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전담재판부법, 제2의 지귀연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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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대규모 투쟁들에 기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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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끝에 민주당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조희대 사법부의 반대와 국힘 대표 장동혁의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통과된 법안의 내용은 별로 미덥지 않다.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가 거론된 것은 사법부가 쿠데타 세력 처벌에 거듭 어깃장을 놓아 왔기 때문이다.
지귀연은 해괴한 계산법으로 윤석열을 석방했었고, 재구속 기한이 만료되기 전까지 재판을 마치지도 못하겠다고 하고 있다.
대법원장 조희대가 올해 초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로 임명한 3인방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한덕수, 박성재, 추경호 등 쿠데타 공범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줄줄이 기각했다.
조희대 자신은 대선 직전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사건 배당 9일 만에 이뤄진 유례없는 속전속결이어서 대선 개입 논란이 일었다.
그 사건으로 임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지만 아무런 공식 문제 제기도 되지 못했다. 보수적 판사들뿐 아니라 자유주의적 판사들도 법관과 사법부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다.
무엇보다, 특검의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대법원의 계엄 협조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조희대는 이 모든 일들에 대해 ‘입꾹닫’ 한 채 “사법 독립”만 외쳐 지탄을 받아 왔다.
그런데 민주당이 통과시킨 내란전담재판부법도 위헌 논란에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이 자들의 개입을 막을 장치를 대부분 삭제해 버렸다. 삼권분립(사법부 독립)을 중시하다 보니 반년 넘도록 법안 발의 자체를 미루다가 결국 사법부 자신의 예규와 큰 차이도 없는 법안으로 만든 것이다.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전담재판부는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판사회의를 거쳐 법원장이 임명한다. 영장전담법관은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임명한다. 대법원장 조희대에게 임명권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조희대의 저항에 제동을 걸거나 의미 있는 문제 제기를 한 바 없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 해당 사건만 전담하도록 한다지만 지귀연처럼 판사 자신이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지연시킬 수 있다. 윤석열과 쿠데타 공범들이 바깥을 활보하며 증거를 인멸할 기회를 줘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삼권분립 원칙은 사실상 사법부를 대중의 압력에서 자유롭게 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컨대 쿠데타 미수 직후 대중의 행동이 왕성한 때 쿠데타 세력을 일소하려 했다면, 당시 혼란에 빠진 국가기구들과 국힘은 지금처럼 온갖 법 논리를 들어 빠져나가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은 국정 안정과 ‘질서 있는 내란 청산’을 중시해 좋은 타이밍을 놓쳤다. 이는 체제 내 개혁 세력이 지닌 객관적 한계를 보여 준다.
내란전담재판부법이든 2차 특검이든 의미 있는 결과를 내려면, 즉 쿠데타 세력을 숙정하려면 아래로부터의 지속적인 대규모 행동이 필수적이다. 전두환·노태우가 단죄받는 데 거의 10년이 걸렸고, 그나마 김대중이 사면해 주는 바람에 온전히 단죄되지도 않았다. 그 사이에 노동자 운동과 대학생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