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연대 14차 집회·행진: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계속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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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가 수일째 이어진 크리스마스 연휴 첫날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12월 23일 오후 2시 서울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규탄, 팔레스타인 연대 14차 집회·행진이 열렸다. 재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인들, 국내 시민사회 단체 38곳이 함께하는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했다.
이스라엘의 학살로 인한 가자지구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어섰다. 희생자 4분의 3이 여성과 아이들이다.
이스라엘은 인종 학살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6주 만에 이스라엘이 안전 지대라고 말했던 가자지구 남부에 고용량 폭탄을 최소 200곳 이상에 투하했음이 22일(현지 시간)에 폭로됐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적극 지원·비호하고 있다. 미국은 12월 22일에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에서 휴전 촉구 내용을 삭제시켰다.
사회자는 집회를 여는 발언에서 “미국 정부도 공범”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베들레헴 출신의 재한 팔레스타인 유학생 나리만 씨가 첫 발언에 나섰다. 나리만 씨는 베들레헴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경축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 전쟁의 본질은 종교 분쟁이 아니라 제국주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할 성탄절이지만, 이 땅에 평화를 전하러 온 예수님께서 자신을 믿는다고 이야기하는 자들이 가자지구의 어린아이들을 인종 학살하는 모습을 보신다면 과연 기뻐하실까요? 살해된 팔레스타인인들 중에는 그리스도인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말해 주는 바는, 이것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유대인들 간의 종교 전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제국주의가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위해 모든 이들을 예속시키려는 전쟁의 일환입니다.”
나리만 씨는 이스라엘을 막기 위해 어떠한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은 세계 지도자들의 위선과 무능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지속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이스라엘과 미국을 편들어 홍해에 파병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는 예멘 후티 정부를 겨냥해 홍해에 보낼 다국적 연합 함대를 결성했고, 한국에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의 부산 집회 조직자 중 한 명인 정성휘 씨는 이렇게 발언했다.
“언론들은 마치 미국이 이스라엘을 말리려 하는 것처럼,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 하는 것처럼 묘사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 휴전 결의안에 반대하며 이스라엘을 편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쓰는 폭탄·백린탄 모두 미국이 준 것입니다.
“미국은 홍해에서 예멘의 후티 정부도 공격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파병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파병한다면 한국 군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엄호하는 꼴이 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결코 홍해에 한국 군대를 파병해서는 안 됩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을 향해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Stop Stop Genocide!(인종 학살을 멈춰라!)
“Netanyahu you will see, Palestine will be free!(두고 봐라 네타냐후, 팔레스타인은 독립할 것이다!)”
광화문 주한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날 때 참가자들은 “미국 정부도 학살 공범!” 이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행진 대열은 연휴를 맞아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에 나온 나들이 인파의 이목을 한껏 잡아 끌었다.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행진을 유심히 구경하거나 카메라에 담았고, 박수를 치고 엄지를 세우며 응원하기도 했다.
행진 대열이 인사동 거리에 진입하자, 웅장한 북소리와 우렁찬 구호 소리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인사동 거리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인사동을 지나던 시민 중에는 함께 구호를 외치고 행진에 합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종로1가를 거쳐 세종대로 사거리에 닿았을 때 행진 대열은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연 장소로 돌아와 이날의 행동을 마무리했다.
한 교사와 함께 참가한 한국인 중학생은 “오늘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 참가해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단결과 화합의 힘을 체감”해 “잊지 못할 여운”이 남았다며, “다음에 또 한 번 참가하고 싶다” 하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에도, 연말연시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계속된다. 다음 집회는 다음 주 토요일인 12월 30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