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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박성재 전 법무장관 구속영장 기각:
노골적으로 내란 처벌 가로막겠다는 사법부

10월 15일 새벽 박성재 전 법무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났다. 영장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성재가 쿠데타의 위법성을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귀연이 해괴한 논리를 만들어내 윤석열을 풀어준 것 다음 가는 헛소리다.

판사 출신의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 판결이 쿠데타를 ‘계몽령’이라고 옹호해 온 극우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장관조차 위법성을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미한 사건이라는 얘기이니 말이다.

실제 벌어진 상황도 윤석열 석방 당시만큼이나 심각하다. 쿠데타 세력을 비호하는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는 와중에 법원이 대놓고 핵심 피의자를 풀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 날은 조희대가 국회에 불려나가는 등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소란이 벌어지는 와중이기도 했다.

박성재는 쿠데타 당일 밤 윤석열, 김용현, 이상민과 함께 대통령 접견실에 처음 모인 4인방 중 한 명이다. 한덕수나 당시 국정원장 조태용보다도 먼저 상황을 주도했다.

이들은 접견실에 모여 대화를 나눈 뒤 손에 문서 하나씩을 들고 국무회의장으로 이동했다. 한덕수는 ‘뒷주머니에 있었다’고, 이상민은 ‘멀찌감치서 봤다’고 뻔뻔하게 거짓말한 계엄 지시 사항 문건이었다.

영장 기각 하루 전 공개된 CCTV를 보면 박성재는 국무회의 요건을 갖추려고 윤석열에게 적극적으로 조언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성재는 계엄의 밤에 계엄사령부에 차려질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하고 출국 금지팀 대기 수용 시설 확보 등을 지시했다.

박성재는 쿠데타가 실패한 당일(12월 4일) 저녁 이상민, 김주현(민정수석) 등과 대통령 안가에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 후속 대응 논의를 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받고 있다. 지난 열 달 동안에도 핵심 공범들과 입을 맞추고 처벌을 최소화할 방안들을 실행해 왔을 것이다. 그 자신의 신변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도 최대한 활용했을 것이다. 김용현을 검찰로 불러들여 경찰 수사로부터 보호하는 과정에서는 김주현이 중요한 구실을 했고, 심우정은 지귀연과 합을 맞춰 윤석열을 석방하는 성과를 거뒀다. 윤석열, 박성재, 김주현, 심우정은 모두 검사 시절에 가까이서 함께 일한 사이다. 최근 특검 내 검사들의 사보타주 움직임에도 영향을 줬을 법하다.

그런데도 법원이 박성재를 풀어줬으니 앞서 구속된 3인(윤석열, 김용현, 이상민) 선에서 쿠데타 공범 처벌을 제한하거나 심지어 이상민에게도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정부와 국힘 내 공범들을 처벌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영장전담 부장판사 박정호는 조희대가 지난 2월 수원지법에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자리로 불러들인 3인방 중 한 명이다. 박정호는 지난해 11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만 원의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지난달 3일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자들에 대해 김건희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줄줄이 기각했고 19일엔 ‘리박스쿨’ 대표 손효숙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최근 대통령실이 ‘조용한 개혁’을 주문한 것이나 민주당이 특별재판부 설치 등에서 거듭 물러선 것이 상황을 전혀 나아지게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기는커녕 조희대와 국힘의 자신감만 높여 주고 있다. 조희대는 국감장에서 90분 넘도록 '입꾹닫'하고 버티면서도 유독 장동혁에게만 환한 미소를 보냈다.

이들의 뜻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윤석열이 처벌을 받아도 윤석열 없는 쿠데타 세력은 새로운 지도자를 찾아 재기할 것이다.

윤석열이 석방됐을 당시만큼이나 강한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정부와 민주당에게만 맡겨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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