않았고, 그곳의 정당비례투표에서 6289표를 얻었다. 그러나 투표율이 지난해 총선의 절반에도 못 미친 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그 4배가 넘는 2만 8946표를 얻었다.
예전 국민의힘 지지자 적어도 2만 2000여 명이 노골적인 극우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다.
자유통일당 후보 자신이 개신교 우익 활동을 해 왔는데, 이번 선거에서 그들의 지원도 받았다. 연세중앙교회가 위치하고 그 신도가 많이 산다는 구로구 온수동과 궁동에서는 당선된 민주당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
이주민 배척
자유통일당 후보는 이주민 배척과 같은 인종차별주의, 차별금지법 반대를 내세워 표를 모았다. 구로구는 이주민이 많이 사는 곳이다. 구 인구의 대략 12퍼센트이고 그중 다수가 중국 동포 이주민들이다.
이런 지역에서 평일에 치러져 투표율도 낮은 보궐 선거, 서민층이 비교적 많이 사는 지역에서 3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외국인 추방 같은 극단적 인종차별주의를 앞세운 극우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다. 매우 위험한 징조다.
그런데 민주당, 조국혁신당 후보는 물론이고 좌파인 진보당 후보도 극우 후보의 인종차별적 이주민 배척 선동에 맞서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극우에 특별히 반대하는 건 극우를 오히려 키워 주는 것이라는 회피적 생각을 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극우의 데마고기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맞불을 놓지 않으면 오히려 극우가 사람들을 모으고 설득하기에 더 유리해진다.
거리 극우에 관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 극우 지지자들은 대체로 투표를 국힘에게 하는 특징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국힘은 극우 후보에 대한 투표를 지지층에게 호소하고, 지지층의 만만찮은 일부가 그에 호응한 것이다. 윤석열과 국힘이 “극우의 주류화”를 조장하고 반동적인 극우들이 수혜자가 된 것이다.
국힘 원외 당협 위원장들 중에는 자유통일당과의 합당을 주장하는 자들도 있다고 한다. 전광훈 자신이 자유통일당과 국힘 입당 캠페인을 병행해 왔다.
구로구청장 선거에서 국힘과 대형 교회의 지지를 받는 것의 선거적 유용성을 체감했으니, 공식 정치 안에서 개신교 우익의 영향력도 커질 것이고, 기존 국힘 정치인들도 이들과 극우의 주장들을 차용할 것이다. 국힘으로 출마하려는 우익 청년 정치인도 늘어날 것이다.
주류 우파 정당의 극우화는 공식 정치 지형을 우경화시키는 압력이 된다. 일부 극렬 이주민 배척주의자들은 자신감을 얻어 직접적인 행동으로 옮기려 할 수도 있다.
중도 정당인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그들이 지지자들을 배신하고, 동맹한 좌파 정당들이 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환멸감과 소외감, 대안 부재감을 이용해 극우가 서구처럼 성장할 수 있다. 이번 재·보선에 나온 중도계 후보들 사이에서 극우 반대 목소리가 크고 선명하게 나오지 않은 것은 이런 위험의 현실성을 보여 준다.
극우의 위협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더 커지기 전에 노동자 운동과 좌파들이 힘을 모아 이주민 환영과 극우 반대 운동을 키워야 한다.
윤석열과 국힘이 극우 주류화에 한몫하고 있기 때문에 쿠데타 세력 척결 투쟁도 여전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