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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겨우 몇 달 만에 국힘 재극우화

장동혁이 국민의힘(국힘) 대표에 당선됐다. 장동혁은 경선 과정에서 “내부 총질자”(한동훈이나 조경태 같은 찬탄파)들을 출당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동혁과 김문수 둘 다 극우 정치인이지만, 장동혁이 더 강경한 반탄파로 비쳤고 국힘 당원들은 장동혁을 선택했다. 장동혁은 여론 조사에서는 김문수에 뒤졌지만 당원 투표에서 앞섰다.

이번 국힘 지도부 선거는 국힘이 다시 극우 본색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힘은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기도 전만 해도 (적어도 겉으로는) 극우와 선 긋기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쿠데타 직후 윤상현 등 일부 국힘 의원들이 극우 집회 연단에 올라 쿠데타를 옹호하기 시작했다. 그 뒤 극우 김문수가 국힘 대선 후보가 됐다. 이제 마침내 윤석열을 노골적으로 비호하는 자가 대표가 됐다. 대표뿐 아니라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극우다.

우파 정당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또다시 극우 정당으로 과격화(급진화)한 것이다. 그 때문에 조갑제가 합리적 보수로 보일 지경이다. 조갑제는 대표적인 극우 논객으로, 박근혜 탄핵을 반대했었다. 그는 윤석열이 권좌에 복귀하면 아래로부터의 민중 항쟁이 일어날까 봐 두렵다며 윤석열 파면을 지지했다.

국힘의 극우화는 정치 위기의 심화와 중도 세력의 허약함에서 비롯한 첨예한 상황 전개다. 국제적으로도, 트럼프의 지도하에 미국 공화당이 극우 정당으로 변모했다. 영국에서는 나이절 퍼라지가 인종차별적이고 유럽회의주의적인 보수당 의원에서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지도자가 됐다. 현재 영국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보수당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극우 정당이 우파에서 우세하고 있다.

극우화의 기수 국힘의 재극우화는 공식 정치를 더욱 우경화시킬 것이다 ⓒ출처 국민의힘

이런 일들은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극우가 급속도로 재건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 속도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국힘 지지율이 급속히 오르고 있다.

국힘의 찬탄파가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국힘 지도부 선거는 국힘 우파와 거리 극우가 한통속임을 보여 줬다. 두 세력 모두 ‘윤 어게인’ 운동을 구축하려 해 왔다. 그래서 두 세력은 서로 쉽게 결합될 수 있었다. 실제로 전한길은 최근에 국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서 장동혁을 밀었다. 전광훈은 진작에 국힘 입당 운동을 통해 국힘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런 식으로 국힘이 극우적 입장을 ‘정상화’시킬수록 더한층 극단적인 극우 사상에 연단과 청중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국힘의 기본 전략

그래서 국힘이 극우화하면 극단주의적 군소 정당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조소는 단견이다. 바로 두 달 전 대선에서 김문수는 무려 41.15퍼센트(1,439만 5,639표)를 득표했다.

그리고 국힘은 무엇보다 지배계급의 제1 선호 정당이다. 그래서 국힘에는 고위 국가 관료(판사, 검사, 경찰, 군 장성, 장·차관)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다. 그들은 지금도 국가기관들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국가기관 내 쿠데타 지지자들 색출 수사가 답보 상태다. 이 때문에 내란 특검은 ‘자수 시 감경’(플리 바게닝) 규정을 신설해 달라고 국회에 건의했다. 본디 권위주의와 냉전 반공주의가 몸에 배어 있는 고위 관료들은, 국힘이 극우화하자 자신의 극우적 성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판사 출신 장동혁의 선거 유세를 보라.

국힘의 기본 전략은 공식 정치 영역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의 위험성은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옹호 등 극우적 주장이 주류 정치에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힘이 공식 정치 영역에서 극우 포지션을 유지하면 더한층 강경한 극우 간부층이 양성될 토대가 형성될 것이다.

국힘 지도부 선거에서 찬탄파가 찌그러지고 반탄파가 득세한 것은 거리 극우 운동을 고무할 수 있다. 8월 15일과 16일 극우는 수만 명 규모의 시위를 조직했다. 이재명 정부 등장 이후 좌우를 통틀어 최대 규모였다. 장동혁 자신도 국회 활동뿐 아니라 장외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우파 국민이 총단결해 단일대오로 투쟁해야 한다.”

국힘이 극우화하면서 비게 된 ‘중도’(중도 보수)를 차지하겠다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극우와의 경쟁에서 이기겠다며 우경화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중이 이재명 정부에 기대하는 최우선 과제인 쿠데타 세력 척결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지지부진한 내란 특검 수사: 정권에 쿠데타 세력 척결 의지는 있는가)

민주당 대표 정청래는 국힘 ‘위헌정당해산심판’론을 거둬들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길에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하자 정청래는 “당연하고 옳은 말씀”이라고 화답했다.

민주당의 이런 줄타기는 국힘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되면 공식 정치는 경쟁적으로 우익적 정책과 언사들을 쓰게 될 것이다.

제국주의

이런 문제점이 가장 두드러질 영역은 외교·안보 분야일 것이다. 극우의 핵심 정책 분야이기 때문이다. 장동혁도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의 반미·친중·친북 외교”를 중점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공격들은 극우의 위협이 주되게 제국주의/지정학 문제와 관련돼 제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재인 정부하에서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2019년 2월)이 극우의 저변이 크게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북미 관계가 단절되고 적대 행위가 빈번해지면서 반문재인·반민주당 정서가 반공·반북 프레임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극우의 집회 규모가 확대돼 진보 쪽을 압도했다.(신진욱, ‘윤석열 계엄의 배후, ‘냉전 극우’는 어떻게 부활했나’, 〈오마이뉴스〉, 2025년 1월 9일 자)

물론 극우를 움직이는 동력에는 각종 차별(여성·성소수자·이주민·난민 등) 쟁점들도 있다. 그러나 극우의 현재 핵심 기치와 정책은 제국주의 문제와 관련 있고, 핵심 표적은 ‘친중·친북 좌파’다. 따라서 극우 대응을 차별 반대 운동으로 환원하면, 극우의 핵심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친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재명은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친미 제국주의에 맞서는 것이 핵심 과제임을 보여 주다) 그럴수록 국힘의 친미/한미동맹 중심주의 메시지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극우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배경에는 중도파 정부의 실패, 극우 세력의 원내 입성, 거리 극우 운동의 결합이 있다.

그런 만큼 극우의 국힘 당권 장악은 새로운 위험과 도전을 제기한다. 좌파가 극우에 맞서는 대중 운동을 구축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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