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종식과 정치 보복 사이에서 줄타기할 듯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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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내란 종식” 약속과 “정치 보복 않겠다”는 약속 사이에서 고심하는 듯하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하 존칭 생략)은 이렇게 말했다.
“내란 전모는 철저히 밝혀내되 사법 처리는 핀셋으로 정확하게 책임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계엄에 동원된 하급 장교나 하급 경찰들이 무슨 죄가 있나.”(《신동아》, 6월 20일 자)
특검으로 내란의 진상을 규명하되 처벌은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정성호는 이재명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의 38년 절친이자 5선 의원이다.
정성호는 “하급”을 거론했지만 어쨌든 군대와 경찰을 콕 집어 사법 처리 최소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군대와 경찰은 윤석열의 12.3 쿠데타에 동원된 핵심 국가기관이었다.
그러나 현재 군 장성들과 경찰 간부들의 극소수만이 재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정성호의 발언은 쿠데타 세력에 대한 민주당의 척결 의지가 부족하지 않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군대와 경찰
이재명은 대선에서 “내란 종식”을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쿠데타 반대와 그 직후 벌어진 윤석열 탄핵 운동에서도 민주당은 주도적 구실을 했다. 이재명 자신이 계엄군의 체포(“수거”) 대상이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 뒤 치러진 대선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의 “내란 종식” 약속을 지지했다. 대선에서 이재명에게 투표한 이유로 “비상계엄 심판과 내란 종식”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한국갤럽의 6월 6일 발표).
대선에서 이긴 이재명은 자본주의 국가의 일상적 집행부를 운영하는 지위에 오르게 됐다. 군대와 경찰은 국가의 핵심 기관이다. 지배계급은 악착같이 자신들의 이윤과 권력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지배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 지배계급은 군대·경찰 등 무장한 기구들을 필요로 한다. 자신들의 권력을 평범한 사람들이 위협하지 못하도록 억누르고 통제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군대와 경찰 내 쿠데타 지지자들을 철저하게 숙정하려 들면 그 기관들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국가기관 내 쿠데타의 뿌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기관들(가령 검찰과 법원 등)도 버틸 것이다. 더구나 자본주의 국가는 본디 변화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을 싫어하는 대기업주들도 이재명 정부의 쿠데타 세력 철저 숙정을 반대할 것이다.
아마도 정성호는 이런 상황을 미연에 피하고자 군대와 경찰 내 쿠데타 가담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 게다.
사실 이재명 자신이 이미 선거 운동 과정에서 그 비슷한 주장을 했다.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밝히되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국민 통합”)고 한 것이다.

그러나 쿠데타 세력 철저 숙정을 반대하는 것은 커다란 저항을 촉발할 수 있다. 그리되면 정치적 양극화가 더 첨예해질 것이고, 민주당은 운신의 폭이 다시 좁아질 것이다.(이재명 정부는 대중 항쟁을 일정 수준 이하로 자제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내란 청산과 정치 보복의 경계는 칼같이 그어질 수 없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를 비호해 온 국민의힘은 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이 “정치 보복”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5개 사건, 12개 혐의는 정적 제거용(수사)이라고 주장했는데, 그러면 대규모 특검을 동원한 광란의 정치 보복은 제1 야당과 상대 진영 전체를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냐.”(원내 대변인 서지영)
이재명 정부가 쿠데타 세력을 깨끗이 일소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려 든다면 오히려 우파의 기를 살려 줄 것이다.
윤석열은 친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당 등 정치적 반대파와 좌파 조직들을 파괴하려고 했다. 쿠데타는 대중 저항에 의해 미수에 그쳤지만 쿠데타 세력이 제거된 것은 결코 아니다. 무력을 동원해 민주적 권리를 분쇄하려 했던 쿠데타 세력이 재기하지 못하도록 발본색원하고 모조리 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