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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서평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헬레나 코번, 라미 G. 쿠리 지음, 동녘, 2025):
하마스의 무엇을 알아야 할까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헬레나 코번, 라미 G. 쿠리 지음, 이준태 옮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동녘, 347쪽, 22,000원

이스라엘과 서방의 하마스 악마화를 비판하는 책이 나왔다.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는 하마스를 연구하거나 만나 온 학자·언론인들과 대담하며 지은 책이다.

대담을 진행하고 책을 지은 헬레나 코번과 라미 쿠리는 미국의 평화 교육 단체 ‘저스트 월드 에듀케이셔널’의 설립자와 이사이고, 그들 자신도 중동 문제에 관해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해 왔다.

본지는 이슬람주의 운동을 이해하려면 그 운동의 물질적 기반과 역사적 조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또, 그렇다면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운동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는 대담자들이 이 책에서 자세히 전하는 하마스의 면모로도 거듭 재확인된다. 대담자들의 한 명이자 《하마스 안내서》라는 책을 쓴 칼레드 흐룹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핵심 이유가 저항이라고 옳게 강조한다.

하마스는 아이시스(ISIS) 같은 반동적이고 편협한 테러 집단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 뿌리내린 운동이고, 이스라엘은 결코 하마스를 궤멸시키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모든 대담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바다.

대담자들은 대다수 팔레스타인인들이 10월 7일 공격을 지지하고, 뒤이은 전쟁에서도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여전히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10월 7일 공격에 대한 대담자 개개인의 입장은 다르다. 네덜란드인 학자인 예룬 구닝은 10월 7일 공격과 다소 거리를 두지만(번역자는 번역 과정에서 그의 날카로운 표현을 누그러뜨리기도 했다), 팔레스타인계 요르단인 학자인 아잠 타미미는 하마스와 가장 가까운 입장에서 10월 7일 공격을 확고하게 옹호한다.

그러나 각 대담자의 태도와 대담 주제가 상이함에도 두 저자가 모든 대담에서 공통으로 조명하려고 하는 바가 있다. 바로 하마스가 자신의 궁극 목표에서 후퇴해 ‘두 국가 방안’을 수용할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두 국가 방안에 대한 하마스의 입장과 하마스의 협상 의지·경험에 관해 반복해서 질문을 한다. 하마스가 파타와 화해하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합류할 가능성도 저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이는 저자들 자신이 두 국가 방안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가령 헬레나 코번은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직후 두 국가 방안을 “유일한 길”로 제시하는 글을 발표했다.(“유일한 길”, 《보스턴 리뷰》 2023년 10월 17일)

사실 코번은 오슬로 프로세스가 파탄 나자 2000년대 중반부터 단일 민주 국가론을 폈었다. 그러다 이번 전쟁이 터지자 다시 두 국가 방안으로 후퇴했다. 첨예한 상황 때문에 그 방안에 외교적 동력이 붙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책의 서문에서도 코번은 “하마스를 이해하고 ⋯ 이들과 관계를 맺도록 우리의 정부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저자들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인들의 광범한 지지를 받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세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하마스가 두 국가 방안에 타협할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래야 서방 정부들이 하마스를 인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은 하마스가 두 국가 방안을 받아들이기를 바라야 할까? PLO는 단일 민주 국가라는 목표를 폐기하고 두 국가 방안을 받아들인 뒤 후퇴와 배신의 길을 걸었다.

물론 코번이 오슬로 프로세스가 재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위에 언급한 글에서 코번은 “1949년 유엔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약속한 ‘귀환하거나 보상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의 두 국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국가 아닌 그 미니어처에 불과한 것이나 마지못해 인정하려 한 시온주의 지도자들도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은 인정한 적이 없다. 식민 정착자 국가라는 이스라엘 국가의 성격 때문에 두 국가 방안은 애당초 실현될 수 없는 신기루다.(관련 기사: 이원웅, ‘왜 두 국가 방안은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는가’)

게다가 애당초 실현될 수 없는 방안이기에 많은 정부들은 이를 운동을 무마하는 편리한 수단으로 써먹어 왔다. 최근 몇몇 유럽 정부들과 아랍 정부들이 두 국가 방안을 꺼내 드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책이 조명하는 것처럼, 하마스가 두 국가 방안을 받아들일 여지를 남겨 두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하마스는 지금 무기를 내려놓고 있지 않다. 옳게도 말이다. 우리는 이 저항을 지지해야 하고 그들의 저항이 제국주의에 맞선 더 큰 저항, 특히 아랍 노동자·빈민 대중의 저항과 만나기를 바라야 한다.

한편, 책의 서문에서 코번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단체들마저 하마스에 관해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주저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그러나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내에는 10월 7일 공격과 무장 저항을 서슴없이 지지한 급진적인 부분이 있다. 미국에서는 ‘팔레스타인에서의 정의를 요구하는 학생들’(SJP)이 10월 7일 공격 직후, “저항 운동”(하마스)의 호소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자는 호소문을 냈고 몇 달 후 미국의 캠퍼스 점거 운동을 주도했다. 하마스의 저항을 서슴없이 지지했기에 과감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과 무장 저항을 맨 처음부터 지지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더 크고 기세 높은 운동을 건설할 수 있었다.(이 책의 서두에 해제를 붙인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뎡야핑 활동가는 이를 모르는 척한 채 하마스를 둘러싼 “한국 시민사회의 동요”에 관해서만 말한다.)

해제에서 뎡야핑은 하마스의 저항을 지지해야 한다고 (옳게) 주장한다. 그러나 하마스의 (2국가안으로) 후퇴 가능성에 주목하는 저자들의 관점에 관해서도 모르는 척한다. 그런 방안을 받아들이는, 운동 내 가장 온건한 부분이 (이 책의 원제처럼) “하마스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운동에 나쁜 영향을 미치려는 유럽 지도자들이 강조하는 방안인 만큼 이 쟁점을 회피할 수는 없다.

이 책은 서방 정부들이 퍼뜨리는 하마스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씻어 낼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바라는 사람들은, 하마스도 후퇴에 열려 있다는 점은 지지하지 말고 하마스의 저항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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