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관들이(검찰과 법원이 결탁해) 쿠데타 가담자들을 풀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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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4일 윤석열 군사 쿠데타 저지,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 6월 3일 국민의힘 재집권 저지. 민주주의 염원 대중이 투쟁을 통해 이룬 기록들이다.
그러나 쿠데타 공범들이 활개치고 신병이 풀려서 돌아다니고 있다. 쿠데타 우두머리 윤석열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계속 불응하고 있다.
6월 16일 서울중앙지법 판사 지귀연은 쿠데타 2인자 김용현에 대해 보석 허가 결정을 내렸다. 지귀연은 윤석열과 김용현을 연거푸 풀어 주고 있다. 가관이게도 김용현은 조건부 보석을 거부하고 있다.
3월 7일 윤석열 석방 때처럼 이번에도 검찰과 법원이 합을 맞췄다. 검찰은 김용현을 추가 기소해 신병을 확보하는 대신에 보석을 요청했다. 2017년 박근혜 재판 때처럼 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검찰은 박근혜의 신병 확보를 위해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박근혜의 구속 기간이 6개월 연장됐다.

7월에는 또 다른 쿠데타 가담자들이 줄줄이 석방될 예정이다. 여인형·이진우·문상호·박안수·노상원 등 전직 장성들과 전 서울경찰청장 김봉식의 구속 기한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가 친위 쿠데타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점이 쿠데타 세력 일소를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일반적인 쿠데타와 달리, 친위 쿠데타는 통치권자 자신이 행정부·군·검찰·경찰·정보기관 등 모든 국가 기관을 동원해 자신을 선출한 헌정 체제를 타격하는 행위다.
그래서 친위 쿠데타는 성공률이 높다. 2016~2024년 친위 쿠데타가 세계적으로 17건이 일어났는데, 80퍼센트가 성공했다(일반적인 쿠데타의 성공률은 50퍼센트 정도였다). 친위 쿠데타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정체를 권위주의적 정체로 후퇴시키는 방식의 하나인 것임이 드러났다.
친위 쿠데타는, 실패하더라도 쿠데타 가담자들이 국가 기관 내에 잔존해 있으면서 끈질기게 반격하며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이 역할을 노골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은 검찰이다. 그래서 내란 특검에 파견될 검사 중에는 트로이의 목마가 끼어 있을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하고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돼도, 정치 상황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양상이다.
“K-민주주의”
따라서 지금은 “K-민주주의의 저력”을 예찬할 때가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엄존하는 극우 위협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펜타닐이 될 수 있다.
사실, 대통령 자신이 쿠데타를 기도했다는 사실 자체는 1990년대 초 이래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의해 지배자들이 마지못해) 도입돼 온 한국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일단 도입되면 되돌릴 수 없고 계속 발전해 나갈 거라는 생각은 위험한 환상이다.
심지어 서구에서도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극우 정당들은 선거에서 5퍼센트 내외를 득표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여러 나라들에서 극우 정당들이 집권했거나(이탈리아) 집권을 넘보고 있다(프랑스, 독일, 스위스).
최근에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이것은 2021년 극우의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과 트럼프의 대통령 재당선 덕분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극우 후보들이 21대 대선에서 패배했어도, 경제 위기와 제국주의간 경쟁 격화(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으로 표현되고 있고 동아시아도 그럴 수 있다) 등에 이재명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정치 위기를 맞으면 극우 세력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경고한다.
“극우 세력이 윤석열 탄핵에 반대해 일시적·즉흥적으로 뛰쳐나온 것이 아니며, 민주화 이후 장기간에 걸쳐 구축돼 온 극우 파워 엘리트 조직과 대중적 공동체, 이데올로기의 하부구조 가운데 일부가 이번 탄핵 정국에서 가시화된 것에 불과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후에도 이들 극우 기득권 엘리트들과 대중적 하부구조는 전혀 약화되지 않았고 향후 언제든 정치적으로 재활성화될 수 있다.”(‘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극우 파시즘’, 《광장 이후》, 문학동네)
극우가 재부상할 때 쿠데타 세력이 반동의 초점 구실을 할 수 있다. 1973년 칠레 쿠데타의 주범 피노체트는 대통령직 사임(1990) 뒤에도 계속 반동의 초점이 됐다. 브라질의 극우 대통령(2019~2023년) 보우소나루는 군사 독재를 공공연히 옹호했고 대선 재당선에 실패하자 그 자신이 쿠데타를 기도했다.
따라서 윤석열 쿠데타를 지지한 자들을 깨끗이 일소해야 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내란 특검의 수사에 주목하는 듯하다. 내란 특검은 쿠데타 준비와 사후 수습 과정에 조력한 숨은 공범들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법률적 조처에 의지해 극우의 위협을 저지하겠다는 노선은 근본적 한계가 있다.
가령 프랑스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은 지난 3월 유럽연합 기금을 횡령한 혐의로 5년간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차기 대선 관련 여론 조사들에서 국민연합은 32~35퍼센트를 획득해 2위 후보를 최대 17퍼센트 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이 복합 위기를 겪고 있고 뾰족한 해결책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생된 여러 종류의 위기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기성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위기, 기성 정치 세력들의 대표성 위기, 이데올로기 위기 등등.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기성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극우는 이런 상황을 틈타 ‘정상적’이고 ‘주류적’인 세력이 되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점잖은 우파 정당으로 포장하려 하지만 다수가 극우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새 원내대표도 윤석열의 쿠데타를 비호하고 탄핵을 반대한 송언석이 됐다.
따라서 쿠데타 세력 척결과 극우 반대 대중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아쉽게도 ‘내란종식·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그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도 대선 일주일 뒤에 해산했다.(다행히도 촛불행동은 매주 토요일 ‘내란 청산 사회대개혁’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쿠데타 세력 척결 과제를 특검에만 맡길 일은 아니다. 대항 동원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