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재명의 실용 외교는 친제국주의로, 오히려 극우를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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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을 세 시간 남짓 앞둔 시점에 트럼프가 SNS에 “혁명,” “숙청” 등의 메시지를 올렸다가 정상회담 자리에서는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치고 빠졌다.
트럼프의 언행은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었을 것이다. 즉, 한국 측이 잔뜩 긴장한 채 저자세로 나오도록 유도해, 미국에 필요한 제국주의적 의제에서 더 순조롭게 협조를 얻어 내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많은 우려와 달리 정상회담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된 것에서 보듯, 트럼프는 대중국 압박에 꼭 필요한 한국과의 동맹 관계나 한미일 협력 구도를 불안정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면박을 주기보다는 회담 직전에 긴장을 높이는 방식으로 회담의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백악관의 금장식을 칭찬하고, 북한에 가서 골프를 치자고 하는 둥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려 했고, 이는 트럼프로 하여금 자신의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지리라 확신하게 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회담에서 가장 먼저 꺼낸 것은 조선업에서 한국 측의 협조를 구한 것이다. 관세 협상에서도 이재명 정부와 한국 기업들은, 조선업이 몰락했지만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해군력 증강이 절실히 필요한 미국의 현실을 이용해 ‘마스가 프로젝트’를 지렛대로 사용했다. 한국이 미국의 해군력 증강에 도움이 될 것임을 약속함으로써 미국의 요구를 완화시키는 식이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일본과 잘 지내기가 어려운가” 하며 조건 없는 대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과 만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걱정하는 문제를 미리 정리했다”고 화답했다. 한미회담 앞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이 바라는 대중국 견제용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또한 “국가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위안부’·강제동원 문제에 관한 이전 정부들의 합의를 따르겠다고도 한 바 있다. 윤석열과 극우 세력의 죄목 중 하나를 지워 준 셈이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이 임차하고 있는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아예 넘겨 달라고도 요구했다. 주한미군을 좀 더 유연하게 이동·배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기지의 운영 목적(한반도 방어)을 다하면 반환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요구에 어떻게 답했는지(혹은 답할지는)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의제들에 이재명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된 이번 정상회담을 국민의힘이 “역대급 참사”로 규정한 것은 우스운 일이다. 정쟁에 눈이 멀어 자신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트럼프가 주도한 회담을 비난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 제국주의를 치켜세우고 대미 투자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관련 한국 기업주들에게 이익을 안겨 줄 수 있겠지만,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는 완전히 역행하는 일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를 ‘피스 메이커’로 치켜세우며 아부한 것은 가장 메스꺼운 일이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인종청소 주범인 네타냐후에 못지않은 학살 공범이 바로 트럼프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도우려고 이란까지 폭격했었다.
국익 관점이 아니라 국제주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이 미국 제국주의와 유착을 강화하는 것은 평화에 역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