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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한미 극우 연계:
한미 협력 재강화를 이용해 극우가 세력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의 “숙청 혹은 혁명” 발언은 미국 극우의 핵심부가 한국 극우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 준다.

트럼프는 미국 제국주의의 대표자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극우 운동의 대표자이고, 둘을 잇는 고리는 그 자신과 반(反)중국이다. 그를 중심으로 국수주의 극우 운동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평등권 운동을 증오하는 기독교 우익, 중국 억지를 원하는 많은 대자본가들 등이 동거하고 있다.

그런 인물이 미국의 대중국 적대 의제에 대한 협조를 얻어낼 카드로 한국 정부의 핵심 의제인 내란 세력 청산 문제를 사용함으로써 두 문제를 연결시킨 것이다.

이에 꼬리를 물듯, 돌아오는 주말에는 마가의 핵심 인물들이 한국 극우 운동을 지원하러 방한한다.

9월 5~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극우 정치 집회 ‘빌드업 코리아 2025’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최측근이자 터닝포인트USA의 창립자인 청년 극우 운동가 찰스 커크, 파시스트인 스티브 배넌의 딸이자 측근인 모린 배넌이 연설한다.(스티브 배넌은 지난 1월 일론 머스크와 함께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를 옹호한 바 있다.) 그 행사를 주관하는 빌드업코리아 대표 김민아는 기독교 우익으로, 커크가 건설한 반좌파 청년 운동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지난해 8월 열린 제2회 ‘빌드업 코리아’에서는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방한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인요한 등과 함께 연설했다. 마가를 본따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제목으로 열린 그 집회에서 트럼프 주니어는 한국 극우에게 중국에 맞선 한미동맹을 지원하는 운동을 건설하라고 주문했다.(트럼프 주니어는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는 한미 극우를 잇는 중심고리 역시 친미·반공(반중·반좌파)이라는 제국주의 지정학 문제임을 보여 주는 한 사례다.

미중 갈등과 한미 극우 복마전

사실 한국 극우는 형성 때부터 미국 제국주의의 의제와 결부돼 있었다.

한국 극우는 미국과 소련의 한반도 분할 점령 이후 미군정의 지원 아래 성장했고, 미국과 소련·중국이 격돌한 한국전쟁을 거치며 세력을 키웠다. 그들은 친미 군부 독재 정권들하에서 한국 정치 핵심부에 뿌리를 내렸다. 윤석열 쿠데타를 음양으로 지원한 주요 국가 기구들, 한국 극우의 몸통 정당인 국민의힘이 모두 그 역사를 공유한다.

최근 두드러진 한미 극우 연계도 트럼프하에서 미중 갈등 격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 극우가 박근혜 퇴진 운동이 가한 충격을 딛고 재기한 결정적 배경은 트럼프가 2018년 3월 대중국 무역 전쟁을 시작하고,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파행시킨 것이었다.

그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극우는 문재인 정부의 배신으로 커진 반민주당 정서를 반공(반중·반북·반좌파) 프레임으로 결집시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극우는 미국의 마가로부터 인적·조직적 지원을 받았고, 인도-태평양 지대에 있는 국가에서 동조 세력을 만들고 싶어 하는 마가는 이를 기회로 여겼다.

한국 극우는 미국 마가의 지원을 받아 왔다. 7월 15일 서울대 앞 극우의 모스 탄 환영 집회 ⓒ이미진

이들 사이의 연계는 이후 집권한 윤석열 정부의 핵심으로까지 뻗었다. 예컨대 올해 3월과 7월 방한해 극우의 윤석열 방어에 결집점을 제공한 모스 탄은 2019년 트럼프 국무부의 대북 정책 담당자로서 당시 방미한 김기현·윤상현 등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 시작된 연계로 김기현 등은 올해 초 모스 탄을 초청해 그가 3·1절 윤석열 방어 집회(‘세이브 코리아’)에서 연설하게 주선했다.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을 “반미주의자”라고 공격한 반중 극우 고든 창이 한국 극우와 연계를 본격화한 것도 2019년이었다. 그해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창은, 훗날 윤석열의 심복 구실을 한 조태용과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장에서 만나 대북·대중 강경책의 필요성을 논의했다.(조태용은 윤석열 정부에서 주미대사, 국가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 등 요직을 지냈다.) 그로부터 석 달 후 고든 창은 방한해 극우 집회에서 “김정은을 지지하는 반역자 … 문재인과 그 공범자들의 폭정에 맞서 싸우자”고 연설했다.

