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증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부산물 홍해 위기:
청해부대 파견 가능성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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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예멘 후티 정부를 겨냥해 홍해에 보낼 다국적 연합 함대를 결성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영향으로 홍해에서 위기가 불거진 것이다. 그리고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인 청해부대의 파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월 7일 이후 후티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비난하며 홍해, 특히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이스라엘 항구로 가는 선박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해 왔다. 지난달 후티는 홍해를 지나는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를 나포해 선원들을 억류했다.
12월 9일 후티 대변인 야흐야 사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가자지구에 필요한 의약품과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국적과 상관없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의 통행을 막을 것이다.”
홍해는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해협으로, 지중해와 만나는 곳에 수에즈 운하가 있다. 이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지나는 항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바닷길이다. 북미·유럽과 아시아를 이어 주기 때문이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퍼센트(매년 1조 달러 규모)가 홍해를 지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면서 이 뱃길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러시아산 가스를 쓸 수 없게 된 유럽이 중동산 가스를 수에즈 운하를 거쳐 가져왔기 때문이다.
후티 정부는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국제적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점은 예멘 내전에 관여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 협상에서 후티에 유리하게 활용될 것이다.
세계 주요 해운사와 석유 다국적기업들은 이제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우회로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운송 기간과 비용이 엄청 늘어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 공급망이 교란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듯하다.
이스라엘 최남단 항구 에일라트도 물동량이 85퍼센트 감소했다. 이스라엘의 해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에일라트는 이스라엘에서 (지중해가 아닌) 인도양 쪽으로 향하는 유일한 항구다.
홍해 위기가 세계경제의 우환이 되자, 미 해군은 홍해에서 후티가 발사하는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는 군사 행동을 좀 더 확대하고 있다. 12월 18일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은 홍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다국적 연합 함대의 “번영 수호자 작전”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수에즈
미국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함도 홍해 입구인 아덴만으로 갔다.
그런데 다국적 연합 함대는 주로 서방 군대로 구성됐고, 아랍 국가 중에는 바레인만이 참가했다.
아랍 정권들은 자국 대중의 분노를 살까 봐 연합 함대에 끼는 것을 꺼린다. 수에즈 운하가 막혀 타격을 입은 이집트조차 미국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중동에서 미국의 외교적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미국은 하마스의 10월 7일 기습 직후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등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을 지원해 왔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쇄해 자국의 중동 패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바이든 정부는 항공모함 2척을 동지중해로 보내고, 시리아와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 세력을 잇달아 공격하는 등 군사 개입을 하고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홍해에서도 미군과 친이란 후티 간의 갈등이 커져 왔다.
후티 정부는 다국적 연합 함대 결성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공격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공격당하면 즉시 반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정부는 홍해로 확전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더 광범한 지역으로 확대되면 중동이 더한층 불안정해지고 이는 미국 전략의 대중국 집중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후티와 긴밀하다는 것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미국은 이 지역 무장 단체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끼어들지 않게 해 달라고 이란에 요청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미군은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지만 그 공격 원점, 즉 예멘 영토 내 후티 군사 기지를 공격하지는 않는다.
물론 서방의 해군력이 홍해 같은 좁은 바다에 결집하게 되면, 긴장이 커지고 변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우발적 사고가 심각한 충돌로 이어질지 모른다. 또한 홍해 물류 위기가 장기화되면 미국도 대응 수위를 더 높일지를 놓고 고민할 수 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패배를 거치며 미국은 중동을 통제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미국의 이런 처지가 더 확실히 드러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홍해 위기는 미국 제국주의의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청해부대 파견 저울질하는 윤석열 정부
바이든 정부는 더 많은 국가들에 연합 함대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12월 19일 미 국방장관 오스틴은 43개국이 참여하는 화상 회의를 열어 “번영 수호자 작전”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이 회의에 윤석열 정부의 국방부 정책실장 허태근이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미국은 한국에도 연합 함대 참여를 요청했다.
같은 날 윤석열 정부는 미국, 나토(NATO),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예멘 후티 정부를 비난하는 공동 성명을 함께 내놓아, 서방의 홍해 군사 개입을 외교적으로 지지해 줬다.
그리고 12월 21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 국익과 국가 위상 등을 고려해 [다국적 연합 함대에] 어떤 지원이나 기여 방안이 적절할지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청해부대의 홍해 파견을 검토 중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한국의 청해부대(구축함 양만춘함)는 이미 아덴만에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명분으로 파병돼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응하려면 청해부대의 임무를 확대하거나 변경해야 된다.
중동 정권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번영 수호자 작전”에 청해부대를 보낼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홍해 작전을 지원할 공산은 크다.
그것은 인도-태평양의 불안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12월 21일에 쓴 기사를 12월 26일에 개정·증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