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극우 찰리 커크 피격 사망: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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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최측근이자 미국 극우 운동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핵심 인물인 찰리 커크가 9월 11일 목요일 새벽(한국 시각) 총에 맞아 죽었다.
생전에 “수정헌법 제2조[총기 소유 자유 보장]라는 신께서 주신 다른 권리를 위해서라면 총에 맞아 매년 좀 죽는 거야 어쩔 수 없이 치를 만한 대가”라고 연설하더니, 제 말대로 된 꼴이다. 팔레스타인인·유색인종·여성 등 천대받는 사람들을 유린하는 폭력을 줄곧 찬양하던 자가 그 폭력을 조금이나마 당한 것이다.
커크는 극렬 마가 운동가이자 도널드 트럼프의 추종자였다. 커크는 트럼프가 “미국을 안으로부터 파괴하고 있는 썩어 빠진 카르텔에 맞서 미국 정부를 되찾는 운동을 시작했다”고 그를 찬양했다.
커크는 자신의 팟캐스트 ‘찰리 커크 쇼’에서 역겨운 극우 거짓말, 흉악한 인종차별과 성소수자 혐오, 임신중지권 반대 주장을 쏟아내며 유명세를 얻었다.
커크의 극우 선동이 어찌나 지독했는지, 그에게는 이름자(Kirk)를 따 ‘KKK 커크(KKKirk)’라는 이명이 붙었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SNS ‘엑스’(옛 트위터)조차 커크가 “[대선] 투표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게시해 규정을 위반”했다며 그의 계정을 폐쇄했다.(나중에 다시 열어 주긴 했다.)
커크는 18세에 ‘터닝포인트USA’라는 캠퍼스 극우 운동을 출범시켰다. ‘터닝포인트USA’는 대학가에서 진보적 견해를 공격하고 그런 견해를 가진 교원을 핍박하는 운동이다. 이 자들은 2017년 10월 켄트주립대학교에서, “피난처”가 필요한 것은 폭력·학대·고난을 피해 도망친 여성들이 아니라 아기들이라며 기저귀만 차고 캠퍼스를 누비는 시위를 했다.
이처럼 역겨운 집단이 마가 운동 물결을 타고 수백 명의 간부와 2,000여 개의 지부를 보유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커크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최측근이 돼, 이후 죽을 때까지 마가의 스피커 노릇을 했다.
한미일 극우 연계
죽기 직전까지 커크는 미국 안팎의 극우를 서로 연결짓고 고무하는 일에 매진했다. 커크는 9월 5~6일 방한해, 기독교 극우가 일산 킨텍스에서 연 집회 ‘빌드업 코리아 2025’에서 파시스트인 스티브 배넌의 딸이자 측근인 모린 배넌 등과 함께 연설했다.
그 연설에서 커크는 반공(반중·반북·반좌파) 선동을 쏟아냈고, 이재명 정부의 윤석열 쿠데타 세력 숙정을 비판하며 “미국 정부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 후 커크는 인천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커크의 이 방한은 한미일 극우 연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방한 다음 날 커크는 일본으로 날아가, 최근 성장세인 일본 극우 정당 참정당이 주최한 공개 행사에서 “[이민자들의] 소리 없는 침공” 운운하는 반이민 선동을 하며 “세계주의자들에 맞선 운동”이 필요하다고 선동했다.
커크는 그가 총 맞아 죽은 행사 ‘아메리칸 컴백 투어’ 개막식에서 바로 그 순방의 결과를 설명했다. 6,000명의 마가 지지자들 앞에서 커크는 “여러 대륙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보수화 물결”을 타고 “세계주의자들에 맞선 운동”을 키우자고 선동했다.
커크가 죽기 무섭게 극우들은 그를 “순교자”라 추앙하며 극우의 전진을 다짐하고 있다.
트럼프는 커크가 “위대한 전설”이라고 추켜세웠다. 트럼프의 측근이자 네오나치인 로라 루머는 “국가의 힘으로 좌파를 박살내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할 것”이라고 엑스에 썼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브 밀러의 아내 케이티 밀러는 “리버럴의 손에 피가 묻어 있다”고 비난했다.
한·일 극우들의 메시지도 마찬가지였다. 커크를 한국에 초청했던 ‘빌드업코리아’ 대표 김민아는 “그의 희생의 피가 미국과 한국을 새롭게 할 것”이라고 했고, 참정당 대표 가이야 소헤이는 “우리와 함께 미래를 건설하려 했던 헌신적인 동지를 기리자”고 떠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자들이야말로 훨씬 더 많은 폭력과 테러 행위를 기꺼이 부추기는 자들이다. 그자들의 지도자인 트럼프와 그가 수호하는 미국 제국주의는 지금도 가자지구에서 자행되는 인종 학살의 가장 충실한 공범이다.
그런 자들이 기리는 커크의 죽음은 자업자득일 뿐이다. 우리는 커크와 그를 기리는 자들이 바라는 (친)제국주의적 동맹 강화에 맞서, 또 극우 부상에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