고든 창이 그 연설을 한 집회는 미국보수연합(ACU)과 한국 극우가 공동 주최한 것으로, CPAC과 연계된 한국 극우 운동 건설을 선포하는 집회였다. 훗날 윤석열의 국가안보실장이 되는 신원식 등이 이날 고든 창과 함께 ‘한국형 보수 연합’ 창설을 결의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인 10월 초 재미교포 극우 애니 챈이 CPAC 한국 지부(KCPAC)와 한미동맹재단을 창설했다. KCPAC 창립식에는 김진태(극우 정치인, 현 강원도지사)와 황교안이 참석했다.

한미동맹 강화에 매진한 윤석열 자신도 이 연계의 한복판에 있다. 2022년 윤석열은 대선 후보 자격으로 KCPAC 행사에서 연설했고, 2023년에는 대통령 신분으로 한미동맹재단 행사에 참가해 애니 챈과 회동했다(이 자리에는 김건희도 동석했다). 이 회동 얼마 후 윤석열은 애니 챈을 대통령에 대북 정책을 자문하는 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직능운영위원에 앉혔다.

이후 애니 챈은 매년 방한해, 훗날 탄핵 심판에서 윤석열의 변호사가 되는 당시 민주평통 사무처장 석동현(현재 전광훈의 자유통일당 소속)과 긴밀하게 교류했다.

같은 시기, 미국 기독교 우파와 연계가 깊은 통일교 등이 국민의힘에 집단 입당했음이 최근 폭로됐다.

이렇듯 한·미 극우 연계는 윤석열 정부, 국힘과 국가 기관을 타고 번져, 현재 트럼프 재선과 윤석열의 쿠데타로 첨예해진 정치 지형 속에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리스크 관리” ─ 극우 수괴 트럼프와 협력해 극우 억지?

트럼프의 발언이 자아낸 충격파 속에 이런 복마전이 일부 밝혀지면서 “정권 차원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촉구가 〈한겨레〉 등 친민주당 경향에서 나오고 있다. 대미 외교전을 통해 극우 의제(‘가짜 뉴스’)가 트럼프 측에 흘러가 “외교 리스크”로 비화하는 일이 없도록 단속하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재명 정부의 쿠데타 동조 세력 숙정 시도에 견제구를 날린 것을 극우파들의 로비 때문이라고만 보는 건 협소하다.

트럼프의 속내는, 친미·반중을 표방하며 미국 제국주의를 적극 지지·지원하는 것을 핵심 강령으로 삼고 있는 한국 극우를 이재명 정부에 대한 견제구(장차 대항마)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할 수 있는 소위 외교적 “리스크 관리”는 트럼프와 긴밀히 소통하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의제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믿음을 트럼프에게 줌으로써, 트럼프가 극우를 이용한 정권 흔들기를 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미국 제국주의에 협력할수록 극우의 기를 살리고, 극우의 친미·반중 노선에 더 힘이 실린다. 극우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커지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의 발언 전에 이재명 대통령은 국힘 극우 지도부와의 ‘협치’를 주장했다. 청산 대상이 협력 대상이 되면 그들의 반중·친미 의제를 반영해야 하는 압력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 전개는 윤석열과 극우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 염원 대중의 사기를 꺾을 것이다. 트럼프의 패악질에 맞서 싸우는 미국과 세계 다른 곳의 평범한 사람들을 배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극우에 맞서려면 이재명 정부의 외교전에 기댈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적 경쟁에서 편들지 않으면서도 한미 양국의 제국주의적 동맹 강화에 반대하는 정치와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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