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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숙 서울시당 장애인위원장]"진정한 '힘'은 대충 끼워맞춘 숫자가 아닙니다"

진보세력들의 통합 절차가 물꼬를 트고 있는 가운데 저로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논의입니다.

제가 우리 당에서 활동한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소외, 차별, 억압에서 고통받는 대표적 계층에 속한 장애인인 저는 정치가, 정치인이 장애인들의 서러움을 가중시키는 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리 당을 만나서 진보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됐고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정치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됐습니다.

장애인들은 시설과 가정에 갇혀서 학대와 폭력에 무방비로 시달리고 육체적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보장제도가 무너지고, 의료가 민영화되고, 경쟁에서 밀려나고, 노동을 할 수 없게 하는 한미FTA, 전쟁, 신자유주의가 밀려오는 사회에서 우리 장애인들은 처절한 삶, 아니 죽음을 맞아야 할 운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겉만 번지르르한 생색내기식의 복지가 아닌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보장하는 진정한 복지가 절실합니다. 노동자, 농민, 가진 것 없는 민중의 피맺친 절규를 담아 차별과 소외없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갈 진정한 진보정치가 절실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열망을 정치적 소신으로 담아낼 정당이 진보라고 믿습니다.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정치적 판단을 할 때 근본적 철학이 어디에 근거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만약 외연 확대를 위해 근본적, 태생이 다른 ‘진보’를 합류시킨다면 바닥에서 나오는, 같은 감수성을 가진 진보정치가 이뤄질 수 없을 것입니다.

몸집이 커져 많은 의석수를 낸다 하더라도 장애인의 목소리는 묻힐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에 같은 태생, 철학, 감수성을 가진 이들도 많습니다.

아직 그들과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 모를 뿐 입니다.

이들을 찾아서 함께하려는 의지와 노력없이 다른 태생과 다른 철학과 다른 감수성을 가진 자들과 외연만을 확대하려는 건 편하게 권력이나 쥐어 보자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진정한 “힘”은 대충 끼워 맞춘 숫자가 아닙니다. 저는 우리 당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어느 곳에서 탄생했는지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소수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치가 절실하고 진정한 진보정치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저는 민주노동당이기에 입당했고, 민주노동당이기에 활동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이기에 민중을 위해 투쟁할 힘이 있고, 민주노동당이기에 민중을 위한 힘을 실을 수 있음을 믿고, 민주노동당이기에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장애인 동지들이나 주변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 당의 공약이, 특색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솔직히 대다수 국민들은 야권통합, 야권단일후보, 진보대통합 등 이런 단어들이 생소합니다.

"그래서 그게 뭐하는 건데?" 묻습니다.

선거 플래카드에도 ‘야권단일후보’만 크게 부각됐을 뿐 당선하면 뭘 하겠다는 실천의 메시지가 없습니다.

이것은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하겠다는 의지보다 정치권 내에서의 형식적인 선언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전에는 욕을 듣든 칭찬을 듣든 민주노동당이 뭘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는 뚜렷했습니다.

이런 식의 야권단일화로 통합이 이뤄진들 우리 소수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지 의문입니다.

왜 꼭 성향이 뒤섞인 당과 함께해야 하는 것인지 많은 우려와 걱정이 됩니다.

물론, 많은 진보가 모이고 함께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요구를 어떻게 담아서 어떤 색깔로 나타낼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저 자리만 더 차지하기 위한 정치가 아닌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세상을 바꾸는 정치가 됐으면 합니다.