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지도자들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약속은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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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국가 방안은 현상 유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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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낳은 참상은 서방 지도자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그들의 곤경을 더 키우고 있다.
지난주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프랑스가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공식 인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음 날 영국에서도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이 프랑스의 선례를 따르라고 노동당 총리 키어 스타머에게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프랑스의 결정이 “테러를 포상하고” “이스라엘 말살의 디딤돌”을 놓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공개 서한에 대응해 스타머는 가자지구를 안건으로 하는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인정이 “단지 시간 문제”라고 하고 있다.
지난 22개월 동안 영국·프랑스 국가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그저 입만 다물고 있던 게 아니라, 말과 행동과 무기로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아이들을 굶주리게 할 권리가 있다는 스타머의 망언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방향을 튼 배경은 무엇일까?
도덕적으로 대오각성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서방 지도자들이 정당성 위기와 씨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행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고 굶주려 죽이고 팔레스타인 땅을 병합하는 등 매일같이 만행을 저지르는 지금, 서방 지도자들의 “인도주의” 운운은 사실상 파산했다.
이스라엘은 서방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오랫동안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인종 학살의 참상을 보며 수많은 사람들은 서방의 “인도주의” 수호 주장의 허울을 꿰뚫어보고 있다.
이 때문에 스타머와 마크롱, 그리고 이스라엘 내 일부도 정당성을 다시 부여잡으려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역학 때문에 지난 5월 영국 외무장관 데이비드 래미도 구시렁대는 말로나마 무도한 이스라엘 정권을 비판한 것이다.
물론, 영국·프랑스의 이스라엘 지지는 중동에서 자신이 갖는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한다.
스타머는 이번 주에 만난 도널드 트럼프의 노선을 따를 필요성 때문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인정은 미국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인 이스라엘의 요구를 거스르는 일이다.
마크롱의 경우는 역학이 조금 다르다. 마크롱은 중동, 특히 이집트·시리아와 경제적 관계를 재건하려 애써 왔다.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인정은 그러한 제국주의적 프로젝트를 더 수월하게 해 주고 트럼프가 주도하는 압력을 완화시켜 준다.
압력은 반대 방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프랑스가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인정하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3개국이 이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
이는 스타머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트럼프 그리고 미국 제국주의와 갈라서야 한다는 압력을 더 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과 나란히 존재하는 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은 결국 엉터리 해법일 뿐이다. 이른바 두 국가 “방안”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을 무력화시킨다. 역사적으로 그 약속은 신기루에 불과했다.
그 약속은 테러 국가 이스라엘과 제국주의의 중동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서방 지도자들의 면피용 허울에 불과하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서방 지도자들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붙였다. 균열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 운동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있는 그대로, 즉 존재할 권리가 없는 인종 학살 테러 국가로 규정돼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인정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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