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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쿠데타 세력 청산에 공공연하게 반발하는 사법부

법원이 쿠데타 세력 청산에 드러내 놓고 반발하고 있다. 법원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와 사법 개혁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법을 해석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종적 분쟁 해결자”라는 권위를 내세워 국가 권력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확립하는 구실을 한다.

대법원은 “비상한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사법제도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판사 출신의 민주당 의원 박희승도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반대하는 것을 보면, 하나의 국가 기관으로서 사법부의 권위를 지키려는 이해관계는 정파를 뛰어넘는 듯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법원은 9월 12일 전국 법원장 임시회의를 소집했다. 매년 12월에 열리는 정기 회의와 달리, 3년 6개월 만에 소집되는 임시회의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중의 불신

그러나 사법제도의 안정성이 도전받는 것은 법원이 공정하지 못해 대중의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양승태를 떠올려 보라).

대법원은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기도에 대해 아무 비판 성명을 내지 않았었다. 비판은커녕 윤석열의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조처에 협조하려 했다. 대법관 전원이 쿠데타의 밤에 모여 국가보안법 재판 등을 계엄사령부에 이월하는 것을 논의하는 회의를 했다.

대법원은 쿠데타 세력 청산을 가로막을 결정적 관문 노릇을 할 공산이 크다(사진은 대법원장 조희대)

그 뒤에도 법원은 내란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윤석열 쪽에 유리한 판단을 자주 내렸다. 판사 지귀연은 룸살롱 접대 의혹에 연루돼 있는데도 윤석열의 내란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내란죄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켜 왔다. 그래서 윤석열이 다시 석방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의 구속 기간은 내년 1월 18일에 만료된다.

재판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이 비등하자 지귀연은 12월까지 심리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니 내란 특별재판부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지귀연은 “특검과 변호인께서 원만히 협조해 준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윤석열에게는 시간을 끌라는 시그널이다. 윤석열은 내란 특검법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이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심판을 제청하면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해당 재판은 중지된다.

지귀연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정재욱은 8월 27일 한덕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대법원장 조희대는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주도해 이재명의 대선 출마를 막으려 했었다.

법원은 내란 특검 재판 1심을 중계하는 것에도 반대하고 있다.

법원이 쿠데타 세력에 관대한 것은 법원의 본질과 관련 있다. 법원의 구실은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법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도 법원은 국가 폭력을 정당화·합리화했다. 긴급조치 사건, 간첩 조작 사건 등에서 국가 탄압을 정당화하는 판결을 다수 내렸다. 반면, 국가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재심·배상 과정은 매우 더디게 진행했다.

게다가 현재 대법원은 윤석열과 한덕수가 임명한 대법관들이 장악하고 있다.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자그마치 10명이다. 이 자들은 쿠데타 세력 청산을 가로막을 최종 관문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국제적으로도 그런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프랑스에서는 나치의 괴뢰였던 비시 정권의 협력자들을 숙정하는 작업(에퓌라시옹; épuration)이 진행됐다.대중은 종전을 파시스트들에 대한 (정당한) 복수를 실현할 기회로 봤다. 일부 지역의 레지스탕스 투사들은 파시스트 부역자 1만여 명을 처형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법적 처벌은 매우 온건했다. 약 7,000명이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실제로 처형된 사람은 770명에 불과했다. 법원이 구질서의 복원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좌고우면하고 있는 민주당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사법부를 불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윤석열과 아무 관련 없는 판사들이 속도 있게 재판을 진행해 쿠데타 관련자들을 처벌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찬성 여론이 높다.

민주당이 발의한 내란특별법은 특별재판부가 압수·수색·검증·체포·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단계부터 1심과 항소심까지 맡도록 설계됐다.

우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정 사건만 담당하는 별도 재판부는 …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산하 특별재판부, 4·19 직후 부정선거 사건 특별재판부 정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혁명기라는 특별한 상황 때문이었다. … 지금이 과연 그런 ‘혁명기’인가.”(〈중앙일보〉, 9월 1일 자 사설)

그러나 내란특별법은 반민특위(1948년)나 3·15 부정선거 특별재판소(1961년)보다 후퇴한 것이다.(이 두 특별재판소도 각각 미국 제국주의와 한국 국가의 반대,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로 구체제 청산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특별법원이 아니라 특별재판부 설치를 제안했다. 반민특위 특별재판소나 3·15 부정선거 특별재판소와 달리, 현재 존재하는 법원 내에 직업 법관으로 구성된 재판부를 신설하는 것이다. 판사들 중에서 대법원장의 영향력에 상대적으로 덜 휘둘릴 인물들을 뽑자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 판사회의, 대한변호사협회가 세 명씩 추천한 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 2배수 후보를 뽑으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우파의 반발에 직면해 민주당은 좌고우면하고 있다. 원내대표 김병기는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를 제안했다. 법률에 의해 설치되는 특별재판부가 아니라 법원이 자체적으로 전담 재판부를 설치하는 방식을 언급한 것이다. 민주당은 내란특별법의 처리 시점도 특정하지 않고 있다.

법원과의 충돌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희대의 사법부는 주요 고비 때마다 쿠데타 세력을 사실상 비호해 왔다. 이제는 공공연하게 쿠데타 세력 청산에 저항하고 있다.

법원의 반동 시도에 맞선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그러지 못하면 쿠데타 세력 청산 과업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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