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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민주당은 어떻게 트럼프 복귀의 길을 닦았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세계적으로 두려움과 분노가 크다. 트럼프가 누구한테서, 왜 지지를 받고 있는지를 토머스 포스터가 미국 활동가들에게 들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에, 음모론을 퍼뜨리고, 성범죄를 저지르고, 사기로 억만장자가 된 극우 인사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으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앉은 꼴을 또다시 보게 될 것이다 ⓒ출처 백악관

많은 좌파가 바이든과 민주당의 기성 정치를 지지하는 동안, 사람들은 대안으로 트럼프에게 눈을 돌린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호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트럼프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트럼프의 구호는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다.

하지만 이 꿈은 모순적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의 시기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였지만, 동시에 흑인·여성·성소수자들에게는 악몽 같은 시기였다. 트럼프는 이런 모순을 교묘히 이용한다. ‘아메리칸 드림’ 향수에 인종차별을 불어넣으며 이민자가 적었던 시절을 동경하도록 부추긴다. 그리고 오직 자신만이 미국의 쇠퇴를 되돌릴 수 있다고 사람들이 믿게 만든다.

그 덕에 트럼프는 자신이 버려지고 잊혀지고 조롱거리가 됐다고 느끼는 이들의 억하심정에 올라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민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성소수자 권리와 미국의 인종차별적 역사 같은 문제들을 제기하는 데 맞서 “문화 전쟁”을 벌인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이슈를 몰고 다니며, 열광적인 대중 집회를 통해 소속감을 제공한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퇴직 노동자 애넌은 트럼프 지지층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현 체제하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이라고 본다. 소상공인들은 압박감을 느끼며,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고, 체제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뉴욕의 혁명적 사회주의 활동가 에릭도 그에 동의하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소상공인들을 결집할 수 있다고 보는 CEO가 점점 더 늘고 있다.

“트럼프가 부추기는 반(反)이민 정서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부유층은 이러한 흐름이 유용하다고 여기며 규제 완화와 감세를 얻어내려고 트럼프를 지지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믿을 만한 대안을 찾지 못한 일부 빈곤층과 소수자들도 끌어들인다.”

미시간주의 교사 마이크는 “이런 상황이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트럼프는 열심히 일하면 자본주의가 신분 상승으로 보상해 줄 거라 믿는 ‘아메리칸 드림’ 신봉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한다. 트럼프에게는 확고한 지지 기반이 있고, 투표율이 저조하고 선거에 대한 열의가 낮은 상황에서는 미국인 3분의 1의 지지만 받고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지며 상처받다

수많은 미국인이 내팽개쳐지고 있다. 바이든은 “우리 경제는 말 그대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공언하지만, 미국 경제의 현주소는 많은 미국인이 최근 몇 년 간의 생계비 급등에 불안해 하고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복지로 지급하는 금액은 줄어들었다. 푸드뱅크(빈곤층 대상 식료품 지원) 수요가 급증하고,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인구가 치솟았고, 노숙인 수가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만 봐도 이러한 고난의 실상이 드러난다. 기초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이 2020년 32퍼센트에서 2024년 39퍼센트로 늘었다.

이는 현재 미국 전체 인구 3억 3000만 명 중 1억 3000만 명에 해당한다. 미국 성인 60퍼센트가 지난해 가처분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58퍼센트가 매달 받는 월급으로 한 달을 간신히 버티며 살아간다고 한다. 비교해 보자면, 영국인의 경우 31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다.

애넌은 이렇게 지적했다. “물가 상승 속도가 예전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고 있다. 상점에 가보면 몇 년 전보다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쉽게 알아채게 된다. 삶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바이든 정부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좀 받아들이기 불편한 점은, 트럼프 집권기에는 상황이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에서는 오래 전부터 고착화된 구조적 비용 문제가 있어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의료 서비스를 생각해 보자. 미국의 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도 이를 체계적으로 개혁한 적이 없어서, 많은 미국인에게는 필수 의료 서비스가 여전히 엄청난 비용 부담으로 남아 있다.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하며, 5명 중 2명 가까이가 비용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했다고 한다.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대개 파산하느냐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느냐 하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식료품을 살 수 없어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해 2024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선 단체들은 식료품 가격이 치솟고 팬데믹 시기에 제공되던 지원이 점차 사라지고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까닭이라고 그 원인을 설명한다. 거의 4400만 명이 돈이 부족하고 다른 방법도 없어 필요한 식량을 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 농무부가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듯 이 중 1300만 명이 아동이다. 또한 노숙자가 기록적으로 늘었는데, 놀랍지 않게도 이는 사람들이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집에서 쫓겨나는 일이 잦아진 것과 맞물려 있다. 2022년에는 소득의 30퍼센트 이상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내는 사람들이 2240만 명에 이르러 이 또한 최고치를 기록했다.

육아 비용을 살펴보면, 부모들은 해마다 수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일자리의 질은 나빠지고, 노동조합은 허약하며, 국내 대기업과 다국적기업들이 산업을 장악했다. 기술 변화와 아웃소싱으로 많은 중위소득 일자리가 사라져 불평등이 더욱 심해졌다.

