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는 야만적 탄압 중단하라! 트럼프는 간섭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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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권이 반정부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시위 진압의 선봉에 있다. 이란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조준 사격’을 하고 있다. 정권의 강경 진압으로 11일 현재 시민 490명, 군경 48명 등 사망자가 538명에 이르고 1만 600명 이상이 체포됐다(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 HRANA). 노르웨이에 본부가 있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사망자 수가 2,000명을 넘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런 강경 진압은 이란 정권이 존립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정권의 인터넷 차단으로 이란 내부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여러 외신들을 종합해 봤을 때, 1월 8일과 9일을 지나며 시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란의 모든 주(31개 주), 180여 개 도시로 시위가 확산됐다. 특히 중소 도시들에서 시위가 격렬하다. 기후 위기로 인한 가뭄과 물 부족 사태로 농촌 인구가 중소 도시들로 내몰렸지만 처참한 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수백만 명이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2022년 도덕 경찰이 마흐사 아미니를 살해한 것에 항의한 ‘여성, 생명, 자유’ 운동의 규모를 넘어선 듯하다.
이번 이란 항쟁은 경제적 이유로 시작됐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과 불안정성이 시위를 촉발했다. 이란 전역에서 상점 선반 위 가격표는 일주일은커녕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권은 연료비를 인상하고, 세금 인상이 포함된 내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전통 시장)의 상인들이 시작한 시위가 대학생과 노동 대중으로 확대됐다. 상인들은 1979년 이래 이란 정권의 주요 지지층이었다.
시위대의 분노는 정권을 향했다. 시위대는 물 부족, 화폐 가치 폭락, 정치적 부패, 정권의 군사적 취약성에 분노했다. 마슈하드(이란 제2의 도시이자 하메네이의 출생지)에서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이렇게 성토했다. “이 나라에 책임감 있는 통치자들이 있었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미들 이스트 아이〉, 1월 10일 자)
40년 넘게 지속된 서방의 제재는 대중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이란 사회에서 신흥 부유층이 형성됐다. 그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현 상황을 흔들 수 있는 협상에 반대한다. 그래서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거의 추진하지 못했다.
외세 조종 소요?
이란 정권은 이번 시위를 외세가 조종하는 소요로 규정했다. 힌국에서는 많은 반미자주파 활동가들이 예의 “색깔혁명”론을 들고나왔다. 일부는 아예 왕정 복고 시위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이란 대중의 분노는 외세의 조종이 아니라 삶의 고통에서 비롯한 것이다. 대중의 빈곤과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마침내 폭발했다. 빈민 대중과 소상공인들이 시위에 많이 참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테헤란 외곽의 빈민가에서부터 서부의 쿠르드족 도시와 남동부의 발루치에 이르기까지 이란 대중은 기본 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정권에 항의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는 역겨운 위선과 함께 이란 군사 작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란이 늘 그랬듯 평화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는 등 폭력을 행사한다면 미국은 그들을 구출하러 나설 것이다.”
그러나 제국주의자들은 이란 민중의 평화와 안녕에 아무 관심이 없다. 195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쿠데타를 모의해, 선출된 이란 총리 모사데크를 전복했다. 그들은 이란을 혼란에서 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진정한 목적은 모사데크가 단행한 앵글로페르시아 석유회사의 국유화를 막는 것이었다. 쿠데타로 모사데크를 제거한 미국과 영국은 이란 국왕 레자 팔레비를 전제적인 통치자로 세웠다. 그 뒤 25년 동안 독재가 자행됐다.
지금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을 장악하겠다고 공공연히 떠들어 댄다. 그런 트럼프가 ‘나는 이란인의 편’이라고 말하는 것은 제국주의적 지배를 숨기기 위한 연막일 뿐이다.
이미 트럼프의 손에는 이란인의 피가 묻어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을 “내가 명령했다, 전쟁 중에 내가 지휘했다” 하고 말했다.
트럼프가 이란 공격 위협을 실제로 실행에 옮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만약 유럽과 조율이 필요하면 지역 맹주적 소제국주의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란 대중이 목숨을 걸고 반정부 투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군사 행동은 이란 정권이 국내의 불만을 외세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몰아가기에 딱 좋은 명분을 줄 것이다. 하메네이는 9일에 이렇게 말했다. “일부 폭도들이 거리를 망치며 다른 나라 대통령[트럼프]을 기쁘게 하고 있다.” 그 직후 이란 정권은 시위를 더욱 포악하게 탄압하고 있다.
그동안 이란 정권은 탄압과 양보를 결합해 불만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저항의 파고를 넘겼다. 경제 상황 악화로 촉발된 2017~18년과 2019년의 전국적 시위는 잔혹하게 진압됐지만, 연료·식품 보조금, 경제 정책 수정 등 소기의 양보를 얻어 냈다. 2022년 히잡 자유화 시위 때도 정권은 무자비하게 그 시위를 탄압했지만 운동의 동력을 약화시키려고 히잡 착용 의무화를 사실상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란 정권의 시위 대처 능력은 약화돼 있는 듯하다. 2022년 항쟁이 가라앉은 뒤 이란이 정치적·경제적·사회적·지정학적 충격들을 받았기 때문이다. 역내 대리 세력들의 붕괴(시리아 아사드 정권)와 약화(헤즈볼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난해인 2025년 6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은 이란 정권의 취약성을 보여 줬다. 그 전쟁은 강경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이스라엘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임을 드러냈다. 전쟁은 정권과 그 비판자들 사이에 국민적 연대감을 일시적으로 조성했지만, 그런 ‘해빙’은 오래가지 못했다.
많은 이란인들은 자신의 고통이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라 정권의 정치적 선택에 따른 결과로 보기 시작했다. “왕이든 (최고) 지도자든 폭군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크게 공명을 얻는 맥락이다.
많은 이란인들이 이슬람공화국을 거부한다. 그러나 워싱턴 교외 자택에서 안락하게 지내며 시위대에게 끝까지 싸우라고 독려하는 전 국왕의 아들 레자 팔레비가 추진하는 외세 의존 전략도 거부한다.
이번 저항 물결이 어디로 나아갈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이란 정권은 여전히 만만찮은 강제력을 가지고 있다. 야권은 파편화돼 있다. 외세의 개입은 민주적 열망을 탈선시킬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란 정권은 경제 붕괴, 기후 재앙, 굴욕을 당한 전쟁, 정당성 위기 등 해결이 쉽지 않은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란은 아직까지 일터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조짐은 있다. 1월 7일 테헤란 버스 노동조합이 시위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교사 250명도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석유 산업의 계약직 노동자 5,000명이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번 반정부 시위의 최대 과제는 바로 이 노동계급이 투쟁을 주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