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통령 밴스의 지원 사격에 고무된 한국 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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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통령 J. D. 밴스가 한국 극우에게 백악관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음을 또 한 번 상기시켰다
1월 23일 밴스는 국무총리 김민석을 만난 자리에서 쿠팡과 손현보에 대한 “미국 내 일각의 우려”를 전했다.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쿠팡 창업자 김범석의 믿는 구석은 트럼프 정부임이 드러났다. 쿠팡의 주요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의 최고경영자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이다. 이 기업들은 이재명 정부를 ‘친중 성향’이라고 비판하는 청원서를 미 무역대표부에 제출했다.
극우는 밴스의 손현보 언급에 각별히 고무됐다. 국민의힘은 이렇게 논평했다. “동맹국 미국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손현보 목사 문제를 최우선 사안으로 언급했습니다. 이는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이재명 정권의 지속적인 종교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손현보는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해 온 극우 목사다. 손현보는 “[윤석열] 탄핵을 인용한다면 국민이 헌법재판소를 휩쓸 것”이라고 선동했다. 그런데 손현보는 서부지법 폭동의 배후 혐의가 아니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됐다.
국힘은 밴스의 발언을 이재명 정부가 ‘독재’ 정치를 하고 있다고 공격하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민주적 권리를 전면 공격하려 했던 12·3 친위 쿠데타를 옹호하며 극우적 선동을 하는 자들이 “종교 탄압” 운운하는 것은 가소롭다.
그럼에도 극우는 앞으로 더욱 공세적으로 행동할 동력을 얻었다고 여길 수 있다. 밴스의 발언은 그저 한 해외 극우 인사의 허튼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밴스의 발언은 한국 극우에 대한 트럼프 일당의 꾸준한 관심과 지지를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래서 극우는 자신의 활동이 ‘보편적 인권’이나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미국 제국주의자들로부터 심리적·정치적 승인을 받았다고 여길 법하다. ‘그분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정상회담을 2시간 정도 앞두고 트럼프는 소셜 미디어에 이런 글을 게시했다.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 …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는 그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내란 청산”을 견제한 것이었다. 그러자 이재명 정부는 “내란 청산”의 완급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국힘도 참여하는 ‘민생경제협의체’ 설치를 발표한 것이다. 그때의 ‘민생’은 기업 활동을 뜻하는 것으로, 자본가들의 관심사를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이었다.
민주당과 국힘의 갈등이 워낙 첨예해 그 뒤 민생경제협의체가 제대로 굴러가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여권의 “내란 청산” 공세를 누그러뜨리는 신호탄이었다. 바로 직전에 극우 장동혁이 국힘 대표로 당선됐는데도 말이다.
“내정 간섭”
밴스의 발언은 가증스럽다. 그러나 그것은 민족적 자존심(“내정 간섭”)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위험은 그 자가 글로벌 극우를 결집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밴스의 극우 입김은 처음이 아니다. 밴스는 유럽의 극우와 파시스트 세력을 지지했다.
밴스의 극우 입김은 트럼프식 제국주의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 2월 밴스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배제된 것을 비판했다. 파시스트 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그러자 뮌헨안보회의 주최 측(뮌헨안보회의 재단: 민간 재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 후원을 받는다)은 올해 회의에 AfD를 공식 초청했다. 밴스가 “극우의 주류화”를 가속시킨 것이다.
밴스는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미국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금 트럼프 정부가 미니애폴리스에서 ICE(이민세관단속국)를 앞세워 하는 짓도 맥락이 같다.
밴스의 쿠팡·손현보 언급은 전광훈이 구속되고 한덕수가 중형을 선고받는 등 극우의 위협이 진정되는 듯 보이고 “내란 청산”에도 탄력에 붙으리라는 안도감이 드는 시점에 나왔다.
어쩌면 박근혜의 도움을 받아 8일간의 단식을 끝낸 장동혁에게 주는 위로와 격려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때마침 이재명은 이혜훈 장관 지명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혜훈의 쿠데타 옹호 전력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부패와 갑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서였다는 것이다.
이재명의 실용주의는 “내란 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갈수록 지키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마 이재명은 쿠데타 가담자·동조자들을 발본색원하기보다는 가장 미움받는 몇몇 주동적 인물들을 중형을 받게 해 대중에게 포스트 계엄 스펙터클을 보여 주려는 듯하다. 쿠데타의 물질적 토대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를 등장케 한 아래로부터의 힘이 동원 해제 상태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