마이크는 이렇게 설명했다. “바이든이 물가를 낮추고 경제를 키웠다지만, 노동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임금이 물가 인상을 따라가지 못해 객관적으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 에릭도 동조하며 덧붙였다. “사람들은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했을 당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으며 신용카드 빚을 점점 더 키우고 있다. 미국인 3분의 1 이상이 비상금보다 신용카드 빚이 더 많다고 말한다. 2023년 4사분기에는 신용카드 빚이 1조 1000억 달러[약 1300조 원]를 넘어서 22년 만에 최대로 치솟았다.

현재 미국인 2100만 명이 공과금을 제때 내지 못하고 있으며, 2500만 명이 신용카드 빚이나 개인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연체율이 높은 것은 2007~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정치인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불평등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다.

1978년부터 2021년 사이에 미국 최대 기업 CEO들의 소득은 1460퍼센트나 뛰어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노동자 평균 임금은 고작 18.1퍼센트 올랐을 뿐이다. 이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실감하려면, 2021년 기준으로 CEO 평균 소득이 노동자 평균 소득보다 399배나 많았다는 점을 보면 된다.

요컨대 미국 경제는 보통 사람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바이든의 정책, 노동자는 외면하고 기업주에게만 선물이었다

민주당은 의미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문제를 가리려고만 한다. 그래서 트럼프가 자신을 “다르다”고 내세울 때, 사람들이 여기에 잘못 기대를 거는 것도 놀랍지 않다.

바이든 집권기의 특징은 국가가 세금 혜택, 직접 보조금, 관세 등을 통해 투자를 유도해서 생산을 장려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이든의 경제 운용은 자본가 계급이 용인할 수 있는 좁은 범위 안에서만 움직였다.

바이든은 2021년 ‘미국 구조 계획법’ 같은 법안을 통과시켜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1400달러[약 150만 원]의 재난 지원금을 지급했다. 또한 실업 보험을 확대하고 자녀 세액 공제와 집세 지원을 늘렸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 조치였고(임시적 성격의 사회적 안전망이었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함께 사라졌다. 심각한 불평등은 그대로 남았다.

이후 2021년에는 교통과 기반 시설 프로젝트에 1조 2000억 달러[약 1400조 원]를 할당한 ‘기반 시설 투자 및 일자리법’이 통과됐다. 이어 2022년에는 바이든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제정돼 녹색 에너지에 대규모로 투자가 이뤄졌는데, 여기에는 기후 관련 지출 3900억 달러[약 500조 원]도 포함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청정 에너지와 친환경 제조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대기업에 세금 공제와 보조금을 주는 형태였다.

마이크는 이렇게 주장했다. “바이든의 경제 정책은 기업 특혜였다. 직접 투자가 아니라 사실상 기업의 이윤을 늘리기 위한 세금 감면에 불과했다.”

바이든 정부는 특정 사업 분야에는 엄청나게 퍼 주면서도 노동계급의 이익을 위해서는 털끝만큼의 변화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정책의 목표가 미국 자본주의의 안정을 도모하고 기업주와 부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책의 핵심 목적 중 하나는 중국과의 제국주의적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가는 자국 자본가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돈을 대 주는 구실을 더 적극적으로 맡으려 한다. 에릭은 이렇게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바이든의 정책을 체감하지 못한다. 큰돈이 지급된다는 얘기를 듣지만, 실제로는 많은 돈이 기업에 들어갔을 뿐이다.

“바이든은 자신의 정책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미국 기업을 보호한다고 포장한다. 그 때문에 노동자들은 이 정책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

미국 사회에는 계급 간 분노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은 진정한 적인 자본가 계급을 지목할 수 없다. 그가 바로 자본가 계급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진정한 급진 좌파가 필요하다

트럼프가 성공을 거두는 이유 중 하나는 좌파가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좌파는 중도파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같은 민주당 좌파 인사들이 바이든을 지지하면 트럼프가 “권력층 반대” 세력을 자처할 수 있게 된다.

에릭은 이렇게 지적했다. “샌더스는 바이든이 우리가 본 후보 중 가장 진보적이며 실제로 많은 것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AOC는 우리가 바이든 편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바이든의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원 중 한 사람이 됐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이 실제로 겪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이런 노선으로 좌파 인사들은 스스로를 실패한 민주당에 잡아매게 된다. 이는 재앙인데, 바이든은 현상 유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모순되긴 해도, 뭔가 다른 것을 추진한다고 사람들에게 여겨진다. 좌파가 바이든을 더 열심히 옹호할수록 우파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국경·이민자 정책에서는 바이든이 트럼프의 정책을 모조리 채택했다. 이민 문제에서 바이든은 트럼프만큼이나 나쁘다는 것이 현실이다.”

마이크는 이렇게 덧붙였다.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한다는 느낌이 지금보다 뚜렷했더라면 상황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은 노동계급에게 절대로 계급 정치로 호소하지 않고 성별이나 인종 문제만 거론한다.”

“민주당에 계급 정치가 부재한 것도 트럼프 같은 사람들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사람들은 화가 났다. 화날 만한 일이 많다.”

마이크는 트럼프가 이민자에게 분노를 돌리고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분명하게 지적하면서, “계급적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승리할 수 있지만, 바이든은 그런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있고 좌파도 그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좌파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낙태권 방어 운동, 그리고 트럼프 [차기] 정권하의 반(反)트럼프 운동을 이용해 민주당 밖에서 정치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민주당의 한계 있는 정치에 순응해서는 안 된다. 분노가 기업주와 부자들을 향하도록 할 믿을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트럼프가 노동자들의 환멸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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