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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쿠데타 세력의 방패를 사실상 자처한 조희대

조희대가 ‘이재명은 내가 처리하겠다’고 말한 증거를 민주당이 제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증인(들)이 민주당처럼 소심하고 겁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희대의 말이 아니라 행동은 전 국민이 똑똑히 지켜봤다.

3월 26일 서울고등법원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재판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고 이 대표가 상고이유서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한 게 4월 21일이다.

대법원은 이튿날인 22일 해당 사건을 대법원 2부에 배당했다. 2부는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됐고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었다.

그런데 조희대는 이틀 뒤인 22일 당일 돌연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드러난 바에 따르면 해당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가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은 중요 판례가 바로 대법원 2부의 6개월 전 판결이었다.(〈한겨레〉 5월 11일 자) 권영준은 그 사이에 퇴임했지만, 4명 중 3명은 같은 사람이었고 그중 오경미 대법관은 나중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고 무죄 취지 의견을 남겼다.

조희대가 보기에 이대로 뒀다가는 이재명 대표의 판결 시기가 대선 후로 미뤄지거나 심지어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선고에 이르기까지 과정도 결코 자연스럽지 않았다. 조희대는 전원합의체 회부 당일과 이틀 뒤인 24일 두 차례 회의를 열고는 24일 당일에 바로 표결을 했다. 29일에는 선고일(5월 1일)을 발표했다. 고등법원은 선고 다음날인 5월 2일 첫 파기환송심을 15일에 열겠다고 밝혔다.

그 사이 4월 27일에는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고, 5월 1일에는 한덕수가 대선에 출마했다.(하루 전인 30일에 예고했다) 이 모든 일이 열흘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지귀연과 심우정의 합작으로 풀려난 윤석열은 한남동에서 관저 정치를 재개하고 있었다.

계엄 선포의 불법성에도, 또 서부지법이 폭동으로 박살이 나도, 또 윤석열이 말도 안 되는 법리로 재판 중 풀려나도 침묵하던 조희대는 이재명 재판에는 신속하게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조희대의 대선 개입에 항의가 이어지고, 법원 내부에서도 전국법관회의 소집 움직임이 일자 고등법원은 재판 기일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한덕수를 대선 후보로 만들려던 국힘 지도부의 계획이 시궁창에 빠진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조희대는 이 모든 소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해명 한마디 없이 여전히 사법부 수장 자리에 앉아 있다. 룸살롱 사진까지 나온 지귀연이 아무런 조사나 처벌도 받지 않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지귀연은 지금도 윤석열을 구치소에 놔 둔 채 주 1회 궐석재판을 하며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 최근에는 김용현의 재판부 기피 신청도 받아들여 재판을 더 지연시켰다.

이제 매스 미디어도 재판 지연으로 인한 윤석열 석방 가능성을 언급할 지경이다.

조희대가 말하는 사법 독립은 내란 청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사실 쿠데타의 밤에 그가 소집한 대법관 회의도 쿠데타에 협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자들도 사실은 수사 대상인 것이다. 대법원은 내란 청산에 저항할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 자들은 ‘독립’은커녕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들이다. 이들에게 내란 재판을 맡겨 두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

내란 재판에서도 후퇴하는 정부·여당

조희대가 두 문장 짜리 입장문으로 ‘4인 회동설’을 일축한 뒤, 민주당 부승찬·서영교 의원이 추가 증거를 제시하지 않자 법원과 국힘은 오히려 기세등등한 모양새다.

판사 출신인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은 주말에 대구에서 집회를 열고 “사법부를 지키자”고 외쳤다. 국힘은 더 나아가 사법부가 이재명 재판을 재개해 “대통령에서 끌어내리[기]”를 바란다.

그런데 민주당은 조희대가 ‘만난 적 없다’고 부인하자 수사받으면 될 일이라며 슬쩍 물러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누가? 과연 지금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있나? 수사하면 기소와 재판은 누가 하나?

오히려 경찰은 조희대 4인 회동설을 처음 보도한 열린공감TV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하루가 멀다하고 검찰 수사권 약화에 공개 반발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희대와 지귀연 등을 불러 9월 30일 청문회를 연다지만, 지난 5월 조희대 청문회를 조희대와 법관들은 가뿐히 무시했다. 조희대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사건을 전광석화로 파기환송해 사실상 대선 출마를 막으려 했을 때였다.

사실 민주당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면 사법부와 검찰은 민주당으로부터 거의 압력을 받지 않고 있는 듯하다.

민주당은 지귀연과 심우정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윤석열을 석방했을 때에도 룸살롱 접대 의혹 등을 폭로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지귀연은 여전히 내란 재판을 주관하고 있고, 심우정은 대선이 끝나고도 한 달 뒤에야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을 취했다.

이후 조희대가 노골적인 선거 개입에 나섰을 때도 탄핵 운운했지만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이재명의 대선 승리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던 때여서 소심해져, 괜한 역풍을 부를 수도 있는 대법원장 탄핵이라는 강수를 피해야 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대법원의 반란은 내란 청산보다 정치 체제의 안정을 우선시한 결과다.

그러나 친위 쿠데타의 청산은 국가를 불안정하게 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국가의 가장 핵심적인 부위들에 쿠데타 지지 세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은 국회도 추천에 참여하는 내란 ‘특별 재판부’를 주장하다가 ‘전담 재판부’로 한발 물러섰다. 현행법상 전담 재판부는 법원이 알아서 배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내란전담 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는데, 그나마 처음 포함돼 있던 국회 몫을 빼고 법원(4명)과 변호사협회(4명), 법무부(1명)가 판사를 추천하는 것으로 물러선 것이다. 이들 중에 쿠데타 당시에 저항한 자들이 누가 있나.

사실 전담 재판부는 법원이 임의로 설치할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고등법원은 3특검의 전담 재판부를 자신들이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의 통과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21일 밝혔다. 특검법 개정안에서 기간 연장을 삭제하려던 일에 이어 두 번째 후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내란 청산보다 국회에서 극우 국힘과 ‘협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더 신경쓰이는 듯하다.

윤석열이 석방되면 극우는 더욱 자신감과 사기가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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