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반중 선동을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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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목) 서울 건국대학교 앞 양꼬치 거리에서 극우 청년들이 반중·혐중 행진을 했다. 그들은 항의하는 중국인 점원에게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극우 청년들은 ‘윤 어게인’ 행진(뚝섬역 -건대입구역)에 참가한 뒤 양꼬치 거리로 이동해 반중 행진을 했다.
이 행진을 주최한 ‘자유대학’은 지난 1월에 만들어진 극우 청년 단체다. 그들의 집회는 많을 때는 2000명이 넘는다. 그중 20대는 200~300명이고 나머지는 30~60대 과격 골수들이다.
그들은 전광훈 측의 간접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광훈 측과 자유대학은 공개적으로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고 있다.

대형 개신교 교회 우익 목사들의 지원을 받는 세이브코리아는 윤석열 파면 직후 집회를 중단했다. 반면, 전광훈 측과 자유대학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자유대학은 윤석열 파면 후 4일 만인 4월 8일 저녁 이태원-한남동 행진을 조직했다. 이런 식으로 거리 운동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대학은 4월 15일 합정역-홍대입구역 행진을 했다. 4월 19일에는 서울교대역에서 극우 유튜버 안정권과 공동으로 행진과 집회를 열었다.
‘윤 어게인’ 구호는 파면 이후 조기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의 존재감을 상기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과의 연결 고리를 끊으려 하지 않는다. 윤석열도 국힘이 대선에서 이기기를 바란다. 물론 국힘에게는 불리한 대선이다. 그러다 보니 국힘 내 소수는 선거적 계산 때문에 윤석열 탈당을 요구한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윤 어게인’ 시위, ‘윤 어게인 신당’ 창당 시도, 전광훈의 독자 출마 선언 등은 국힘이 다시 극우적이 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내려 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내란죄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받으면서도 국힘의 대선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친미 아니면 반국가 세력”
극우 세력은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중국인 OUT, CCP(중국 공산당) OUT” 슬로건을 부각시켰다. 윤석열의 노골적인 친미 노선과 계엄 선포의 명분을 뒷받침하려는 시도였다.
최근 극우 시위에서도 반중·혐중 선동이 두드러진다. 이것은 내란죄 재판에서 윤석열 쿠데타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미국의 대중국 관세·무역 전쟁에서 미국을 편들고, 차기 정부가 이런 노선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경고하는 것이다.
한덕수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맞서지 않겠다고 한 것도 극우의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거리 극우는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확고한 친미는 한국 극우의 정치적 전통이기도 하다. 그들은 미국이 건국, 한국전쟁, 경제 성장의 모든 과정에 도움을 줬다며 한미동맹을 대한민국의 본질적 일부로 여긴다. 그들이 미국과 한미동맹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다.
그래서 극우의 반중주의는 친미 아니면 친중·친북·좌파이고 반국가 세력이자 매국노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매개 구실을 한다.
그들은 대중국 적대 정책을 노골적으로 촉발한 트럼프와 공화당, 미국 기독교 우파와 강한 유대를 드러낸다.
‘세이브 코리아(SAVE KOREA)’는 2021년 1월 미국 의회 난입 폭동 전 열린 집회 이름 “SAVE AMERICA”를 연상시킨다. 트럼프는 그 집회에 참가해 사실상 의회 난입을 선동했고, 집회 후 파시스트와 극우 행동대는 총·칼을 휴대하고 의사당 안으로 쳐들어갔다.
국수주의
극우 청년들은 최근 집회에서 외국 가요를 개사해 “반국가 세력을 죽이자”거나 “짱깨, 북괴, 빨갱이를 죽이자”는 등의 끔찍한 노래를 부른다.
또, 그들은 “화짱조”를 척결하자고 하는데, 화교, ‘짱깨’, ‘조선족’을 일컫는다. 극우는 화교와 중국인들이 한국인들보다 큰 특혜를 받는다는 황당한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청년들을 자극하려고 한다.
그러나 남한 국가는 초기부터 속인주의(혈통주의)를 공식 정책으로 삼아 몇 세대에 걸쳐 남한에 터 잡고 살아 온 화교를 이미 제도적으로 차별해 왔다.
중국과의 수교 이후 한·중 간 경제 통합이 진전되고 중국의 경제력이 성장하면서 화교 차별이 조금씩 완화돼 왔다. 1990년대, 특히 2000년대 이후 한국에 온 중국인들은 구 화교처럼 차별받지는 않는다. 세계 2위의 국가인 중국 국적이 한국에서 제도적 차별 대상이 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중국 국적자에 대한 대우가 같지는 않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로 일하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의 연장선상에서 열악한 처지에서 일하는 중국인, 중국 동포(조선족) 등에 대한 편견은 만만찮다. 가령 이들이 많이 사는 서울 대림동과 가리봉동에 대한 편견이 그 방증이다.
기층에서의 반중·혐중 선동은 이런 편견을 이용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극우의 중국인, 화교, 중국 동포에 대한 위협은 인종차별보다는 공격적 애국주의(쇼비니즘) 같은 것이다.
이런 반동적인 선동을 방치해 극우가 자신감을 얻으면 노동계급이 분열하고, 친미 우파에게만 이롭다. 이는 중국 국적자들과 섞여 일하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자들에 대한 인종차별로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공격으로도 번질 수 있다.
따라서 극우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거리에서 위협을 가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또한 극우를 계속 북돋고 있는 윤석열을 재구속시키고 쿠데타 세력을 철저히 단죄해 극우와 우익의 기를 꺾어야 한다.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가 윤석열 파면 후에도 강경 친미 기조를 이어 가는 것에도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